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K리그 클래식 33라운드에서 모든 관심이 남은 상위 스플릿 티켓 두 장에 쏠려 있었다. 전남 드래곤즈, 상주 상무, 성남FC, 광주FC 4팀 중 누가 주인이 될지 경기 전부터 뜨거웠다. 그러나 생각보다 싱겁게 끝났다. 공교롭게 전남은 제주 유나이티드(0-2), 성남은 포항 스틸러스(1-4), 광주는 FC서울(1-2)에 나란히 패했다. 상주는 사투 끝에 선두 전북 현대와 1-1로 비겼다. 32라운드가 끝난 후 순위와 변동 없이 전남과 상주가 사상 첫 상위 스플릿에 진출했다. 1강 전북은 33경기 무패(18승 15무)로 무패 우승에 5경기를 남겨두게 됐다.

상위 스플릿 : 전북(1위), 서울(2위), 제주(3위), 울산(4위), 전남(5위), 상주(6위)

하위 스플릿 : 성남(7위), 포항(8위), 광주(9위), 수원(10위), 인천(11위), 수원FC(12위)

상위 전쟁이 싱거운 대신 강등 전쟁은 피 튀겼다. 같은 시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치러진 시즌 세 번째 ‘수원더비’에서 수원FC가 수원 삼성을 5-4로 꺾고 역사적 첫 승과 함께 강등권 탈출의 희망을 이어갔다.

인천 유나이티드는 특급조커 송시우를 앞세워 울산 현대에 3-2로 짜릿한 승리를 거두고 5경기 무패(3승 2무)를 질주했다.

*10위부터 12위 강등 전쟁(11위 챌린지팀과 플레이오프, 12위 챌린지 강등)

수원 삼성(승점 37점)/인천(승점 35점)/수원FC(승점 33점)

치열한 승부만큼 기록 풍년으로 물든 라운드다. 6경기에서 모두 26골이 터졌다. 이는 클래식 통산 단일 라운드 최다골로 지난 8월 17일 6경기 25골 기록을 넘어섰다. 아무래도 수원더비 9골 영향이 컸다. 수원더비에서 나온 9골은 역대 클래식 한 경기 최다골로 지난 2013년 6월 26일 수원과 전북의 5-4 스코어와 타이다.

클래식은 잠시 휴식이게 들어간다. 남은 5경기에서 어떤 스토리가 탄생할지 궁금하다.

▲ ‘최순호 복귀’ 효과에 발목 잡힌 성남, 상위 스플릿 탈락

결과론적이지만 홈에서 승리했다면 가능했을 상위 스플릿이다. 상대는 올 시즌 부진 속에 최친철 감독이 물러서고 최순호 감독이 8년여 만에 복귀한 포항. 상위 스플릿 경쟁팀이었던 상주가 전북과 맞붙었기에 희망을 가질 수 있었던 대진이었지만 스스로 그 기회를 차버렸다. 전반 중반 심동운에게 페널티킥 선제골을 허용하며 주도권을 빼앗겼다. 피투의 재기 넘치는 코너킥 직접 골로 1-1 균형을 맞췄지만 후반 들어 템포와 전진 수비를 강조한 최순호 감독의 포항에 골 세례를 맞으며 무너졌다. 성남의 기적 같은 상위 스플릿 합류가 아닌 최순호 감독의 NEW포항이 기대되는 한판이었다.

# 감독 코멘트

성남 구상범 감독대행, “후반에 선수들이 득점을 못 한 게 결과적으로 실점하면서 많이 다운된 게 사실이다. 후반에 변화를 주면서 동기가 생길 것이라 봤지만 몸이 무거워지면서 패한 것 같다.”

포항 최순호 감독, “경기를 빠르게 하는 건 우리가 할 수 있지만 상대를 빠르게 하려면 전진수비를 해야 한다. 그게 축구의 수준을 높이는 것이고 앞으로도 계속 선수들에게 요청할 생각이다.”

▲ ‘간절함의 차이?’ 수원더비가 남긴 것들

간절함의 차이였을까? ‘꼴찌’ 수원FC가 수원 삼성을 잡고 5-4 대역전승을 거뒀다. 수원FC는 ‘수원더비 첫 승’이란 기쁨을 남겼지만, 수원 삼성은 또다시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정규리그 최종 라운드에서 가장 비중이 떨어지는 경기로 보였지만, 뚜껑을 열어 보니 그 반대였다. 스플릿 결정과는 상관없이 두 수원은 정말 뜨겁게 맞붙었고, 90분 동안 9골이나 만들어냈다. 전반에만 5골이 터졌고, 분명 앞서고 있던 쪽은 수원 삼성이었다. 그러나 후반은 달랐다. 수원FC는 후반 22분 브루스, 후반 33분 김민제의 연속골로 다시 승부를 뒤집었고, 후반 45분까지 4-3의 리드를 지켰다. 전광판의 시간은 정지됐고, 그렇게 끝날 것 같던 경기는 7분의 추가시간에 완전히 뒤틀렸다. 수원 삼성도 간절하긴 마찬가지였고, 후반 46분 김종민이 극적인 동점골을 넣으며 다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하지만 수원FC는 후반 51분, 종료 직전에 김병오가 더욱 극적인 골을 넣었고, 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던 경기는 5-4 수원FC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경기 후 수원FC는 축제를 즐겼지만, 수원 삼성은 또 팬들과 마주해야 했다.

# 감독 코멘트

수원 삼성 서정원 감독, “골이 많이 났는데, 우리도 간절했지만 수원FC가 더 간절했던 것 같다. 축구에서 실수가 큰 영향을 끼치는 데, 오늘도 그 점이 작용했던 것 같다.”

수원FC 조덕제 감독, “정말 승점 3점이 필요한 경기였다. 선수들이 이렇게까지 해줄지 몰랐는데, 이 기쁨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 ‘특급조커’ 송시우, 인천에 승점 3점 선물

뜨거운 명승부의 승자는 인천이었다. 사실, 관심 밖 경기였다. 같은 시간 다른 경기장에서는 남은 상위 스플릿 티켓 주인공을 가리기 위한 최후 혈투, 수원더비가 열렸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양 선수들은 ‘우리도 관심을 가져달라’고 시위하듯 초반부터 불꽃 튀는 접전을 벌였다. 경기 시작 3분 만에 인천이 선제골을 뽑아냈다. 김도혁이 울산 페널티박스 좌측 빠르게 파고들어 크로스한 볼이 김성환, 김용대를 맞고 자책골로 연결됐다. 한방을 얻어맞은 울산은 전반 20분 동점을 만들었다. 상대 문전에서 한상운의 패스를 김승준이 터치 후 오른발 슈팅으로 득점했다. 후반 5분 인천은 문전 혼전 상황에서 권완규가 수비수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왼발 슈팅으로 골을 뽑아냈다. 기쁨도 잠시. 울산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후반 12분 코바의 크로스를 멘디가 헤딩골로 연결해 경기를 원점으로 돌렸다. 경기장은 달아올랐다. 팽팽한 흐름은 지속됐다. 인천은 후반 15분 송시우, 울산은 17분 이정협 카드로 승부수를 던졌다. 인천의 카드가 적중했다. 후반 20분 김도혁의 중거리 슈팅이 골대를 맞고 나오자 송시우가 문전으로 쇄도하며 발로 밀어 넣었다. 수세에 몰린 울산은 맹공을 펼쳤으나 끝내 동점골을 넣지 못했다. 간절함에서 앞선 인천이 승점 3점을 손에 넣었다.

# 감독 코멘트

울산 윤정환 감독, “오늘로써 33라운드가 끝났다. 상위 스플릿 진출을 확정한 후 열린 경기였다. 선수들이 마지막까지 열심히 했는데 집중력 부족으로 승리를 놓쳤다. 인천도 같은 조건이었지만, 갑자기 날씨가 더워졌다. 선수들의 안일한 생각이 패배로 이어졌다. 세 골을 내준 장면은 되짚어 봐야 한다. 앞으로 절대 나와서는 안 된다. 인천이 한 발 더 뛰고 간절했던 것 같다.”

이기형 감독대행, “울산이 홈이라 공격적으로 나오고, 격렬한 경기가 될 거로 예상했다. 공격과 수비에서 선수들이 많이 부딪혔고,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했다. 더불어 골도 많이 나왔다. 상대는 기술 좋은 선수들이 많고, 이미 상위 스플릿에 올랐다. 쉽게 생각하면 위험한 상황이 많이 나올 것 같았다. 그래서 수비에 더욱 중점을 두고, 상대가 나온 공간을 이용해 플레이했다. 이 부분을 선수들이 잘 이해해줬다.

# 33라운드 베스트 11

FW

송시우(인천) : 인천의 특급조커다웠다. 후반 교체로 들어온 지 5분 만에 결승골을 터트리며 인천에 값진 승점 3점 선물.

김병오(수원FC) : 후반 19분에 투입된 김병오는 경기 흐름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후반 33분 팀의 4번째 골을 도왔고, 결승골을 만들며 수원더비의 영웅으로 등극했다.

MF

김도혁(인천) : 인천 중원에 없어서는 안 될 보물 같은 존재. 부지런히 뛰며 상대와 중원 다툼에서 우위를 점했고, 후반 20분 강력한 중거리포로 송시우 결승골에 기여.

이창민(제주) : 대포알 중거리 슈팅으로 팽팽한 0의 균형을 깨뜨리며 제주를 3위로 견인.

문창진(포항) : 경기 후 최순호 감독이 문창진의 교체 고민을 “잘 참았다”고 평했을 만큼 좋지 않은 컨디션에도 경기를 가르는 기술의 중요성을 보여줬다.

무랄랴(포항) : 묵직한 오른발 슈팅은 경기 내내 성남 골문을 위협했다. 접전 중이었던 후반 12분 김동준 골키퍼의 기를 죽이는 ‘무회전’ 중거리 슛으로 결승골을 기록했다.

윤일록(서울) : 후반에 교체로 들어와 추가시간 천금 결승골을 뽑아내며 서울의 2연승을 이끌었다.

DF

김민제(수원FC) : 왼쪽 수비수로 출전한 김민제는 경기 내내 활발한 오버래핑으로 수원 삼성을 괴롭혔다. 수비적인 부분에선 아쉬움이 남지만, 팀의 4번째 골을 성공시키며 경기 흐름을 바꿨다.

백동규(제주) : 이광선, 권한진과 함께 스리백을 구축하며 전남의 공격을 잘 차단.

권완규(인천) : 후반 5분 혼전 상황에서 상대 수비수를 비집고 들어가 골망을 흔들었고, 수비에서도 끈기와 투혼을 발휘.

GK

오승훈(상주) : 상주 텐백 최후의 보루였다. 전북의 막강화력을 단 1실점으로 막아내며 상위 스플릿 진출을 이끎.

그래픽=유지선, 박주성 기자

사진=윤경식 기자

종합=인터풋볼 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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