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이현민 기자=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이 잘 싸우고도 이란에 고배를 마셨다.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8일 오후 9시 55분 이란 테헤란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열린 평가전에서 석연찮은 판정 속에 0-1로 패했다. 40년 묵은 아자디의 저주, 이번에는 기필코 깨뜨리겠다고 다짐했건만 역시 쉽지 않았다.

내년 1월 아시안컵을 대비해 이란과 치른 마지막 평가전. 이 경기를 통해 세 가지 문제를 드러냈다. 물론 주심의 오심이 가장 큰 문제였지만.

#1. 템포

한국은 초반부터 주도권을 쥐고 공세를 올렸다. 이란은 이를 예상한 듯 잔뜩 라인을 내리고 있다 역습과 세트피스로 맞섰다. 이란은 약팀이 강팀을 상대하는 전형적인 선 수비 후 역습 전략을 꺼내 들었다. 한국 4명의 공격진인 이근호(최전방)-손흥민(좌)-구자철(2선 중앙)-이청용(우)은 쉼 없이 스위칭 해가며 상대 수비를 공략했다. 특히 아크 부근에서 짧게 주고-들어가고-침투하고 몇 차례 위협적인 기회를 만들었다. 하지만 전반 30분이 지나면서 체력이 떨어진 모습이었다. 공격에 집중하다 수비로 전환할 시 속도가 초반에 비해 현저히 떨어졌다. 초반부터 ‘정말’ 많이 뛰었고, 고지대라는 걸 감안한다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현상이다. 아쉬운 점은 칼을 뽑았으면 확실히 벨 수 있는, 득점이 필요했다. 아니면 적당히 치고 빠지는 템포 조절이 필요했다. 전후반 30분~40분 사이에 위기를 맞은 이유다. 후반, 한국은 골을 넣으려 라인을 올렸고, 이란은 아껴왔던 힘을 조금씩 쏟아 부었다. 후반 중반 이후 전반과 똑같은 상황이 연출됐다. 37분 위험지역에서 프리킥을 내줬다. 아즈문이 김진현을 차징하며 헤딩슛했다. 이것이 득점으로 인정됐다. 위기를 넘기지 못한 것. 체력이 저하돼 막판에 치고나갈 힘이 없었다. 시간과 상황에 따른 템포 조절이 아쉬웠다.

#2. 빌드업

슈틸리케 감독은 이번 중동 원정을 준비하며 ‘30초’ 공격을 강조했다. 우리지역에서 첫 패스를 시작으로 문전에서 마무리가 30초 안에 이뤄져야 하는 게 포인트다. 우리가 볼을 소유했을 때, 볼을 빼앗았을 때 모두 가능한 일이다. 만약, 중원에서 볼을 가로챘다면 30초가 아닌 15초 안에 마무리가 이뤄질 수 있다. 이란전에서 이 30초 공격은 이뤄지지 않았다. 물론 상대가 수비에 치중하다 보니 우리가 준비한 플레이를 제대로 활용할 수 없었다. 그러나 기회가 없던 것도 아니었다. 대표적으로 전반 30분이다. 미드필드 측면에서 볼을 가로챈 이근호가 구자철에게 패스 했다. 이때 3대3 역습 상황이었다. 손흥민이 우측에서 공간을 벌리며 스타트했고, 수비수와의 거리를 어느 정도 떼어놓았다. 하지만 구자철이 전진패스를 하는 바람에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 전후반 내내 후방에서 만들어가는 빌드업이 전무했다. 막판 박주영, 남태희, 조영철을 연달아 투입했으나 반전은 일어나지 않았다. ‘빌드업’ 아직은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3. 공간활용

4-2-3-1. 여기서 3과1, 4명으로 공격을 풀어가기는 힘들다. 2명의 미드필더 중 한 명을 공격적으로 세우고, 풀백이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하는 게 이 포메이션의 특징이다. 전반, 왼쪽에 위치한 윤석영의 공격 가담은 활발했다. 손흥민과 자리를 바꾼 이청용이 왼측면에서 자신의 장점인 돌파로 기회를 만들었다. 손흥민 역시 왼측면에서 중앙으로 치고 들어오며 강력한 슈팅으로 골을 노렸다. 헌데, 윤석영은 상대 수비를 잘 벗겨내고도 크로스가 문제를 보였다. 윤석영 반대편에 있는 김창수가 몇 번이나 손을 흔들었고, 프리한 상황이었지만 볼 배급이 안 됐다. 수비도 윤석영 쪽에 쏠려 있었다. 전반 내내 왼쪽에 너무 공격이 치우쳤다. 후반에는 중앙 공격의 비중이 높아져 풀백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이는 중앙 미드필더와도 빌접한 관계가 있다. 박주호-기성용 조합이 나쁘지 않지만, 패스 공급이나 밸런스의 강약 조절이 잘 안 됐다. 상대 빈틈을 적절히 활용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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