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김기태 기자

UEFA 챔피언스리그. 모든 축구선수들이 동경하는 꿈의 무대다. 당연히 최고의 선수들만 그 무대에 오를 수 있다.

그런데.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의 명문 아스널의 골문을 완전 신인이 지킨다. 그 주인공은 아르헨티나 출신 에밀리아노 마르티네스. 그는 23일 새벽(한국시간) 벨기에 안더레흐트의 판덴스톡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안더레흐트와의 2014-15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원정경기에 선발로 출전한다.

올해 22살인 마르티네스는 지난 2011년 아스널에 데뷔한 이래 1군 공식 경기에 달랑 2차례 출전한 적이 있다. 두 번 모두 잉글리시 리그컵이다. 하지만 프리미어리그, 챔피언스리그 등 가장 중요한 경기에는 전혀 뛰어본 적이 없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원래 아스널 1군에는 폴란드 대표 보이체흐 슈체스니, 콜롬비아 대표 다비드 오스피나 2명의 골키퍼가 등록돼 있었다. 그런데 슈체스니는 경고 누적으로, 오스피나는 허벅지 근육 부상으로 각각 결장한다. 결국 아스널 2군 소속이던 마르티네스가 갑자기 ‘콜-업’ 돼 중요한 경기에 선발로 나서게 됐다.

아스널은 챔피언스리그 D조에서 1승 1패를 기록, 2승의 도르트문트에 이어 2위에 올라있다. 만약 안더레흐트를 꺾는다면 조 2위를 확실히 굳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비록 안더레흐트가 전성기에 비해서는 전력이 약해졌다고는 해도 결코 만만히 봐서는 안 된다.

이를 의식한 듯 아르센 벵거 아스널 감독은 “마르티네스에게 골문을 맡기는 게 불안할 수도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현재로서는 대안이 없고, 그는 아르헨티나 청소년 대표 출신이라 기량은 충분하다. 믿어야 한다”고 말했다.

마르티네스는 아르헨티나 명문 클럽 인데펜디엔테의 유스 아카데미 출신이다. 2010년 아스널 유스에 스카우트됐고, 2012년 아스널 1군으로 잠시 등록된 적이 있다. 그리고 옥스퍼드 유나이티드, 셰필드 웬즈데이 등으로 잠시 임대 생활을 하다 복귀했다.

아르헨티나 U-17, U-20 대표를 모두 거친 축구 엘리트다. 체격(183cm)는 평범하지만 몸동작이 민첩하고, 상대 공격수가 가까운 거리에서 날리는 슈팅을 반사적으로 잘 막아낸다. 전체적인 볼 핸들링도 그런대로 괜찮은 편. 하지만 챔피언스리그같은 큰 무대에서 얼마나 긴장하지 않고 제 실력을 발휘하느냐가 문제다.

어찌됐든 마르티네스는 슈체스니, 오스피나 등 팀 선배들이 빠진 사이 결정적인 기회를 잡은 셈이다. 이 기회를 살리느냐 못 살리느냐는 전적으로 본인에게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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