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이란(테헤란)] 정지훈 기자= 변명에 급급했고, 하지 말아야할 선수 탓까지 했다. ‘갓틸리케’라 불리던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11일 오후 11시 45분(한국시간) 이란 테헤란에 위치한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열린 ‘숙적’ 이란과의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4차전에서 아즈문에 선제골을 내주며 0-1로 패배했다. 이로써 한국은 42년 묵은 아자디의 저주를 풀지 못하는 동시에 이란을 상대로 굴욕적인 4연패를 당했다.

슈틸리케 감독의 별명은 ‘갓틸리케’다. 지난 2014년 한국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은 이후 승승장구하며 이런 별명을 얻었고, 특히 지난 2015년에는 최고의 해를 보내며 한국 대표팀을 월드컵 최종 예선 진출로 이끌었다.

그러나 진정한 시험대는 아시아 최종 예선이었다. 지난해에는 주로 한국보다 낮은 수준의 팀들을 상대했다면 최종 예선에서는 비슷한 실력을 갖춘 아시아 팀들과 경쟁해야 했고, 잠시라도 삐끗한다면 곧바로 패배로 이어질 수 있는 상대였다.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 6월 스페인과의 평가전에서 1-6 대패를 당하면서 슈틸리케 감독의 재평가가 시작됐고, 최종 예선이 시작되면서 고전하는 모습을 보이자 확실히 여론이 바뀌었다. 그래도 결과는 만들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중국, 시리아, 카타르를 상대로 경기력은 좋지 않았지만 2승 1무의 성적을 기록하며 이란전을 준비했다.

이란은 진정한 라이벌팀이었다. 결과적으로 할 말이 없는 완패였다. 이날 한국 대표팀은 전반부터 이란의 날카로운 공격에 밀리며 찬스를 만들지 못했고, 수비다 또 다시 흔들리며 이른 시간에 실점을 내줬다. 이후 슈틸리케 감독의 승부수는 전혀 통하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공격, 수비 모두에서 불안함을 노출하며 완패를 당했다.

가장 아쉬웠던 것은 경기력이 아니었다. 가장 큰 문제는 슈틸리케 감독의 최악 발언. 대표팀 감독으로서 하지 말아야할 발언이었고, 자신들을 믿고 따라 와준 선수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말이었다.

경기 후 슈틸리케 감독은 “우리 팀이 전반 30분 동안 보여준 모습은 매우 실망스러웠다. 이란이 강했다. 일대일 경합을 할 때 우리는 쓰러졌고, 자신감이 떨어졌다. 공격 작업에서 좋지 못했고, 이란의 피지컬에 밀렸다. 안타깝게도 우리 팀에는 카타르의 세바스티안 소리아 같은 스트라이커가 없어서 패배했다”고 말하며 자신의 선수들을 보호하지 않았다.

한국 대표팀의 간판 공격수 손흥민 역시 아쉬움을 표현했다. 경기 후 손흥민은 “별로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다른 선수를 언급하시면서 까지 선수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것은 많이 아쉽다. 선수들도 최선을 다했고, 저희도 잘하려고 했지 못하려고 한 것은 아니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써 역사를 쓰려고 노력했고, 각자 팀에서는 잘하는 선수들이다. 좋은 선수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감독님의 생각이시기 때문에 반대할 것은 없다. 우리가 잘해야 할 것 같다”며 진한 아쉬움을 표현했다.

결과적으로 슈틸리케 감독의 리더십이 완벽하게 무너졌다. 아직은 기다려줘야 한다는 여론이 있었지만 이란전 이후에는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고, 특히 슈틸리케 감독의 실망스러운 발언에 팬들도 등을 돌렸다.

어쩌면 다음 달 안방에서 열리는 우즈베키스탄전이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다. 만약 우즈베키스탄에도 패배한다면 한국 대표팀은 월드컵에 진출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고, 그렇게 된다면 슈틸리케 감독의 자리도 장담할 수 없다.

사진=윤경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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