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논현] 서재원 기자= “우리는 리그에 집중하겠다.”(전북 현대 최강희 감독)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에 참가하지 않는 전북이 강력한 우승후보다.”(FC서울 황선홍 감독, 수원 삼성 서정원 감독)

2017시즌 K리그 클래식 판도에 전북의 ACL 박탈은 어떤 영향을 끼칠까.

한국프로축구연맹은 23일 오후 1시 서울 K리그 클래식은 강남 논현동 파티오나인 웨딩홀에서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7’ 미디어데이를 열고 K리그의 시작을 알렸다. 이번 미디어데이에는 우승팀 FC서울부터 승격팀 강원FC까지 12개 구단의 감독들과 대표 선수가 참여해 2017 시즌에 임하는 각오를 전했다.

‘처음’이란 단어를 떠올릴 땐 항상 설렘이란 단어도 따라오기 마련이다. 아직 다가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기대와 우려, 그 상반됨이 혼합된 아주 미묘한 감정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2017 시즌의 처음을 알리는 미디어데이는 특별했다. 12개 구단의 감독과 선수들에게서 그 설렘을 느낄 수 있는 자리였다.

# ‘1무 3패’ ACL 4龍의 분위기는 ‘싸늘’

그런데 이미 그 처음을 한 입 베어 문 팀들도 있었다. 2017 ACL 조별리그 1차전을 마친 FC서울, 수원 삼성, 제주 유나이티드, 울산 현대가 그들이다.

이들의 처음은 만족스럽지 못했다. 4팀이 1차전에서 거둔 성적은 1무 3패. 각 팀 경기력의 차이는 있었지만 어쨌든 결과는 0승이었다. 그래서 였을까. 행사장에 입장하는 감독과 선수들 중 이들 4팀의 표정이 가장 어두워 보였다.

일본 원정에서 승점 1점을 가져온 수원의 서정원 감독도 그랬다. 하루 전 오후 7시 가와사키 프론탈레와 경기를 치른 수원은 당일 오전 8시 25분 비행기를 타고 귀국했다. 미디어데이를 제 시간에 출석하기 위해 빠듯하게 일정을 짤 수밖에 없었다. “3시간 밖에 못 잤다.” 서정원 감독이 굳이 말하지 않아도 그의 얼굴에 피곤함이 묻어 있었다. 물론 ACL 결과에 대한 아쉬움도 함께 뒤섞인 모습이었다.

홈에서 상하이 상강과 아쉬운 경기를 펼친 서울의 황선홍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ACL이 만만치 않다는 걸 느꼈다.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고 담담히 답했다. “쉽지 않다는 걸 느꼈다” 울산의 김도훈 감독과 제주의 조성환 감독도 패배란 결과 속 자유로울 수 없었다.

“결과는 부진했지만 팀들이 못한 것은 아니었다. 특히 홈에서 경기를 치른 팀들이 아쉬웠다. ACL의 경우 홈에서 승부를 봐야 한다. 원정은 결코 만만치 않다. 하지만 이제 1경기를 치렀다. 기회는 충분히 있고 남은 경기에서 잘 준비해야 한다. 1경기로 실망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전북의 최강희 감독은 여유가 넘쳤다. ‘심판 매수 스캔들’로 ACL 출전권을 박탈당한 최강희 감독은 관찰자 입장에서 그들을 바라봤다. 디펜딩 챔피언이자 가장 경험이 많은 선배의 입장에서 조언까지 했다. 그의 표정에는 아쉬움도 있었지만 여유가 더 커보였다.

# 어차피 우승은 전북? ACL이 변수가 될까

“우리는 리그에 집중하겠다.” 이 한마디가 울리는 파장은 컸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안 그래도 강한 전북이 ‘리그 집중’을 외쳤으니 말이다.

그래서 전북은 강력한 우승후보가 됐다. ACL 1차전을 뛴 감독들도 대부분 전북을 꼽았다. 황선홍 감독은 “전북은 ACL에 안 나가고 전력이 좋다. 최강희 감독의 지도력과 함께 지난 시즌과 스쿼드의 차이가 크게 없다”고 전북이 우승후보란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서정원 감독도 “전북이 ACL이 안 나가기 때문에 가장 근접한 것 같다”고 경계했다. 김도훈 감독도 같은 이유를 들며 전북을 지목했고, 조성환 감독만이 수원에 기대를 걸었다.

정확히 3분의 2, 8명의 감독들(복수 응답 포함)로부터 우승후보라 지목 받은 최강희 감독은 오히려 겸손 아닌 겸손을 표했다. 최강희 감독은 “전북의 목표는 6강이다. 우리의 목표는 상위스플릿이다. 오히려 강원FC를 택하고 싶다. 위축돼 있는 현실에서 강원의 센세이션이 필요하다”고 답했지만, 전혀 진심이 느껴지지 않는 게 사실이었다.

그러나 ACL 참가 팀들도 마냥 전북의 독주를 지켜보지 않을 터. 공식 석상에선 그렇게 말했을지라도 각자의 목표는 모두 우승이었다. 행사 전 만난 황선홍 감독은 “서울은 팬들의 관심이 많고 기대치가 크다. K리그를 선도하는 구단이다. 이에 보답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리그 2연패에 대한 속마음을 밝혔다.

수원의 서정원 감독과 주장 염기훈도 “리그와 ACL을 병행할 자신 있다”, “ACL 첫 경기에서 아쉬운 부분이 나왔다고 우승을 목표로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털어놨다. “서울, 전북, 수원, 제주를 반드시 넘겠다”는 김도훈 감독과 “제주는 리그, FA컵, ACL 등 3개 대회 우승을 목표로 한다”는 조성환 감독도 사실 우승을 꿈꾸고 있었다.

결국 ACL를 병행하는 팀들이 얼마나 흔들리지 않는지, 또 ACL에 참가하지 않는 전북이 리그에만 집중하는 사이클에 집중할 수 있을지가 리그 판도를 결정할 확률이 크다. 강원, 혹은 또 다른 팀들의 돌풍도 이 다섯 팀의 성적과 연결될 게 분명하다. 

사진= 윤경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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