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중국(창샤)] 유지선 기자= 환하게 웃지 못한 울리 슈틸리케 감독과 ‘영웅’이 된 마르첼로 리피 감독, 두 수장을 향한 온도차를 재확인한 90분이었다.

한국은 23일 오후 8시 35분(한국시간) 중국 창샤에 위치한 허롱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6차전 중국 원정 경기에서 0-1로 패배했다. 이날 패배로 한국은 승점 10점에 머물며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이 험난해졌다.

# 슈틸리케, 중국전 패배로 더 싸늘해진 공기

무실점 승리를 챙겨오던 슈틸리케호가 최종예선 무대에서 고전하고 있다. 본선 직행 티켓이 주어지는 조 2위 수성도 장담할 수 없으며, 원정에서 무득점을 기록하면서 부진하고 있다. 무실점이란 달콤함 속에 감춰져있던 민낯이 드러나자, 팬심도 싸늘하게 식었다.

한국은 지난해 ‘단두대 매치’라 불리던 우즈베키스탄전을 승리로 장식했지만, 10경기 째 무패행진을 이어오던 중국 원정에서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 슈틸리케 감독의 능력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변화가 필요한 것 같다는 물음에 “스리톱으로 나오는 상대에게 어떤 전술을 가지고 나와야 하느냐”고 되물으며 불쾌한 심기를 살짝 내비쳤다.

기자회견장에서 직접 한국말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며 폭발적인 호응을 이끌어냈던 슈틸리케 감독은 이제 싸늘한 시선과 마주하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슈틸리케 감독도 최근 기자회견장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월드컵 본선 진출과 함께 신뢰 회복이라는 과제를 떠안고 있는 셈이다.

# 뜨거웠던 현장, 리피 향한 중국의 확고한 믿음

반대로 리피 감독은 그야말로 ‘영웅’이 됐다. 지난해 10월 중국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리피 감독은 카타르전에서 데뷔전을 치렀고, 초반에 1무 1패란 성적을 내며 아쉬움을 남겼다. 그러나 리피 감독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이는 없었다. 중국 ‘CCTV’의 기자는 “당장의 성적보다는 장기적으로 중국 축구를 성장시켜줄 것이란 기대를 가지고 있다”며 중국 내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로 리피 감독은 더욱 조직적이고, 공격적인 축구를 중국 대표팀에 이식했다. 전술 변화는 효력을 서서히 발휘하고 있다. 지난 1월에는 크로아티아와의 친선경기에서 1-1로 비긴 뒤 돌입한 승부차기에서 승리를 거뒀고, 이날 한국을 꺾으면서 팬들의 기대를 확신으로 바꿔놓았다. 그러나 리피 감독은 아직 더 보여줄 것이 많다며 손사래를 쳤다.

한국과의 경기를 승리로 장식한 뒤 기립박수를 받으며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리피 감독은 “경기에서 목표를 달성했지만, 미래를 위해 더 발전할 부분이 있다. 더 노력해야 한다”며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당부했다. “이전 경기에서 보지 못했던 모습을 보여줬다”는 기자의 칭찬 섞인 말에는 “사실 오늘 승리에 크게 만족하지 않는다. 이후 경기가 더 기대된다”며 한국전 승리로 벌써 샴페인을 터뜨릴 필요는 없다고 누차 강조했다.

가벼운 마음으로 이란 원정을 떠나게 된 리피 감독과 무거운 발걸음으로 한국을 향한 슈틸리케 감독, 중국전을 승리로 장식하고 ‘극과 극’이었던 간극을 좁힐 수도 있었지만, 확연한 온도차만 확인한 채 쓸쓸하게 발걸음을 돌리게 됐다.  

사진= 윤경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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