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유지선 기자= 맨체스터 시티의 골문을 든든하게 지켜온 ‘부동의 수문장’ 조 하트(28)를 향한 팬들의 사랑은 여전했다. 그러나 따뜻함도 잠시, 하트가 마주한 현실은 냉혹하기만 하다.

맨시티는 25일 오전 3시 45분(한국시간) 잉글랜드 맨체스터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슈테아우어와의 2016-17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후반 11분 델프의 골에 힘입어 1-0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맨시티는 1, 2차전 합계 6-0으로 본선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이날 최대 관심사는 단연 하트였다. 리그 두 경기에서 벤치를 지킨 하트는 슈테아우어전에 선발 출전해 올 시즌 들어 처음 팬들 앞에 섰다. 하트 특유의 안정감은 여전했으며, 후방에서 수비라인을 다잡으며 동료 선수들에게 힘을 불어넣는 모습도 보였다. 특히 백패스를 받았을 시엔 상대 진영으로 길게 올리기보다 짧은 킥을 시도하며,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눈에 들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하트의 노력에 팬들도 뜨거운 성원으로 답했다. 후반 20분경 관중석에 있는 팬들이 하트를 향해 우렁찬 박수를 보내며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하트로선 백 마디 말보다 가슴 깊이 전해지는 울림이었다.

실제로 하트는 경기 종료 후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축구를 하면서 특별한 밤이 많았지만, 오늘밤 느낀 감정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였다. 절대 잊지 않을 것”이라며 팬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맨시티 팬들과 하트가 그라운드에서 하나의 스토리를 만들어낸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다. 하트는 과르디올라 감독이 선호하는 유형의 골키퍼가 아니기 때문이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발기술이 뛰어난 골키퍼를 선호한다. 정확도 높은 패스를 통해 후방에서부터 빌드업의 시발점 역할을 해주길 기대하는 것이다. 그로인해 과르디올라 감독이 맨시티 지휘봉을 잡는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부터 하트의 벤치행이 예견되기도 했다.

설상가상으로 클라우디오 브라보 골키퍼가 맨시티에 합류하게 되면서 하트는 ‘3순위’ 선택지로 밀려날 위기에 처했다. 하트의 재능을 고려했을 때, 의아한 상황인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잔루이지 부폰도 최근 인터뷰에서 “다비드 데 헤아와 마누엘 노이어가 현시대의 가장 뛰어난 골키퍼라면, 그 뒤를 잇는 하트보다 높은 수준을 보여주는 골키퍼는 없다”며 현 상황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나 하트와 브라보의 지난 시즌 스탯을 비교해봤을 때, 과르디올라 감독의 결정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패스 부문에서 하트가 브라보의 기록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경기당 패스 성공 횟수(16 : 6)는 물론이며, 패스 성공률(85% : 56%), 볼 배급 성공률(86% : 59%)마저 저조했다. 평균 패스길이(27.7m : 42.8m)가 2배 가까이 긴 것도 흠이었다.

물론 하트는 이날 경기서 100%의 패스 성공률을 기록하며 변화된 모습을 보였다. 이에 하트는 “우와, 돼지도 날 수가 있군요”라며 농담을 건넸다. 그동안의 설움이 녹아있는 말이기도 하다. 짧은 패스 위주였다고 하지만, 과르디올라 감독의 입맛에 맞게 자신의 스타일을 버렸다는 사실만으로도 분명 의미 있는 변화다.

그러나 과르디올라 감독의 반응은 여전히 싸늘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경기 종료 후 영국 ‘스카이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하트가 팀의 레전드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팬들이 그를 얼마나 아끼는지 확인할 수 있어 행복하다. 그러나 나는 결정을 해야 하는 입장이다. 그 선택이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말이다”라며 하트를 향한 팬들의 뜨거운 성원에도 냉정함을 잃지 않았다.

하트의 머릿속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적시장 마감이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하트가 어떤 결정을 내릴까? 하트 역시 SNS에 게재한 글의 마지막엔 이적을 암시하는 듯한 ‘한때 파란색’이란 태그를 걸며 이적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사실을 넌지시 내비쳤다. 

그래픽= 유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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