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이란(테헤란)] 정지훈 기자= 한 마디로 최악의 발언이었다. 이란 원정을 떠난 취재진 모두 잠시 귀를 의심했고, 이번 발언은 대표팀 감독으로서 하지 말아야할 최악의 발언이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11일 오후 11시 45분(한국시간) 이란 테헤란에 위치한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열린 ‘숙적’ 이란과의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4차전에서 아즈문에 선제골을 내주며 0-1로 패배했고, 이란을 상대로 4연패의 늪에 빠졌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완패였다. 이날 한국 대표팀은 공격, 중원, 수비 모두에서 이란을 압도하지 못하며 답답한 경기력을 보여줬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 최선을 다했지만 완벽한 패배를 인정해야 했다.
그러나 대표팀 감독으로서 선수 탓을 해서는 안됐다. 물론 경기는 선수들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적당한 비판은 가능하지만 선수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발언은 옳지 못했다. 그러나 슈틸리케 감독은 자신을 보호하면서 선수들을 탓했고, 심지어 카타르 국가대표 공격수 세바스티안 소리아 같은 공격수가 없다고 대놓고 말했다.
경기 후 슈틸리케 감독은 “우리 팀이 전반 30분 동안 보여준 모습은 매우 실망스러웠다. 이란이 강했다. 일대일 경합을 할 때 우리는 쓰러졌고, 자신감이 떨어졌다. 공격 작업에서 좋지 못했고, 이란의 피지컬에 밀렸다. 안타깝게도 우리 팀에는 카타르의 소리아 같은 스트라이커가 없어서 패배했다”고 말하며 자신의 선수들을 보호하지 않았다.
슈틸리케 감독의 발언은 확실히 최악이었다. 이번 발언은 자신의 무능함까지 드러내는 발언이었다. 사실 한국 대표팀에는 소리아보다 뛰어난 공격수들이 많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를 정복하고 있는 손흥민도 있고, 유럽 무대에서 뛰는 석현준과 지동원도 있다. 그러나 이런 공격수들을 가지고 득점을 만들지 못한 것은 슈틸리케 감독의 전술적인 문제였고, 이번 발언으로 자신의 무능함을 인정한 꼴이 됐다.
손흥민 역시도 슈틸리케 감독의 무책임한 발언에 실망할 수 밖에 없었다. 물론 손흥민은 선수들의 경기력이 문제가 있었다며 모든 책임은 선수들에게 있다고 말했지만 서운함까지 감출 수는 없었다.
이에 대해 손흥민은 “별로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다른 선수를 언급하시면서 까지 선수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것은 많이 아쉽다. 선수들도 최선을 다했고, 저희도 잘하려고 했지 못하려고 한 것은 아니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역사를 쓰려고 노력했고, 각자 팀에서는 잘하는 선수들이다. 좋은 선수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감독님의 생각이시기 때문에 반대할 것은 없다. 우리가 잘해야 할 것 같다”며 진한 아쉬움을 표현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란 원정을 떠나기 전 자신을 향한 비판 여론에 아쉬움을 표현하며 이란 원정을 가지 말아야겠다는 무책임한 발언을 이미 한 번 했다. 그러나 이번 발언은 이를 넘어선 최악의 발언이었고, 선수들의 사기까지 떨어트릴 수 있는 말이었다.
사진=윤경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