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는 순간 그라운드에 주저 앉았다. 홀로 서있을 힘조차 없었다. 겨우 힘을 내 서포터스 앞으로 다가갔다. 팬들은 그의 이름을 목청껏 외쳤다. 그의 눈에서 하염없이 눈물이 쏟아졌다

포항 스틸러스가 울산 현대와의 K리그 18라운드에서 1-3으로 패했다. 4연승에 도전했던 포항은 또 한번 울산에 패하며 상승세의 제동이 걸렸다. 포항은 그 어느 때 보다 승리에 대한 의지가 컸지만 페널티킥 실축, 수적 열세 속에 남은 것은 쓰라린 패배였다.

이날 누구보다 승리를 원했던 이가 있다. 포항 스틸러스의 노병준이다. 포항은 전반 초반부터 노병준을 앞세운 우측 공격을 펼쳤다. 노병준은 동료들과 유기적인 패스플레이를 전개했고 좋은 슈팅 기회를 만들었다. 빠른 측면 돌파와 예리한 침투패스도 선보였다.

그는 전반 초반 신진호가 얻은 페널티킥의 키커로 나섰다. 하지만 김영광의 선방에 막혔다. 머리를 감싸 쥐며 괴로워했다. 노병준은 이내 마음을 가다듬은 후 재모습을 찾았다. 활발한 움직임으로 공격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팀이 0-1로 뒤지고 있던 상황에서는 완벽한 패스로 이명주의 동점골을 도왔다.

포항은 후반 초반 신광훈의 퇴장으로 수적 열세에 놓였다. 그러나 그는 중앙과 측면을 넘나들며 슈팅 기회를 만들려 애썼다. 90분 내내 쉼 없이 움직이며 공격의 세기를 더했다.

그가 이렇게 평소보다 승리에 간절했고, 한 발 더 뛴 이유가 있었다. 바로 자신의 아버지가 병상에 누워 계시기 때문이다. 노병준의 아버지는 3년째 페암으로 투병 중이다. 얼마 전 아버지의 병세가 악화되면서 가슴 한 켠에 큰 짐을 안고 있었다. 그래서 일까. 시즌 초반 무득점 징크스에 시달리기도 했다.

하지만 FA컵 광주와의 16강전에서 2골을 넣으며 침묵을 깼다. 이 여세를 몰아 울산전에서 골을 넣겠다고 다짐했고, 그 어느 때 보다 좋은 플레이를 펼쳤다. 1도움을 올렸으나 팀의 패배를 막을 수 없었다.

포항이 연승을 이어갈 수 없었지만 노병준의 눈물은 많은 걸 대변해준다. 그는 후배들과 팬들 앞에서 항상 밝은 모습을 보였다. 그 동안 자신의 어려움을 내색하지 않으려 꾹 참았던 것이다. 자신의 아픔을 함께 나누고자 했던 동료들과 팬들의 사랑이 그만큼 컸다는 증거다.

비록 병상에 계신 아버지께 득점을 선물하지 못했다. 하지만 최선을 다했기에 이보다 더 큰 효는 없다. 지금의 눈물이 나중에는 기쁨의 눈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현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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