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수원월드컵경기장] 서재원 기자= 본선이 6개월 밖에 남지 않았는데, 아직 선장이 없다. 기대를 모은 정정용(47) 임시 감독은 정식 감독직을 고사했다. ‘비상사태’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상황이다.

한국은 12일 오후 7시 30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4개국 친선대회 2016 수원 컨티넨탈컵 U-19 국가대표 국제축구대회 3차전, 나이지리아전에서 3-0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한국은 전승으로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은 불과 한 달 전, 아시아축구연맹(AFC) U-19 챔피언십에서 조별예선 탈락이라는 쓴맛을 봤다. 조별리그에서 2승 1패를 기록했고, 사우디아라비아, 바레인과 승점과 상대 전적(1승 1패), 상대 전적 골득실(0)에서 모두 동률이 됐지만, 상대 전적 다득점에서 밀려 아쉽게 탈락했다.

이 대회의 파장은 컸다. 무엇보다 선장을 잃었다. 지난 2014년 12월 청소년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돼, 약 2년 동안 현 연령대 대표팀을 이끌었던 안익수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한국에서 개최되는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코리아 2017’를 불과 7개월을 앞둔 상황에서 말이다.

그로인한 충격이 우려됐다. 아직 성인이 되지 않은 선수들이기에 더욱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 연령대 선수들에게 분위기와 흐름의 중요성은 두말할 것도 없기 때문이다. 이에 AFC U-19 챔피언십의 부진을 만회하고, 스스로의 자신감을 되찾기 위해서라도 이번 대회에서의 성공이 절실했다. 

결과적으로 이번 대회를 통해 목표했던 바를 달성했다. 정정용 감독이 임시적으로 팀을 이끈 이번 대표팀은 이란(3-1승), 잉글랜드(2-1승), 나이지리아(3-0승) 등을 차례로 꺾었고, 3전 전승으로 대회에서 우승했다. 한 달 전 충격적인 결과를 잊게 할 만한 완벽한 반전이었다.

결과뿐 아니라 내용도 그랬다. 여러 가지 환경적 요인도 존재했지만, 어찌됐든 3경기 모두 보는 이들을 만족시키는 경기력을 선보였다. 모든 선수들이 이전보다 공격적이었고, 화끈했다. 자신감이 넘쳐 보이는 게 눈에 들어올 정도였다. 이는 이승우만 봐도 그랬다. 그는 마치 족쇄가 풀린 듯이 자유롭게 움직였고, 매 경기 꾸준한 활약을 펼쳤다.

이에 정정용 감독의 지도력이 화제를 모았고, 그가 이 대표팀을 정식적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이번 대회를 성공적으로 이끌었기에 명분도 확실했다. 

그러나 정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나이지리아전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정식 감독직 여부에 관한 질문을 받았고, 이에 “제 생각은, 저는 제 자리로 돌아가겠다는 것이다. 제가 해야할 역할은 따로 있다. 한국에는 정말 훌륭한 지도자들이 많고, 그들 중 누군가가 월드컵을 잘 지휘할 거라 믿는다”고 감독직을 고사했다.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그였기에 그 아쉬움은 더욱 컸다. 이승우 역시 “모든 선수들이 정정용 감독과 함께 하고 싶어 한다”며 “지난 3경기에서 긍정적인 부분이 나왔고, 더 나은 플레이를 펼쳤던 이유였다. 우리 모두 정정용 감독과 함께하고 싶다”고 밝혔다.

대한축구협회의 입장도 난처해졌다. 정정용 감독은 여론뿐 아니라 선수들까지 선호하는 감독이었고, 정식 감독으로 승격시켜도 전혀 손색없는 후보 중 한 명이었다. 그러나 스스로 나서 감독직 고사를 밝혔으니,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결국, 한국은 본선을 6개월 남긴 지금에도 선장을 정하지 못했다. 협회는 “후임 감독을 11월말에 개최되는 기술위원회에서 선임할 계획”이라 밝혔지만, 선뜻 그 자리에 누가 오를까하는 의문도 드는 상황이다. 제 아무리 능력 있는 감독이 오더라도, 6개월 만에 본선을 준비하기엔 시간도 짧다.

어쩌면 현재 가장 완벽한 후보인 정정용 감독이 정식 감독직을 고사했다. 본선은 6개월 밖에 남지 않았는데, 선장이 없다. 개최국으로서 난감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이제 모든 선택과, 그에 따른 책임은 협회의 몫으로 남게 됐고, 차기 감독의 주인공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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