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예상했지만, 이 정도 역대급 명승부일 줄 아무도 몰랐다. 마치 짜놓은 각본처럼 최종전에서 맞붙은 전북 현대와 FC서울. 전북은 다득점이 유리해 비겨도 됐고, 서울은 무조건 승리가 필요했다. 수많은 스타 플레이어의 집합소답게 수준 높은 경기가 이어졌다. 명장인 최강희와 황선홍의 치열한 지략 대결, 관중 33,706명의 열기가 더해지면서 팽팽했다. 황선홍 감독이 이른 시간 박주영 카드를 꺼냈고, 후반 13분 오른발로 환상적인 결승골을 뽑아내 서울은 4년 만에 리그 정상에 올랐다. 황선홍 감독은 2013년 포항 스틸러스를 이끌고 최종전에서 울산 현대에 극적인 승리를 거둔 후 3년 만에 서울 사령탑으로 또 한 편의 드라마를 썼다. 반면, 3월 12일부터 10월 2일까지 33경기 무패(18승 15무)를 달리며 한때 ‘무패 우승’까지 노렸던 전북은 최종전에서 미끄러지며 왕좌에서 내려왔다.

하루 전 인천과 포항에서 희비(喜悲)가 엇갈렸다. 최하위 수원FC를 홈으로 불러들인 인천 유나이티드는 상대 맹공을 잘 차단했고, 후반 30분 김용환의 결승골로 1-0 승리를 챙겼다. 같은 시간 포항 스틸러스와 성남FC의 단두대매치에서 포항이 양동현의 결정적 한 방으로 이겼다. 포항 9위, 인천 10위, 성남은 11위로 추락했다. 성남은 챌린지 강원FC와 승강 플레이오프 1, 2차전을 치른다.

제주 유나이티드는 홈에서 상주를 꺾고 3위로 내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진출을 자축했다.

전남 드래곤즈-울산 현대, 수원 삼성-광주FC는 1-1로 리그 최종전을 마쳤다.

▲ 인천, 수원FC 꺾고 극적으로 클래식 잔류

90분 동안 생존 여부가 걸린 잔인한 승부가 펼쳐졌다. ‘닥공’을 외치던 수원 FC의 공격도 매서웠지만, 상대의 심리를 꿰뚫고 있던 인천이 전제척인 흐름을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 갔다. 초반부터 수원 FC를 강하게 압박한 인천은 전반전에만 무려 10번의 슈팅을 기록했을 정도로 공세를 펼쳤다. 그러나 전반전에는 이창근 골키퍼의 선방이 여러 차례 빛을 발했다. 수원 FC도 후반 시작과 동시에 서동현을 투입해 잠시 좋은 흐름을 탔지만, 이번에는 이태희 골키퍼의 슈퍼세이브가 인천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결국 인천은 후반 31분 권완규의 측면 크로스를 김용환이 천금 같은 결승골로 마무리하며, 극적으로 클래식 자력 잔류를 확정지었다.

# 감독 코멘트

인천 이기형 감독대행, “중요하고 부담감이 큰 경기였다. 선수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잘 따라준 덕분에 승리할 수 있었다. 인천 팀은 끈끈한 무언가가 있다. 선수들도 팬들의 기운을 받은 덕분에 포기하지 않았고, 팬들과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시너지 효과가 발생했다.”

수원FC 조덕제 감독, “마지막 끈을 잡기 위해 준비를 잘 했는데, 인천의 하고자하는 의지가 더 강했던 것 같다. 인천에 축하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아직 클래식 무대에서 무엇을 해내기엔 제가 많이 부족했던 것 같다. 1년 동안 함께 고생해준 선수들에게 고생했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 ‘박주영 결승골’ 서울, 전북 꺾고 극적인 역전 우승

승리는 곧 우승. 승점이 같은 전북과 서울이 마지막 경기에서 만났다. 경기는 초반부터 치열했고, 살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아슬아슬했다. 경기 초반 분위기는 전북이 가져갔다. 김신욱의 높이와 레오나르도-로페즈의 스피드를 이용해 서울을 두드렸다. 하지만 서울의 수비는 단단했다. 이후 박주영을 투입한 황선홍의 용병술이 적중하며 원정에서 전북에 일격을 가했다. 후반 13분 윤일록의 날카로운 패스를 박주영이 강력한 슈팅으로 마무리하며 경기의 균형을 깨트렸다. 남은 시간 전북은 이동국을 투입하는 등 총공세를 펼치며 동점골을 노렸으나 경기는 서울의 승리로 끝났다. 전북의 우승을 지켜보기 위해 찾아온 33,706명의 관중은 서울의 환호로 가득 찬 전주성을 지켜봤다.

# 감독 코멘트

전북 최강희 감독,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냉정해져야 한다. 2주 뒤 ACL 결승이 있다. 분명, 후유증이 있겠지만 냉정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팬들에게 죄송하다. 우승하지 못한 것은 감독이 책임져야 한다.”

서울 황선홍 감독, “사실 만족스럽지 않다. 전술적으로 아직 완벽한 상태가 아니다. 시간이 필요하고 더 만들어야 한다. 기뻐하긴 아직 이르다. FA컵도 남아있고 내년도 있다. 더 좋은 축구를 하고 싶다."

▲ 포항은 잔류, 성남은 승강 PO행

최순호 감독은 성남이 들고나올 전략, 교체 카드를 훤히 꿰뚫고 있었다. 초반부터 거세게 상대를 몰아쳤고, 전반 27분 양동현의 선제골로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이후 주도권을 잡았지만, 아쉽게 추가골을 기록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그라운드 내에서 긴장감이 돌았고, 팬들 역시 90분이 지나고 추가시간 4분까지 가슴 졸이며 경기를 지켜봐야 했다. 종료 휘슬이 울리자 그제야 선수들과 팬들은 미소를 지었다. 반면, 성남은 패배를 자초했다. 극단적인 수비 전술은 독이 됐고, 교체 카드도 먹히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간절함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볼 수 없었다. 결국, 같은 시간 인천이 승리해 11위로 추락했다. 구상범 감독대행은 경기 결과, 인천 소식을 듣고

# 감독 코멘트

포항 최순호 감독, “상대에 맞춰 우리가 의도한 대로 경기를 끌고 갔다. 후반에 승부를 걸려고 했는데 선제골이 일찍 나왔다. 이후 좋은 모습을 보였다. 추가골이 터졌다면 더 쉽게 경기를 풀어갈 수 있었는데 이점이 아쉽다. 앞으로 숙제다. 우리가 전력을 보강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서 드러났다. 확실히 마무리할 자원이 필요하다. 그러면 충분히 경쟁력 있는 팀이 될 것 같다.”

성남 변성환 코치, “우리가 원하는 결과를 만들지 못했다. 성원해주신 팬들께 실망을 안겨드려 죄송하다. 감독님이 오셔야 하는데 몸이 안 좋으셔서 내가 대신 왔다. 일단 승강 플레이오프를 하기 전까지 시간적 여유가 있다. 되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감독님과 이야기 후 남은 일정을 잘 준비하겠다.”

# 38라운드 베스트 11

FW

양동현(포항) : 최순호 감독 믿음에 보답한 간판 골잡이. 결승골로 포항은 잔류.

정조국(광주) : 교체로 들어가 후반 28분 페널티킥으로 무승부를 이끌어냄. 20골로 득점왕 등극.

박주영(서울) : 클래스를 입증했다. 후반 13분 오프사이드 트랩을 깨뜨린 후 박스 안을 파고들며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우승 선물.

MF

권순형(제주) : 제주를 3위에 올려놓은 중원의 열쇠. 2도움으로 팀의 3-0 완승을 뒷받침.

자일(전남) : 내년에도 전남에 반드시 필요하다는 걸 증명. 후반 막판 동점골로 건재 과시.

오스마르(서울) : 막강 화력을 자랑하는 전북을 맞아 투지 넘치는 플레이로 맞섰고, 수비를 보호하며 역전 우승을 이끎.

DF

김용환(인천) : 전진 배치된 뒤 훨씬 인상적인 모습을 봉니 김용환, 이날 경기서도 가장 활발할 공격을 펼쳤다. 후반 31분에는 천금 같은 결승골로 인천의 극적 잔류를 확정.

김광석(포항) : 이번 시즌 예전 같지 않은 모습으로 실망을 안겨줬다. 스스로 자책했다던 그는 운명이 최종전에서 성남 공격을 완벽히 차단하며 후방을 든든히 사수. 포항은 잔류 성공.

곽태휘(서울) : 녹슬지 않은 기량,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전북의 필살기 김신욱을 철저히 봉쇄.

고광민(서울) : 전반에는 왼쪽, 후반에는 오른쪽에 위치해 악착같은 수비로 상대 공세를 차단. 레오나르도, 로페즈, 후반에 투입된 고무열도 고광민을 넘지 못했다.

GK

이태희(인천) : 오랜만에 선발 기회를 얻은 중요한 경기에서 수차례 선방으로 인천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후반전 브루스의 헤딩 슈팅을 선방한 것이 가장 대표적. 부담감을 이겨내고 승리의 숨은 일등공신으로 활약했다.

▲ 시즌 기록 및 개인 수상자

우승 : 서울 / 준우승 : 전북

ACL 진출팀 : 서울, 전북, 제주, FA컵 우승팀(서울이 수원에 승리 시 4위 울산이 0.5장 획득)

득점왕 : 정조국(광주) / 도움왕 : 염기훈(수원)

▲ 잔류냐 승격이냐, 성남 vs 강원 승강 PO

우승, ACL 전쟁은 끝났다. 그러나 아직 끝나지 않은 생존 다툼. 클래식 11위 성남과 챌린지 플레이오프를 뚫고 온 강원은 최종 180분 대결을 펼친다.

1차전 : 11월 17일(목) 19시 강릉종합운동장

2차전 : 11월 20일(일) 15시 탄천종합운동장

그래픽=유지선, 박주성 기자

사진=윤경식 기자

종합=인터풋볼 취재팀


저작권자 © 인터풋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