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파주] 정지훈 기자= 보통은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데, 신태용 감독은 위에서 아래로 내려왔다. 한국 축구가 어려울 때마다 신태용 감독은 소방수를 자처했고, 이번에는 감독의 공석으로 어려움을 겪던 U-20 월드컵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았다.

또 신태용이었다. 대한축구협회는 내년 한국에서 열리는 ‘2017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을 불과 7개월 앞둔 상황에서 2년 동안 팀을 이끌어온 안익수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놓자, 21일 기술위원회를 열어 다양한 후보군을 염두에 두고 논의를 진행했다.

후보군은 다양했다. U-19 대표팀을 임시로 맡아 인상적인 지도력을 보여준 정정용 감독부터 프로에서 활약했던 감독들까지 다양했다. 결과적으로 정정용 감독과 함께 올림픽 대표팀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신태용 A대표팀 코치가 최종 후보로 올랐고, 결국 신태용 감독이 선택됐다.

이유는 분명했다. 일단 이용수 기술위원장은 “내년에 우리나라에서 U-20 월드컵이 열리는데 시간이 별로 없는 상황이다. 이에 여러 가지를 고려했고, 국제 대회 경험이 풍부한 감독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이에 신태용 감독이 적임자라 생각했고, 연령별이든 올림픽이든 메이저 대회 본선에서 예선을 통과한 적이있는 신태용 감독을 선택했다”며 신태용 감독을 선임한 이유를 설명했다.

한 마디로 특급 소방수다. 한국 축구가 어려울 때 항상 신태용 감독이 있었다. 지난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실패로 홍명보 감독이 물러난 후 대표팀 감독직은 잠시 공석이었다. 이때 신태용 감독이 임시적으로 지휘봉을 잡았고, 이후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선임되면서 자연스럽게 코치진으로 합류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2016 브라질 올림픽을 앞두고 팀을 성공적으로 이끌던 이광종 감독이 병마로 인해 지휘봉을 내려놓자, 당시에도 신태용 감독이 소방수로 투입돼 올림픽 8강 진출이라는 성과를 만들기도 했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왔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분명 신태용 감독은 A대표팀에 머물면 2018 러시아 월드컵을 경험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았고, 어쩌면 차기 A대표팀 감독직의 유력한 후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신태용 감독은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고, 오히려 이 상황을 즐겼다.

이에 대해 신태용 감독은 “그냥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집에서는 남들은 밑에서 위로 올라가는데, 왜 당신은 위에서 밑으로 내려가냐고 말한다. 그러나 저의 생각은 다르다. 무엇보다 인정받은 것 같아 기쁘다. 우리나라에서 U-20 월드컵이 열리는데 좋은 성적을 거둬야 한국 축구의 위상이 올라간다. 이용수 위원장님께서 연락이 왔을 때 감사하다고 말씀드렸다”며 U-19 대표팀 감독직을 수락한 배경을 밝혔다.

이어 신태용 감독은 “이것도 운명이다. 대회가 끝난 후 제 운명은 모르겠다. 일단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야 다음을 기약할 수 있다. 만약 제가 A대표팀에 있었다면 러시아 월드컵을 경험할 수 있었겠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미래는 제가 잘해야 얻을 수 있다. 올림픽을 치른 경험을 가지고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물론 성적이 좋지 않으면 몸값이 떨어질 수도 있지만 그런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리스크가 크면 클수록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자신감 있는 포부를 밝혔다.

올림픽 대표팀 감독과 A대표팀 코치를 맡으며 지도력을 인정받은 신태용 감독. 그러나 그는 모험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고, 한국 축구의 위상을 위해 기꺼이 위에서 아래로 내려왔다.

사진=윤경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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