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유지선 기자= 이제 겨우 반 바퀴를 돌았지만 분위기는 최종전 못지않다.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노란불이 켜진 상황에서 슈틸리케호가 우즈베키스탄을 상대로 놓칠 수 없는, 놓쳐선 안 되는 한판승부를 펼친다.

한국은 오는 15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우즈벡을 상대로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5차전 경기를 치른다. 한국은 현재 승점 7점으로 3위, 우즈벡은 승점 9점으로 2위에 랭크돼 있다. 본선 무대에 직행할 수 있는 1, 2위에 오르기 위해 두 팀 모두 승리가 필요하다.

어느새 순위가 3위로 내려앉은 한국은 여유를 부릴 틈이 없다. 이 경기에서 패한다면, 2위 우즈벡과의 격차가 승점 5점으로 벌어진다. 2017년 세 차례나 원정길에 올라야 하는 한국으로선 반드시 피해야 하는 상황이다. 아직 반바퀴를 돌았을 뿐이지만, 이 경기가 ‘단두대 매치’라 불리는 이유다. 한국으로선 우즈벡을 잡고, 2위로 새해를 맞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도 경기 전 기자회견에서 “내일 경기의 중요성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정도다. 상당히 많은 것들이 걸려있는 경기다. 우리의 목표는 2위 탈환”이라며 우즈벡전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각인시켰다.

시리아, 이란을 상대로 실망스러운 성적표를 받아든 슈틸리케 감독은 최근 ‘전술이 없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중요한 분수령으로 꼽히던 이란 원정에서는 ‘소리아 발언’으로 논란이 되며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자존심 회복을 위해서라도 승점 3점이 절실한 경기다.

캐나다전 승리로 자신감을 회복했지만, 선수단 안팎으로 캐나다전 승리를 냉정하게 바라보고 있는 분위기다. 그도 그럴 것이 FIFA 랭킹 110위인 캐나다는 최정예 멤버로 라인업을 꾸리지 않았고, 절실함도 없었다. 캐나다전 승리에 취해있을 수 없는 이유다. 슈틸리케 감독으로선 찰떡궁합을 자랑하던 이정협이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고, 득점포까지 가동했다는 점이 어깨를 으쓱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우즈벡전을 앞두고 측면과 짧고 빠른 패스를 강조했다. 공간을 쉽게 내주지 않는 우즈벡을 패스 플레이로 흔들어놓겠단 계획이다. “빠르고 정확한 패스 플레이를 해야 한다. 이것이 캐나다전에서 발견한 개선해야 할 점”이라며 슈틸리케 감독이 직접 언급해 꼬집기도 했다. 실제로 한국은 우즈벡전을 앞두고 가진 공개 훈련에서 짧은 패스를 주고받으며, 패스 정확도를 끌어올리는 데 주력했다.

그러나 수비 불안 해소가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될 과제다. 한국은 지금까지 4경기에서 6득점 5실점을 기록했다. 득점은 A조 6팀을 통틀어 가장 높지만, 순위는 득점에 비례하지 않았다. 적지 않은 실점이 번번이 발목을 잡은 것이다. 반면 A조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란은 4득점을 기록하는 데 그쳤지만, 단 한 골도 허용하지 않으며 승점을 차곡차곡 쌓았다.

안정적인 수비가 우선시돼야 그 이상을 기대해볼 수 있다. 한국은 장현수를 중앙으로 복귀시키며 캐나다전에서 새로운 수비 조합을 시험했다. 박주호와 윤석영, 홍철, 김창수, 최철순 등 가용할 수 있는 수비 자원의 폭도 넓어졌다. 이제 문제는 최상의 조합으로 라인업을 꾸리고, 수비 조직력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가장 많은 골을 터뜨리고도 원하는 결과를 챙기지 못했던 슈틸리케호, 우즈벡전에서는 영리한 경기운영이 필요하다.

공교롭게도 우즈벡전이 치러지는 11월 15일은 슈틸리케 감독의 62번째 생일날이기도 하다. 슈틸리케 감독이 우즈벡전을 승리로 장식하고, 기분 좋은 생일날을 보낼 수 있을까? 우즈벡전 승리는 최근 여러모로 지쳐있는 한국은 물론이며, 슈틸리케 감독에게도 가장 기분 좋은 선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 윤경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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