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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뷰] ① 이기형 감독이 회상하는 꿈같았던 ‘3개월’

[인터풋볼=인천] 유지선 기자= ‘리그 10위’ 등극의 기쁨이 이토록 짜릿할 수 있을까. 지난 시즌 냉탕과 온탕을 오가며 여럿의 마음을 쥐락펴락했던 ‘생존왕’ 인천 유나이티드의 이야기다.

인천 입장에서 지난 시즌은 다시 떠올리기 싫은 한해였다. 5월 말이 돼서야 시즌 첫 승을 신고했고, 시즌 내내 강등권에 머무르며 생존 걱정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잇단 패배로 인해 그라운드 위에서 무기력해지기까지 했다. 적어도 이기형 감독이 지휘봉을 잡기 전까지는 말이다.

결국 인천은 시즌 도중 김도훈 감독을 경질하는 초강수 카드를 꺼내들었다. 아프지만 분위기 전환을 위해 결단을 내린 것이다. 인천 구단의 선택은 결과적으로 ‘신의 한수’가 됐다. 정확히 10경기를 남겨둔 시점에 지휘봉을 넘겨받은 이기형 감독이 팀을 빠르게 추슬렀고, 과감한 변화와 맞춤형 전술로 무기력하게 처져있던 인천에 숨을 불어넣었다. 그라운드 위 선수들은 물론이며, 관중석에 있는 팬들의 표정도 하나둘 밝아지기 시작했다.

불가능해보였던 인천의 클래식 잔류, 그러나 이기형 감독은 부임 후 ‘6승 3무 1패’의 성적표를 받아들며 그 어려운 것을 해냈다. 꿈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이기형 감독이 정식 감독이 된 지 한 달 반이 흐른 지난 12일, “안 입던 양복을 입으려니까 저 스스로가 제일 어색하더라고요”라며 머쓱해하던 이기형 감독을 만나 꿈같았던 지난 시간을 되돌아봤다.

#1. ‘3개월’ 만에 이뤄낸 정식 감독 승격

- 부임 후 3개월 만에 대행 딱지를 떼고 인천의 정식 감독이 됐다. 계약서에 사인을 하고난 뒤 어떤 기분이었는가?
= 계약서에 사인을 하고 나오면서 ‘한 번 해보자’하며 각오를 새롭게 다졌다. 감독 계약을 마치고 나오니까 그제야 ‘아, 내가 이제 진짜 한 팀을 맡아서 하는 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 책임감이 딱 피부로 느껴졌다. 선배님들과 가족 등 그동안 이 자리까지 올 수 있게 도와주신 분들도 생각났다.

- 아들이 인천 유스팀인 대건고 U-18팀에서 뛰고 있는데, 정식 감독이 된 후 기분이 남달랐을 것 같다.
= 사실 아들이 부담을 가질까봐 걱정스러웠다. 좋은 점들도 있지만, 사람들이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들에게도 ‘너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수도 있다. 그러나 네가 아빠 아들로 태어나서 축구를 하기로 한 이상 상황에 잘 대처해야 하고, 말도 더 신중하게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 인천 구단과 이례적으로 1+1년이 아닌 2년 계약을 맺었다. 구단의 두터운 신임을 보여주는 대목인데?
= 감독 대행을 맡게 되면서 위기 상황을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한 경기 한 경기에 집중하느라 시간이 정신없이 지나갔는데, 시즌을 마치고 나서 돌이켜보니 ‘선수들과 함께 정말 힘든 일을 해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구단에서도 그런 부분을 높이 평가해준 것 같다. 고맙게 생각하고 있으며, 그만큼 무거운 책임감이 느껴진다. 실망시켜드리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 ‘이기는 형’이란 별명을 얻기까지

- ‘6승 3무 1패’ 구단이 신임할만한 성적표다. 지난 시즌 갑작스럽게 팀을 맡고, 첫 경기가 FC 서울과의 경인더비였는데 부담감이 상당했을 것 같다.
= FC 서울은 리그 1, 2위를 달리고 있던 팀이었고, 우리는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부담감이 굉장했다. 그러나 축구라는 스포츠는 의외성이 많고, 어떻게 준비하고 그라운드 위에서 구현하느냐에 따라 생각지도 못한 결과가 나온다. 자신감을 갖고, 안 될 것이란 생각을 버리자고 나 스스로에게 체면을 계속 걸었다. 선수들도 나 못지않게 긴장되고 스트레스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우연치 않게 서울전을 승리하면서 선수들이 ‘우리도 마음먹고 준비하면 해낼 수 있구나’하는 자신감을 갖게 됐고, 이후 팀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 부담감이 상당한 경기였음에도 불구하고, 포메이션 변화와 선수 포지션 변화 등 대대적인 변화를 줬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
= 원래 대담한 성격은 절대 아니다.(웃음) 그동안 몇몇 경기를 통해 어떻게 해줬을 때 선수들이 승패를 떠나 그라운드 위에서 원 없이 모든 것을 쏟고 나오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선수들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데, 사소한 몇 가지로 인해 막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 몇 가지가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포메이션을 바꾸고, 선수들을 새롭게 투입한 것이다.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무언가를 스스로 할 수 있게 도와준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

- 그 외에도 최종전에서 이태희를 선발로 내보내거나, 쯔엉 선발, 김용환 전진배치 등 모험적인 변화가 많았다. ‘내가 생각해도 정말 과감한 변화였다’ 싶은 것이 있다면?
= 어느 것 하나를 꼽기가 힘들다. 그때는 그런 용기가 어디서 나왔는지 모르겠다. 잘 됐으니까 지금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것 같다.(웃음) 감독대행을 맡으면서 선수들에게 약속한 것이 있다. 라인업이 고착화되는 느낌이 있었는데, 그것부터 깨겠다고 했다. 실제로 경기에서 선수들의 기량 차는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 조그만 차이인데, 그 차이는 적극성이나 투쟁심으로 충분히 만회할 수 있다.

그래서 첫 미팅에서 ‘지금 이 순간부터 너희의 하나하나를 다 지켜볼 생각이다. 이름, 나이, 경험 유무를 떠나서 간절함이 묻어나는 선수를 기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로 변화하는 모습이 보이는 선수들이 몇몇 있었고, 실제로 기회를 줬을 때 그 선수들이 굉장히 잘해줬다. 그러다보니 주전 선수들도 분발하게 되고, 나머지 선수들도 ‘아, 나한테도 기회가 올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 그 덕분에 과감한 변화가 가능했다.

- 선수들의 투쟁심 때문이었을까, 지난 시즌 인천에 유독 극적인 경기가 많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 잔류를 확정짓고 팬들이 그라운드로 내려오셨던 수원 FC와의 최종전 경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평생 잊지 못할 경기다. K리그 역사상 그런 장면을 다시 만들 수 있을까하는 의문도 든다. 특히 조덕제 감독님에게 감사했다. 수원 FC의 강등이 확정된 상황에서도 배려해주시고, 축하인사를 건네주셨다. 팬들이 그라운드로 내려온 상황에서도 잡음을 만들지 않으시고 오히려 좋은 말씀을 해주셨는데 정말 존경스러웠다.

- 지난 시즌 활약으로 ‘이기는 형’이란 별명도 얻었다. 기분 좋은 별명이지만 부담감도 상당할 것 같은데?
= 감독 자리는 그런 부담감을 피할 수 없는 것 같다. 이제는 선수들도 어떤 점이 문제였는지 잘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처음부터 간절한 마음가짐을 갖고 경기에 나섰다면 다른 상황이 펼쳐질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선수들에게 올해도 그런 마음을 가지고 뛰자고 했다. 동계훈련부터 지난 시즌 마지막 10경기를 떠올리면서 준비하다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3. 아팠던 지난 시즌으로부터 얻은 교훈

- 새 시즌을 구상하면서 어떤 부분에 가장 신경을 썼는가?
= 우리 팀만 선수를 영입한 것이 아니다. 다른 팀들도 좋은 선수들을 보유한 상황에서 저마다 전력 보강을 하고 있다. 올해도 매 경기가 힘들 거라고 생각한다. 냉정하게 봤을 때, 인천이 우승할 수 있는 전력은 아니다. 따라서 수비적으로 나서야 하는 경우가 많지만, 공격을 만들어가는 작업을 좀 더 가다듬고 싶다. 지난 시즌에는 케빈을 활용해 단순한 공격을 펼쳤는데, 올해는 이타적이고 좀 더 세밀한 공격을 하고 싶다.

- 사실 인천은 시민구단이라는 특성으로 인해 선수 영입 등 준비과정에서 현실의 벽에 부딪힐 때가 많았다. 새 시즌 준비를 위해 계획한 것이 어느 정도 실현됐는가?
= 인천은 매년 동계훈련을 떠날 때, 새로운 선수 영입이나 기존 선수들과의 재계약 문제가 마무리되지 않은 적이 많았다. 그래서 구단에 가장 먼저 요청한 것이 외국인 선수를 비롯해 국내 선수 영입을 1차 전지훈련 떠나기 전에 마무리해달라는 것이었다. 구단이 적극적으로 나선 준 덕분에 1차 훈련을 떠나기 전에 선수단 구성이 이뤄졌다. 팀을 하나로 만들려면 충분한 시간이 필요한데, 전술 훈련을 집중적으로 할 수 있게 돼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 일찌감치 선수단 구성을 마쳤지만, 주전급 선수들을 대거 떠나보낸 것은 그동안의 패턴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는데?
= 그렇다. 올해도 베스트 멤버 중 8, 9명이 팀을 떠났을 정도로 변화가 많았다. 선수 변화가 많으면 팀을 만들기 위한 시간도 그만큼 더 필요하다. 이 부분이 걱정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동계훈련 기간에 얼마나 집중해서 팀을 만들어 가느냐에 따라 고민에서 벗아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일찌감치 선수단 구성이 마무리됐기 때문에 그 다음은 나와 코치들의 몫인 것 같다. 이전 시즌과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선수들과 문제점들을 공유하면서 팀을 잘 만들어가겠다.

- ‘무한 경쟁’은 인천 상승세의 핵심이었다. 그러나 김도훈 감독 체제에서도 무한 경쟁 이후 어느 순간 라인업이 고착화됐었는데,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은 없는지?
=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시즌 도중 위기 상황에서 팀을 맡았을 때와 처음부터 팀을 맡아서 시즌을 준비할 때는 분명 차이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경기운영 방식도 달라져야 하고, 매 경기 접근법도 달라야 한다. 지난 시즌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동계훈련 때 좋은 모습을 보인 선수들에게 기회가 먼저 가겠지만, 나태해지거나 간절함이 사라지면 언제든지 다른 선수들에게 기회를 줄 생각이다.

* 1월 18일 오전, 2편에서는 새로운 출발을 앞둔 이기형 감독의 포부와 구체적인 시즌 준비과정을 다룬다. 

사진= 윤경식 기자, 한국프로축구연맹, 인천 유나이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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