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유지선 기자= 아르센 벵거 감독이 리버풀과의 중요한 일전에서 알렉시스 산체스를 과감하게 선발에서 제외하는 초강수 카드를 꺼내들었다.

아스널은 5일 오전 2시 30분(한국시간) 영국 리버풀에 위치한 안필드에서 열린 리버풀과의 2016-17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27라운드 경기에서 1-3으로 패했다. 이로써 아스널은 승점 획득에 실패하면서 5위로 밀려났다.

킥오프를 한 시간 앞두고 공개된 라인업에서 눈길을 끈 건 단연 산체스였다. 외질이 독감으로 결장한 가운데, ‘에이스’ 산체스마저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된 것이다. 영국 현지 언론들도 경기 전부터 일제히 산체스의 선발 제외에 뜨거운 관심을 보냈다.

이에 아스널 구단은 트위터 계정을 통해 “지루와 웰백을 활용해 좀 더 직접적인 플레이를 구사하고, 공중볼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변화를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초반에는 벵거 감독이 하고자하는 플레이가 명확했다. 지루의 머리를 향해 수차례 날카로운 크로스를 올린 것이다.

그러나 아스널은 전반 9분 만에 피르미누에게 선제골을 내주고 말았다.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벵거 감독의 표정도 급격히 어두워졌다. 하지만 산체스의 표정만은 벵거 감독과 상반됐다. 선제골을 허용한 직후 중계 카메라가 벤치에 앉아있는 산체스를 비췄고, 산체스는 ‘이럴 줄 알았다’는 듯 코웃음을 치며 아리송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산체스는 몸을 풀러나가기 직전에도 어느 때보다 환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옆에 앉아있는 가브리엘과 대화를 나눴다. 팀이 끌려가고 있는 상황과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표정이었다.

팬들의 불안감도 고조됐다. 산체스는 최근 이적설이 불거지면서 아스널에서의 미래가 불확실해졌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벵거 감독과 산체스의 관계가 틀어진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산체스를 벤치에 앉힌 벵거 감독의 선택은 미스였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산체스가 투입됐고, 체임벌린이 중원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후반전 경기력이 훨씬 좋아진 것이다. 후반 11분에는 역습 상황에서 산체스가 웰백에서 날카로운 패스를 찔러주면서 웰백의 만회골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그러나 중계 카메라에 잡힌 벵거 감독은 추격 골이 터졌음에도 불구하고, 마음껏 웃지 못했다. 벵거 감독의 선택이 옳지 않았음을 그라운드 위에서 직접 증명해보인 산체스, 이 둘의 엇갈린 표정은 90분 내내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연상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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