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수원월드컵경기장] 서재원 기자= 이승우가 신났다. 정말 신나게 경기했고 그의 흥은 경기 후에도 사그라지지 않았다. 그 모습에서 신태용호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U-20 대표팀은 오는 25일 오후 7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온두라스와의 ‘아디다스 U-20 4개국 축구대회’ 1차전에서 3-2로 승리했다. 대회 첫 승을 신고한 신태용호는 U-20 월드컵을 앞둔 희망찬 출발을 알렸다.

# ‘희망’을 보여줘야 했던 경기...신태용의 고민

지난 몇 일간 한국 축구는 암울했다. 그 이유를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모두가 알 것이다. A대표팀과 U-20 대표팀은 엄연히 다르다. 하지만 ‘축구’라는 틀에서 팬들이 받아들이는 느낌은 같기 마련이다. U-20 대표팀 기사에 A대표팀과 관련된 댓글이 달리는 현실도 그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그런 의미에서 온두라스전이 중요했다. 한국축구에 희망을 보여줘야 한다는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신태용 감독이 그에 대해 언급하진 않았다. 단지 “한국에서 U-20 월드컵을 개최한다. 이번 경기에서 ‘희망이 안 보인다’고 느끼면 문제다”고만 말했다. 그러나 그가 언급한 ‘희망’이라는 단어에는 많은 것들이 내포돼 있을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전력 노출이었다. '희망'을 위해선 성적이 필요했고, 그러기 위해선 전력을 쏟아야 했다. 신 감독도 “현재 팀의 완성도는 70%다”면서 “그 70%를 어느 정도 보여줘야 하는지 고민이다. 분명 다른 팀들이 이 경기들을 분석할 것이다. 그렇다고 성적이 안 좋아도 문제다”고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 선택은 정공법...결과는 성공적

신태용 감독은 정공법을 택했다. 첫 경기인 온두라스전부터 모든 전력을 쏟은 것. 경기 한 시간 전 발표된 선발 명단에서 그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이승우, 백승호 등 현 대표팀 명단에서 가용한 최정예가 베스트11에 이름을 올렸다.

뚜껑이 열린 신태용호의 모습은 확실히 가능성을 보였다. 신 감독이 언급한 ‘희망’을 주기에 충분한 경기였다. 3-2 스코어란 결과 보다 그 내용이 더 그랬다. 세트피스에서만 기록한 3개의 득점을 포함해 90분 내내 화끈한 공격을 펼쳤다. 많지 않은 관중이 경기장을 찾았지만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경기였다. 

완벽하진 않았지만 ‘티키타카’가 눈에 보였다. 온두라스의 카를로스 타보라 감독도 경기 후 “이승우와 백승호를 통해 티키타카에 대한 철학을 느낄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강한 전방 압박과 빠른 전환, 공격 시 유기적인 패스 플레이와 침투 등 신태용 감독 특유의 ‘공격 축구’가 그대로 드러났다.

신태용 감독 스스로도 상당히 만족한 경기였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그는 소감을 밝히기 전 환한 미소를 보였다. 굳이 말을 안 해도 그의 표정에서 만족감이 보였다. 그는 “선수들이 너무 잘해줘서 고맙게 생각한다”며 “선수들 모두 기대 이상으로 잘해줬다”고 총평했다.

긍정 에너지가 넘쳤다. 2골을 내준 수비의 아쉬움에 대한 질문에는 “전체적인 수비 조직이 좋았다고 본다. 첫 번째 실점 장면에서 이상민 선수가 본의 아니게 실수를 했는데, 이를 통해 더 발전할 거라 생각한다. 페널티킥 실점 장면도 선수들 느낄 수 있는 좋은 경험이 됐다고 본다”고 답했다. 신태용 감독의 한마디 한마디, 그리고 눈빛과 표정 등에서 선수들에 대한 믿음이 그대로 느껴졌다.

# 흥이 넘친 이승우, 흥이 넘친 신태용호...진짜 원팀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이승우를 만났다. ‘흥부자’ 느낌이 물씬 풍겼다. 이전에는 볼 수 없는 광경이었다. 인터뷰시 이승우는 마치 정해진 대본을 읽는 것처럼 답하기로 유명한 선수였다. 그런 이승우가 취재진과 농담을 주고받으며 자유롭게 인터뷰에 응했다.

“골대도 맞고 오프사이드가 선언돼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컸다”는 소감에 취재진이 ‘백승호 선수만 골을 넣어서 아쉽지 않나’라고 농담을 건네자 “(백)승호형이 골을 넣어서 기쁘다. 자신감을 찾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 팀에도 플러스 요인이다”고 슬기롭게 받아쳤다.

신태용 감독이 팀을 이끈 이후 확실히 달라졌다. 골이 오프사이드로 선언된 장면에 대해서도 “오프사이드 아니던데~”라며 “못 다한 세리머니는 잠비아전에서 보여드리겠다”고 당차게 말했다. 인터뷰 내내 웃음이 가시지 않은 그의 모습에서 대표팀의 밝은 분위기가 그대로 전해졌다.

"즐기면서 공을 차다보니 좋은 축구가 나오는 것 같다". 즐기는 축구를 추구하는 감독과 즐기길 원하는 어린 선수들의 하모니는 짧은 시간 내 U-20 대표팀을 하나로 묶었다. 이승우뿐만 아니라 믹스트존을 지나가는 모든 선수들의 표정은 밝았고, 이는 경기 중에도 마찬가지였다. 

이 밝은 표정들. 경기 중 서로를 격려하는 모습. 득점 후에 하나 같이 얼싸안고 기뻐하는 선수들. 바로 우리가 그리워했던 '원팀'의 모습이었고, 이 모든 게 신태용 감독이 불고 온 신바람의 결과였다. 

사진= 윤경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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