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인천] 유지선 기자= 이기형 감독이 이끄는 인천 유나이티드가 긴 항해를 위해 닻을 올렸다. 힘겨웠던 지난 시즌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겠단 각오다.

인천은 현재 태국에 베이스캠프를 차리고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일찌감치 선수단 구성을 마쳤기 때문에 태국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어느 때보다 가벼웠다. 영입에 애를 먹으며 선수단 구성이 늦어졌던 예전과 비교했을 때 이례적인 일이다.

물론 우려스러운 부분도 있다. 조수혁, 요니치, 조병국, 케빈 등 주축 선수들을 대거 떠나보냈기 때문이다. 문선민, 웨슬리, 박용지, 이상협 등 알짜배기 영입을 통해 전력 보강을 마쳤지만, 새 시즌을 위해 다시 원점에서 담금질에 나서야 한다.

동계훈련 기간이 중요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해 농사를 결정짓는 중요한 시간, 이기형 감독은 이 시간을 알차게 보내기 위해 어떤 밑그림을 그려뒀는지 살짝 들여다보기로 했다.

# 이기형 체제, 긍정적인 변화의 바람

- 올해 박명수, 김진야, 김보섭, 명성준 등 대건고 출신 선수들이 유독 팀에 대거 합류했다.
= 유스를 성장시키고 그 선수들이 프로팀에서 활약하는 흐름이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재 팀에 합류한 대건고 출신 선수들 중에는 대학팀에서 뛰던 선수도 있고, 대건고에서 바로 온 선수들도 있다. 아직 프로무대를 경험해보지 않았는데, 유스 시절 아무리 잘했다고 해도 프로에 올라오면 경기흐름과 템포 등에 적응해야 한다. 선수 본인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어느 정도 일정한 창구를 마련해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 인천 팬들에겐 특별한 존재인 ‘레전드’ 임중용 전 대건고 감독도 코치로 합류시켰다. 임중용 코치를 프로팀으로 호출한 이유는?
= 구단에서 코칭스태프 구성을 전적으로 맡기겠다고 했다. 유스팀 지도자들도 인천을 위해 고생하고 있는데, 외부로부터 코치를 영입하기보다는 구단 내에서 공부하고 노력하고 있는 지도자들과 함께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 대건고 선수들이 많이 합류했기 때문에 선수들의 특성을 잘 알고 있는 임중용 코치가 큰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도 하고 있다. 사실 인천에는 레전드로 남은 선수가 많지 않다. 잘하면 타 팀으로 떠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임중용 코치는 그런 상황에서도 인천에 남아있는 보석 같은 존재다.

- 수석코치 제도도 폐지했는데, 그 이유가 궁금하다.
= 박성철 코치와 임중용 코치 중 누구 한 명에게 수석코치를 맡기기보다는 수석코치 제도를 폐지하는 것이 현 상황에 더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나이차도 크지 않는데, 서로 쉽게 다가가고 소통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수석코치 제도 폐지를 결정했다.

# 2017시즌 선수단 구성

- 선수단 구성은 현재 어느 정도 진행된 상태인가?
= 아시아쿼터 선수 한 명을 제외하고는 선수단 구성이 모두 마무리됐다. 아시아쿼터 선수의 경우에는 영상도 많이 보고, 구단과 이야기를 나눠 영입을 진행했다. 그러나 선수가 소속된 리그가 아직 시즌을 진행 중이라, 구단 간 풀어야 할 문제가 있다고 전해 들었다. 선수는 인천에 합류하고 싶다는 뜻을 밝힌 상태다. 구단 간 문제만 정리되면 곧바로 영입이 가능할 것 같다.

-. 아시아쿼터 선수를 제외한 외국인 선수 영입은 모두 마쳤다. 지난 시즌 주축이었던 케빈, 요니치가 이적한 만큼 달리, 부노자의 활약이 굉장히 중요할 것 같은데?
= 케빈과 요니치의 공백이 우려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달리와 부노자도 케빈, 요니치 못지않은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더 출중하다는 생각이 든다. 부노자는 승부욕이 굉장히 강하며, 달리는 진지하고 책임감이 강한 ‘아빠’같은 성격이다. 두 선수 모두 다른 리그에서 뛰는 것이 처음인데, 한국 축구에 얼마나 빨리 적응하는지가 중요할 것 같다. K리그는 묘하게도 흐름에 빨리 적응하지 못하면 어려움을 겪게 된다. 팀에 빨리 녹아들 수 있게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 골키퍼 포지션도 원점에서 시작하게 됐다. 정산과 이진형, 이태희 3인 체제를 구축했는데, 마음속에 정해둔 주전 골키퍼가 있는가?
= 아직 정해둔 것은 없다. 그렇지 않아도 권찬수 골키퍼 코치와 이야기를 나눠봤는데, 권찬수 코치도 누가 주전이라고 확신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하더라. 동계훈련 기간에 차근차근 지켜보고 결정해야 할 것 같다. 3명 모두 주전 골키퍼로 손색이 없기 때문에 누구를 주전 골키퍼로 활용하게 될 지 나조차도 모르겠다.

- 스웨덴 리그에서 뛰고 있던 문선민이 올 겨울 첫 번째 영입 선수가 됐다. 어떤 점이 마음에 들었나?
= 문선민의 이야기는 이전부터 들어왔지만, 플레이 영상을 본 건 시즌을 마친 뒤였다. 영상을 보니 저돌적인 드리블을 잘하고 몸싸움에 능하며, 순간 스피드도 굉장히 뛰어나더라. 잠재력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어 영입을 결심했다. 실제로 팀에 합류해 함께하다 보니 좋은 점이 굉장히 많이 보인다. 융화력도 좋고, 습득도 빠르다. ‘선택을 잘했구나’라는 생각을 요새 많이 하고 있다.

- FC 서울에서 코치 생활을 할 당시에 함께했던 이상협의 합류도 눈에 띈다.
= FC 서울에서 2군 선수들을 지도할 때 힘든 시간을 함께 보낸 선수다. 서울의 스쿼드가 두텁다보니 기회를 많이 부여받지 못했었는데, 재능 있는 선수라 아깝다는 이야기가 외부에서도 많이 나왔었다. 그래서 새 시즌 구상을 하면서 구단에 영입을 요청했다. 잘 준비한다면 팀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새로 영입한 선수들을 살펴보면, 공격, 그리고 측면에 굉장히 신경을 썼다는 느낌이 드는데?
= 그렇다. 김용환을 전진 배치하기 전까지는 측면에 스피드가 뛰어난 선수가 없었다. 저돌적으로 드리블 돌파를 하는 선수가 없다보니 공격에 다양성이 부족했다. 그래서 박용지, 웨슬리, 문선민 등 저돌적이고 빠른 발을 보유한 선수들을 영입했다.

현재 스쿼드에 포함된 선수들 중 활용도 낮은 선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해서 혼자 특출하게 뛰어난 선수도 없다. 우리 팀의 장점이자 단점이라고 할 수 있다. 새로 합류한 선수들이 훈련에 얼마나 집중하고, 팀에 잘 녹아드느냐에 따라 기회를 줄 생각이다.

# 앞으로의 인천, 그리고 ‘감독’ 이기형

- 정식 감독으로 첫발을 내딛게 된 2017시즌, 개인적으로도 중요한 한해가 될 것 같다. 선수들에게 어떤 지도자로 남고 싶은가?
= 나는 아직 젊고 경험도 부족하다. 그러나 선수들에게 맺고 끊는 게 확실했던 감독으로 기억되고 싶다. 경기를 준비할 때는 무섭게 준비하며, 훈련에서는 냉철하게 세밀한 부분 하나까지도 놓치지 않는 감독이 되고 싶다. 반면, 경기장 밖에서는 선수들과 친구처럼 농담도 하고 장난도 치고 싶다. 공과 사가 확실한 감독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 감독이 되고 싶다.

- 선수가 선발 명단에서 제외될 경우에는 따로 개개인에게 연락해서 그 이유를 설명해준다고 들었다.
= 그렇다.(웃음) 선수들이 명단에서 제외된 이유를 궁금해 할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선수라면 누구나 출전 명단에서 제외됐을 때 속상함을 느낀다. 자기 자신을 평가할 수 없기 때문에 이유를 설명해주지 않으면 그만큼 실망도 클 수밖에 없다. ‘나는 준비가 잘 돼 있는데, 왜 제외된 건가’ 의문을 품게 되는 것이다. 직접 이유를 전해들을 때 마음은 아프겠지만, 선수들이 선택을 받아들이고 더 열심히 하게 되더라. 그러다보면 다시 기회가 간다.

- 새 시즌 상위스플릿을 목표로 설정했는데, 순위를 떠나 인천을 어떤 팀으로 만들고 싶은가?
= 팀 색깔은 다소 부족하더라도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모든 걸 쏟아내는 열정적인 팀으로 만들고 싶다. 승패를 떠나서 말이다. 팬들도 그런 모습을 원하는 것 같다. 지난 시즌 직접 느낀 부분이기도 하다. 올해도 팬들이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린 뒤 자리에서 일어날 때, ‘아, 오늘 우리 선수들 정말 열심히 뛰었다. 박수를 보내고 싶다. 사랑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감동을 줄 수 있는 팀이 됐으면 한다. 원하는 바를 쟁취하기 위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는 그런 팀으로 만들고 싶다.

- 앞서 수원 삼성을 꼭 꺾고 싶은 팀으로 꼽았었는데, 김도훈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울산 현대와 수원 삼성 중 어느 팀을 이겼을 때 더 기쁠 것 같은가?
= 울산과의 경기는 스트레스를 굉장히 많이 받을 것 같다.(웃음) 반대로 수원전은 재미있게 축구하면서 이겨보고 싶다. 수원은 지난 시즌 우리가 승리하지 못했던 팀 중 한 팀이고, 막바지에 중요한 길목에서 발목을 잡힌 기억도 있다. 그래서 김도훈 감독님이 계신 울산보다는 수원을 더 이겨보고 싶다. 

사진= 윤경식 기자, 인천 유나이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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