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이태중 기자

리버풀 팬들이 단단히 뿔났다. 브랜단 로저스 감독이 5일 새벽(한국시간) 열린 레알 마드리드와의 UEFA 챔피언스리그 원정경기에서 백업 멤버를 다수 기용하며 0-1로 졌기 때문이다.

팬들은 경기에 져서 화가 난 게 아니다. 그래도 명색이 잉글랜드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함께 가장 찬란한 역사를 지닌 명문 팀이 경기를 포기한 인상을 줬기 때문이다.

영국 언론 ‘텔러그래프’는 5일 ‘리버풀 팬들은 다시는 그런 경기를 용서하지 않을 것(Anfield fans will not accept such a gamble again)’이라는 헤드라인을 뽑았다.

이 언론은 ‘레알전 종료 5분 전 4500여명의 리버풀 원정 팬들이 모두 일어나 이스탄불의 기적을 노래했다’며 ‘리버풀은 언제나 주어진 상황에서 최고의 선수들이 출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게 바로 전통’이라며 로저스 감독을 신랄히 비판했다.

로저스 감독이 단순히 수비를 튼튼히 해 ‘비기기 작전’으로 나간 건지 아니면 승산이 없으니 ‘경기를 포기한’ 건지는 본인만이 알 수 있다. 그러나 경기장에서 드러난 모습은 거의 포기 쪽에 가까웠다. 물론 그게 아니라도 팬이나 언론은 그렇게 믿을 수밖에 없다.

최근 부진한 성적에도 불구하고 자부심 하나로 살아왔던 리버풀 팬들로서는 분노를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텔러그래프’는 ‘안필드 팬들의 인내는 한계에 왔다. 앞으로는 정말 팀의 전통에 맞게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팬들은 리버풀이 또다시 포기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정말 폭발할 것이다.

이제 리버풀은 주말에 열리는 첼시와의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홈경기를 준비해야 한다. 조세 무리뉴 첼시 감독이 로저스를 향해 “챔피언스리그에서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며 특유의 독설을 날렸다.

로저스가 첼시전에서 좋은 결과를 낸다면 레알전 포기(또는 수비 강화?)가 용서받을 수 있다. 하지만 결과가 나쁘다면 팬들로부터 더욱 거친 비판을 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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