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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민의 S-노트] 정치 목적 시즌권 구매 근절돼야

[인터풋볼] 이현민 기자= 새 시즌이 개막했다. 지난 주말(3월 4, 5일) 클래식과 챌린지 출범 이후 개막전 최다 관중을 모으며 흥행을 예고했다. 전국 11개 경기장에서 열린 1라운드는 관중, 내용, 결과, 풍성한 스토리까지 흠잡을 데 없었다. 1라운드 원정을 치렀던 팀들이 이번 주말(11, 12일) 홈 개막전을 가진다.

늘 그랬듯 출발은 항상 좋다. K리그 개막은 각 지역 축제의 장인 만큼 각계 인사들이 대거 경기장을 찾았다. 유니폼 입고 머플러 두르고 시축하고 손 흔들고. 우리나라에서 익숙한 모습이다. 여전했고 2라운드에서도 이어질 게 뻔한다. 팬들은 이제 그러려니 한다. 또 저러다 말겠지.

이슈가 있고, 선거철이 되면 정치인들은 항상 프로스포츠가 열리는 곳으로 향한다. 축구와 정치는 떼려야 뗄 수 없지만, 요즘 같은 시국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축구가 순수 목적인 팬들 눈엣가시다.

이런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이런 정치인들의 릴레이 시즌권 구매 때문이다. 과거부터 수년 동안, 매 시즌, 불과 며칠 전까지 일부 구단은 구단주(시도민구단), 시장, 시의원, 구의원, 시도축구협회장들의 시즌권 구매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시즌권의 목적은 구단 입장에서 고정관중 확보, 편의성 제공, 일반 팬보다 나은 혜택을 제공하기 위함이다. 최근에는 1년, 6개월(하프) 등 기간을 정하는 것은 물론 패키지 상품 등 구단마다 차별화된 전략으로 팬심을 공략하고 있다. 소비자 입맛에 맞춰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다.

각 구단은 시즌에 들어가기 전 시즌권 판매에 총력을 기울인다. 개막하고도 마찬가지다. 소위 지역에서 한가닥하는 사람들 포섭에 들어간다. 1순위는 정치인이다. 특히 시도민구단의 경우 절대 권력을 지닌 구단주를 전면에 내세운다. 당당히 ‘1호 구매자’라고 대서특필한다. 당사자도 손해 볼 게 없다. 지역 축구팀을 도운 공으로 인정받기 때문이다. 각계 인사, 지역 기업 대표, 소상공인들까지 동참한다. 피켓을 들고 어색한 미소를 보이며.

구단은 간절하다. 그래서 목맨다. 이유는 지역 사회에서 정치인이 차지하는 영향력, 그리고 그와 관련된 인물들이 연달아 구매한다. 연쇄, 파급효과로 나타난다. 공직 사회에서 윗사람이 하면 부하 직원은 눈치껏 따른다. 이것이 퍼지고 퍼져 수백 장, 많게는 수천 장까지 시즌권이 판매되는 경우도 있다.

K리그는 소수 구단을 제외하고 아직 자생력이 '0'에 가깝다. 정치는 가장 접근하기 쉬운 방식 중 하나다. 정치 역시 축구만큼 이용하기 좋은 종목은 없다. 문제는 이들이 정말 마음에서 우러나, 이 구단을 생각해 시즌권을 살까. 대부분 ‘인근 지역 구단주가 샀는데 우리는 뭐해. 얼른 추진해.’ 늘 이런 식이다. 전형적인 물타기다.

<성남은 시도민구단 중에 가장 많은 시즌권 판매를 자랑한다. 이번 시즌 챌린지로 강등됐지만, 지난 1월 말 이미 2천 매를 돌파했다>

시즌권이라는 의미를 재해석해볼 필요가 있다. 구매한다고 모든 경기를 관전할 수 없다. 1년 중 개인 시간이 가용할 때, 몇 경기 입장료를 지불하는 것보다 저렴하고 다양한 혜택이 있기 때문이다. 하이패스처럼 편의성도 갖췄다. 축구에 대한 애착이 큰 정치인도 더러 있다. 하지만 공직에 몸담고 있는 사람 대부분은 어쩔 수 없이, 생색내기용으로 구매한다. 우리나라 스포츠 관전 문화에 만연해있다. 개막전만 반짝, 이슈될 때만 경기장을 찾는다. 성적이 좋지 않을 때는 나 몰라라, 만에 하나 기적 같은 드라마를 쓰거나 우승이라도 하면 마치 자기 공인마냥.

정말 지역팀을 생각하고 축구를 사랑한다면 조용히, 그렇게 입이 닳도록 이야기하는 ‘서민’들과 시간 될 때 함께하면 된다. 축구가 아니라도 할 일이 태산이다. 축구장 안에서 계급이나 직책은 필요 없다. 의전 없이, 테이블 없이, 푹신한 의자가 없어도 관전하는 데 전혀 지장 없다. 더 많은 걸 누리고 싶다면 그에 합당한 금액을 지불하면 된다.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고 혜택받으려는 순간 모두가 불편해진다.

정치인들의 시즌권 구매를 바라 이는 없다. 구매하려거든 이색 공약을 걸거나 ‘이 경기만큼은 꼭 오겠다. 팬들과 함께 응원하겠다’ 등. 아니면 정말 축구를 보고 싶은데 볼 수 없는, 불우이웃이나 아이들에게 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적어도 몇 경기 안 오고 말 사람보다 경기장을 찾는 횟수는 많을 거다.

구단의 입장도 십분 이해 간다. 현실적으로 연고가 확실히 정착된 곳은 얼마 없다. 발로 뛰고 더 노력하는 중이다. 특히 소도시에 있는 구단들은 정치인들에게 잘 보이고,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다른 방법을 모색하고 싶어도 마땅한 대안이 없다’고들 한다.

부작용도 있다. 이런 연결고리를 통해 모 구단에 선수 청탁이 이뤄진 사례도 있다. 그렇게 되면 구단 수뇌부와 감독 사이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 감정의 골은 깊어지고, 선수들도 바보가 아닌 이상 뛰어보면 이 선수가 어느 정도 레벨인지 다 안다.

정치인들의 순수한 목적도 중요하지만, 구단 태도도 달라져야 한다. 실적을 채우기 위해 '무조건 사달라, 도와 달라'는 식의 단순히 판매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지역을 대표하는 구단으로 뭘 할 수 있는지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서로의 입장을 헤아리고 개선해가는 것이 진정한 동맹 관계다.

실무자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알면서도 참 쉽지 않다’고 한다. 시도민구단(진보와 보수 정권 교체에 따른 변화)은 말할 것도 없고, 기업 구단조차 낙하산 인사가 여전하다. 축구를 위해 스펙을 쌓고, 꿈을 키운 사람들은 현실의 벽과 마주하며 좌절한다. 결정권자가 어설프게 축구에 맛 들이는 순간 구단의 철학이 흔들리고 그동안 쌓았던 공든 탑이 무너진다. 빠르면 1·2년, 대부분 몇 년 주기, 쳇바퀴처럼 돈다. 심지어 그런 이야기를 하더라. ‘그냥 정치인들 포섭하고 지역 유지들한테 잘 보이는 게 욕 안 먹고 회사 생활 무난히 하는 거라고.’

안타깝지만, 이게 현실이다. 이는 축구만의 문제는 아니다. 우리 사회에 퍼져있다. 어느 조직이나 비슷하겠지만, 구단은 1년 365일이 힘들고 괴롭다. 시도의회, 축구협회, 기업(스폰서), 팬들까지 모두 품어야 하기 때문이다. 당장 바뀔 수 없다. 그렇지만 노력해야 한다.

사진=윤경식 기자, 성남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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