[인터풋볼] 정지훈 기자= 경질 or 재신임. 두 가지 갈림길에 서있는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다. 경질과 재신임에 대해 엇갈리는 반응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슈틸리케 감독의 미래는 4월 3일에 결정된다.

최악의 여론이다. 아시안컵 준우승과 아시아 2차 예선 무실점 전승을 기록했을 때는 ‘갓틸리케’로 불렸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그동안 슈틸리케 감독은 두 수 아래인 상대들에는 강한 모습을 보였지만 비슷한 수준의 상대들이 즐비한 최종 예선에서는 고전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이란 원정에서 완패를 당한 이후 최악의 경기력을 보이며 중국 원정에서도 고개를 떨궜다. 이후 시리아를 안방에서 잡으며 급한 불은 껐지만 ‘무전술’이라는 오명을 씻어내지 못했다.

이제는 결정해야 한다. 남은 3경기에서 한국 축구의 운명이 결정되기에 슈틸리케 감독으로 계속 갈지, 아니면 스톱을 외칠지 정해야 한다.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물론 한국 축구에 분노한 팬들은 경질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비교적 소수의 몇몇 축구 전문가들은 슈틸리케 감독의 경질돼도 플랜B가 없다는 점을 들어 확실한 플랜이 생길 때까지 기회를 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대다수의 목소리, 한국 축구를 위한 골든타임

골든타임이라는 말이 있다. 골든타임이란 사고나 사건에서 인명을 구조하기 위한 초반 금쪽같은 시간 (1~2시간)을 지칭하는데 지금 한국 축구를 두고 딱 맞는 말이다. 위기의 한국 축구가 변화를 통해 살아나려면 지금 감독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이미 여론은 경질 쪽으로 향하고 있다. 이유는 다양하다. 슈틸리케 감독은 2002년 월드컵 이후 한국 대표팀의 지휘봉을 가장 오래 잡은 감독이다. 그러나 슈틸리케 감독은 최근 예측가능한 용병술과 무전술로 비난을 받고 있고, 위기에 빠졌다. 변화가 필요했지만 오히려 ‘소리아 발언’ 등 실망스러운 발언들을 계속 남기며 좋았던 여론이 급격히 차가워졌다.

언론들과 관계도 좋지 못하다. 분명 달콤한 기간도 있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승승장구하던 시절에는 언론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했지만 위기에 빠지자 언론들과 날선 대립을 벌이고 있다. 특히 이란 원정, 중국 원정을 통해 최악으로 향하자 언론들은 전술과 용병술에 대해 날선 질문을 던지고 있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실망스러운 변명만을 늘어놓고 있다.

지금이 골든타임이라는 이야기가 계속 나오고 있다. 대한축구협회의 사정을 잘 알고 있는 한 관계자는 “지금이 적기다. 슈틸리케 감독과 언론은 이미 회복할 수 없는 상황이고, 계속해서 상황이 나빠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슈틸리케 감독이 이를 극복할 능력이 없다는 점이다. 좋은 시절의 거품이 이제야 걷어지고 있고, 그의 발언으로 볼 때 원래부터 작은 사람이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그릇이 작다”며 슈틸리케 감독과 이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현 대표팀은 절대 약하지 않다. 유럽에서 주전으로 활약하는 손흥민, 기성용, 구자철 등이 있고, K리그의 힘도 여전하다. 그러나 이를 한데 모으지 못하고 있는 것은 순전히 감독 탓이다. 전술이 없다는 것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전술이 없는 감독은 없다. 다만 슈틸리케 감독은 몇 가지 실수를 여태껏 만회하지 못했고, 선수단을 장악하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표현했다.

# 플랜B가 없는 협회, 경질이 답은 아니다?

재신임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조금씩 나오고 있다. 물론 소수의 의견이지만 설득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슈틸리케 감독의 대안, 즉 플랜B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모든 상황들이 좋지 못하다. 만약 슈틸리케 감독을 경질한다면 확실한 대안이 필요하지만 완벽한 대체자를 구하기 위해서 시간, 재정 등이 좋지는 않다. 지금 슈틸리케 감독이 경질된다면 후임 감독은 최종예선 3경기를 치러야 하는데 월드컵 본선행이 유력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지휘봉을 잡을 감독이 그리 많지 않다.

지난 2014 브라질 월드컵의 실패도 교훈을 삼아야 한다. 대한축구협회는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하고, 최강희 감독이 물러나자 런던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던 홍명보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당시에도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워낙 절대적인 지지를 자랑하던 홍명보 감독이었기에 문제가 되질 않았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철저하게 실패했고, 우리는 그때의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

확실한 후보군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협회의 예산이 그리 넉넉하지 않은 상황에서 모두가 바라는 감독을 데려오는 것이 쉽지는 않다. 물론 U-20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신태용 감독을 비롯해 외국인 지도자, 국내 지도자 등이 후보군에 오를 수 있지만 현재까지 확실한 대안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축구 관계자는 “경질이 아주 완벽한 답은 아니다. 현실적으로 좋은 감독을 데려오기는 무리다. 물론 슈틸리케 감독이 보여준 모습들은 실망스럽지만 분명 좋았던 시기도 있다. 아시안컵에서는 어려운 상대들을 차례로 꺾기도 했다. 지금 현재는 뭔가가 어긋났을 뿐이다. 우리는 지난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교훈을 찾아야 하고, 실패를 답습해서는 안 된다. 협회도 현실적으로 대안을 찾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다. 경질보다는 이 위기를 모두가 극복해야 한다”며 경질이 꼭 답은 아니라고 말했다.

만약 슈틸리케 감독의 재신임이 결정된다면 반드시 변해야 한다. 일단 슈틸리케 감독부터 분위기를 바꿔야 하고, 자신의 부족한 것을 인정해야 한다. 이에 확실한 수석코치가 필요한 상황이고, 쓴 소리도 받아들여야 한다. 여기에 자신의 무너진 원칙을 다시 세워야 한다.

# 경질 or 재신임, 4월 3일 기술위원회에서 결정

모든 것은 4월 3일 결정된다. 대한축구협회는 31일 오후 "기술위원회를 오는 4월 3일 오후 2시 30분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 2층 기술위원장실에서 개최할 예정이다"고 밝혔고, “회의가 끝난 뒤 이용수 부회장이 회의 결과를 브리핑할 예정”이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기술위원회는 A매치가 끝난 뒤 매번 소집된다. 그러나 이번에는 분위기가 다르다. 아무래도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슈틸리케 감독의 거취가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현 슈틸리케호의 문제점을 면밀하게 분석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축구협회는 슈틸리케 감독의 거취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지만 이번 기술위원회를 통해 미래가 결정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사진=윤경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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