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이현민 기자= 모든 초점이 박주영(29, 알 샤밥)과 정성룡(29, 수원 삼성)에 맞춰질 때 조용한 반란을 꿈꾸는 선수가 있다. 바로 이근호(29, 엘 자이시)다.

이근호는 오는 14일 요르단, 18일 이란과의 두 차례 평가전에 소집됐다. 11일 국내파와 동아시아 지역에서 뛰는 선수들보다 먼저 숙소에 짐을 풀었다. 중동에서 열리고, 최근 좋은 흐름을 이어가고 있어 대표팀에서 어떤 활약을 펼칠지 기대를 모은다.

지난달 이근호는 대표팀 소집에서 제외됐다. 이유는 9월 군 전역 후 곧바로 카타르 엘 자이시로 이적했다. 적응을 위한 배려였다. 적응은 순조로웠다. 10월 3일 알 샤일리야와의 데뷔전에서 도움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이달 1일에는 알 샤하니야를 상대로 두 골을 넣으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현재 리그 7경기에서 2골 3도움, 역시 2012년 AFC 올해의 선수상 출신답게 어느 리그에서 통한다는 걸 증명했다.

이번에 슈틸리케 감독이 이근호를 어디에 두고 활용할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이근호의 활동량과 배후 돌파 등 장점을 고려한다면 2선 중앙 공격수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박주영이 최전방에 배치되고 이근호가 약간 처질 수 있다. 만약, 유일한 원톱 자원인 박주영이 제 몫을 못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지난달 평가전에서 썼던 제로톱을 가동해, 이근호를 전방으로 올려 시험할 수 있다. 경쟁자는 부상에서 회복한 구자철(마인츠), 남태희(레퀴야 SC), 조영철(카타르 SC)로 꼽힌다.

측면에서 뛸 가능성은 낮다. 최근 독일과 잉글랜드에서 맹활약 중인 손흥민(레버쿠젠), 이청용(볼턴)이 버티고 있다. 둘은 지난달 평가전에서도 슈틸리케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현 대표팀의 에이스이자 붙박이다. 여기에 김민우(사간 도스), 한교원(전북 현대)도 출격을 기다리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부임직후 모든 선수를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 시킬 것이라 했다. 예전에 어떤 모습을 보였던 간에 현재 소속팀에서 출전하고 어떤 상황인지, 대표팀 유니폼을 입었을 때 얼마나 장점이 발휘되고 팀에 융화되느냐가 우선이다. 이근호 지금까지 잘해왔지만, 그 역시 재평가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이근호는 이번 평가전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선수가 아닌가 싶다. 단숨에 스타덤에 오른 선수가 아닌 밑에서부터 한 계단씩 차근차근 밟아온 노력파 중 한 명이다. 실력과 함께 ACL, 브라질 월드컵 등 수많은 국제대뢰 경험을 지녔다. 이번에 소집된 선수 중 가장 많은 A매치(69회 출전 19골)에 나섰다. 이번에는 또 어떤 플레이로 팬들의 눈을 즐겁게 만들지 기대할 수밖에 없다.

그는 지난 9월 14일 전역 이틀 전 K리그 클래식 마지막 경기였던 전남전이 끝난 후 “아직 내 나이 서른이다. 축구 할 시간이 많이 남았고, 축구화를 벗는 그날까지 최선을 다하는 게 도리며 그것이 프로다. 대표팀에 꾸준히 뽑힐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그 약속을 지켜가고 있다.

이런 마음가짐이라면 내년 1월 호주에서 열리는 아시안컵에 충분히 나설 수 있다. 그러려면 이번 평가전에서 슈틸리케 감독의 마음을 훔치는 게 우선이다.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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