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신문로] 정지훈 기자= 위기의 순간 돌아왔다. 한국 축구의 레전드 차두리가 대표팀이 위기에 빠진 순간 영웅처럼 돌아왔고, 러시아 월드컵 진출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내겠다고 다짐했다

한국 축구의 레전드 차두리가 27일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의 전력분석관으로 선임됐다. 활동 기간은 다음달 7일로 예정된 대표팀 소집일부터 내년 러시아 월드컵 예선 한국팀의 마지막 경기까지로 했다. 기간 연장 여부는 예선이 끝난 이후 다시 협의할 예정이다.

독일에서 지도자 연수중이던 차두리는 26일 귀국했고, 선임이 발표된 27일 오후 2시 서울 신문로 아산정책연구원 강당에서 이용수 기술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선임에 따른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이용수 위원장은 “이란 원정에서 네쿠남이 선수들과 이야기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도 대표 선수 경험이 있는 좋은 지도자가 형님 역할을 하면서 대표팀 안에서 좋은 분위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A라이선스가 없어 문제가 될 수 있는데 저를 욕했으면 좋겠다. 비난에 대한 부담도 있겠지만 좋은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 대표팀 분위기를 이끌어갔으면 좋겠다”며 차두리 선임 배경을 밝히면서 많은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어 차두리는 “항상 대표팀은 제게 특별한 곳이고, 소중했던 곳이었다. 대표팀 상황이 어려운 것은 모든 분들이 알고 있다. 모두의 목표는 러시아 월드컵을 가는 것이고,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다. 우리 모두의 목표, 하나의 목표다. 목표를 위해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내겠다.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준비를 잘하겠다”며 소감을 밝혔다.

# 돌아온 차두리, 왜 전력분석관인가?

대표팀으로 돌아온 차두리의 직함은 코치가 아닌 전력분석관이다. 이유가 있었다. 최근 차두리는 독일에서 지도자 연수를 받았지만 대표팀 코치진에 필요한 A라이선스를 아직 취득하지 못했고, B라이선스만 보유하고 있었다. 이에 이용수 위원장을 비롯한 기술위원들은 차두리가 실질적으로는 막내 코치의 역할을 수행하지만 라이선스 문제로 인해 일단을 전력분석관이라는 타이틀을 부여했다

논란이 있을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러나 이용수 위원장은 “라이선스가 문제가 될 수 있는데 저를 욕했으면 좋겠다. 일단 슈틸리케 감독도 차두리의 코치진 합류를 예전부터 원해왔고, 차두리도 긍정적이었다. 예전에 잉글랜드 대표팀에 베컴이 합류할 때 활용했던 방식인데 차두리가 전력분석관으로 합류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코치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만약 내년에 차두리가 A라이선스를 취득한다면 계약을 다시 해 코치진의 일원으로 포함시킬 것이다. 당연히 차두리는 곧바로 벤치에 앉을 것이다”며 논란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노력했다.

차두리 역시 자신의 역할을 확실히 알고 있었고, 현재로써는 지도자가 아닌 후배들의 든든한 선배 또는 형님으로 대표팀에 합류해 분위기를 반전시킬 것이라 다짐했다.

이에 대해 차두리는 “선수들이 무엇을 걱정하고, 무엇에 힘들어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 조금은 선수들의 마음의 짐을 덜어주고 싶다. 국가대표팀의 모든 선수들이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절대 아시아에서는 그 어떤 팀과도 비교할 수 없고,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능력이 있어도 자신감이 없다면 어떤 것을 이뤄낼 수 없다. 전력 분석보다는 선수들과 대화를 통해 분위기를 반전시키겠다”고 말했다.

# 이용수 위원장, 왜 차두리를 선택했나?

사실 차두리는 이제 막 지도자 연수를 시작했고, 경험이 풍부하지 않다. 이런 이유로 차두리가 아직은 대표팀 코치로 합류하는 것이 이르다는 반응도 있었고, 대표팀을 거친 많은 선배들이 있음에도 차두리를 선택한 것은 의외라는 평가도 있었다.

그러나 이용수 위원장의 생각은 달랐다. 이에 대해 이용수 위원장은 “대표팀 출신 지도자들도 당연히 있다. 그러나 현재 상황에서 차두리 분석관의 장점은 세 가지라 생각한다. 하나는 가장 최근에 아시안컵을 준비하면서 슈틸리케 감독과 오랜 시간을 보냈다는 점. 두 번째는 독일어가 된다는 점. 세 번째는 차두리가 성실하고, 대표팀 선수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도움을 줄 수 있다는 판단이 있었다. 기술위원장으로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차두리에 대한 믿음을 전했다

# 대표팀으로 돌아온 차두리, 형님 리더십을 기대한다!

종합적으로 볼 때 현 대표팀에서 차두리의 역할을 매우 중요하다. 이란 원정 이후 소통의 문제가 나온 만큼 슈틸리케 감독과 선수들의 가교 역할을 해줄 적합한 인물은 차두리였고, 현 대표팀 선수들이 가장 존경하는 선수도 차두리였다. 이에 실제로는 차두리의 역할이 더 클 것으로 보이고, 전력 분석 뿐만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다양한 역할을 소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이용수 위원장은 “대표팀에 문제가 있어서 차두리를 합류시킨 것은 아니다. 다만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가라 앉아 있는 상황에서 차두리 분석관의 합류는 형님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외부와 대표팀과의 소통도 중요하다. 조금 더 편안하게 외부적인 소통을 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차두리 분석관이 합류해서는 좀 더 나은 소통이 될 수 있을 것이다”며 차두리에게 형님 리더십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차두리 역시 자신의 역할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 일단 차두리는 현 대표팀 선수들의 자신감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대표팀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워주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차두리는 “굉장히 부정적인 시선으로 대표팀을 바라보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팀이 어려울 때면 항상 그렇다. 대표팀이 어려운 상황은 맞다. 무언가가 엇박자가 있기 때문에 경기력이 좋지 않다. 선수들이 조금은 프로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순간 기분이 나쁘겠지만 대표 선수로서 마음가짐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대표팀은 단순히 왔다가는 곳이 아니고, 혼신의 힘을 다해야 한다. 대표팀은 돈이 아닌 마음으로 뛰는 곳이다. 안 좋은 것들이 있다면 제가 가운데서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 선수들이 마음 편하게 경기를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이어 차두리는 “지금 대표팀 상태를 이야기한다면 그 어떤 전술도 소용이 없다. 지금은 선수들의 분위기고, 자세다. 선수들의 자세가 완벽해졌을 때 전술과 전력 분석이 필요하다. 이란 원정이후 자신감이 많이 떨어져있다. 전력 분석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많은 대화를 통해 분위기를 만들어가야 한다. 자신감 회복이 중요하다”며 자신감 회복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차두리의 목표는 오로지 대표팀의 성공이었다. 이를 위해서는 선수들이 현재는 대표팀에만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차두리는 “밖에서 많은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상관이 없다. 현재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을 해야 하고, 대표팀 내부에서 해결해야 한다. 결론은 이겨서 러시아 월드컵을 가야 한다. 이제는 더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모든 것을 오픈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평가는 운동장에서 평가를 받겠다. 지금은 선수들이 귀를 닫고 마음으로 대표팀을 위해 뛰어야 한다”며 선수들에게 조언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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