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서재원 기자= 한국 선수들의 활약으로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그러나 우리가 EPL을 볼 수 있는 부분은 TV 위성 중계에 잡힌 모습이 전부다. 두 시즌동안 모 일간지 EPL 현지 통신원 역할을 수행한 필자의 경험을 통해, TV에서는 볼 수 없는 EPL 뒷이야기를 매주 '서재원의 EPL通'에서 풀어내고자 한다.[편집자주]

FA(잉글랜드 축구협회) 커뮤니티 실드가 3일 앞으로 다가왔다. 리그와 FA컵의 두 챔피언이 맞붙는 커뮤니티 실드는 EPL의 새 시즌이 시작했음을 알리는 신호탄과도 같다.

레스터 시티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오는 8일 자정(한국시간) 영국 런던에 위치한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2016 FA 커뮤니티 실드를 치른다. 레스터는 지난 시즌 EPL 챔피언의 자격으로, 맨유는 FA컵 우승팀의 자격으로 이 대회에 참가한다.

# 친선경기? 실제로는 엄청난 현장 열기

2002년 전까지 채리티 실드(Charity Shield)라 불린 커뮤니티 실드는, 그 이름 그대로 자선 경기 혹은 친선 경기의 색깔이 강하다. 때문에 EPL, FA컵, 리그컵 등에 비해 그 가치가 낮게 평가 받으며, 우승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편이다.

그러나 그 중요도에 비해, 실제 현지 팬들의 관심은 생각보다 엄청나다. 지난 시즌 첼시와 아스널의 맞대결에선 85,437명의 관중이 운집했고, 그 전 시즌엔 71,523명의 관중이 맨체스터 시티와 아스널의 경기를 찾았다.

필자가 현장에서 관전했던 2013 커뮤니티 실드, 맨유와 위건의 경기(맨유 2-0 승)에도 8만 명 이상의 관중(80,235명)이 몰렸다. 쉽게 구매할 줄 알았던 매치 티켓은 생각보다 구하기 어려웠고, 경기 전 웸블리 스타디움의 주변은 그 어느 결승전과 마찬가지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현장에서 직접 본 커뮤니티 실드의 열기는 기대 이상이었다. 당시 맨유는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의 은퇴 후 첫 시즌이었고, 필자를 비롯한 경기장을 찾은 팬들 대부분이 데이비드 모예스 (현 선덜랜드)감독과 새로운 맨유를 관심 있게 지켜봤다. 비록, 커뮤니티 실드는 프리시즌의 연장선이란 평가를 받기도 하지만, 새 시즌을 기대하고, 궁금해 하는 팬들에겐 놓칠 수 없는 경기 중 하나기도 하다.

# ‘108년의 역사’ 숱한 변화를 거친, 커뮤니티 실드

그 역사에서도 커뮤니티 실드의 의미를 찾아볼 수 있다. 1908년, 셰리프 오브 런던 채리티 실드(Sheriff of London Charity Shield, 1889~1907)를 대체해 ‘채리티 실드’란 이름으로 처음 시작된 대회는, 그 역사가 108년이나 된다. ‘셰리프 오브 런던 채리티 실드’까지 따지면 118년의 역사다.

그 오랜 역사가 속에서 커뮤니티 실드는 숱한 변화를 거쳤다. 첫 대회의 형식도 지금과는 달랐다. 당시에는 프로팀과 아마추어팀의 우승팀끼리 만났고, 이에 따라 풋볼리그(현 EPL) 챔피언 맨유와 서던리그(현 7~8부)의 챔피언 퀸즈 파크 레인저스(QPR)가 맞대결을 펼쳤다. 1차전에서 1-1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지만, 2차전에서 맨유가 4-0으로 승리하며 초대 챔피언이 됐다.

이후 대회에도 대회 형식은 조금씩 변화했다. 1913년엔 프로팀과 아마추어팀의 올스타전 형식의 대회가 열렸고, 1921년 대회에선 처음으로 리그 우승팀과 FA컵 우승팀이 맞붙었다. 1930년대에 이르러, 리그 우승팀과 FA컵 우승팀의 경기로 정착했지만, 1950년 대회에선 잉글랜드 대표팀과 캐나다 투어에 나서는 FA 올스타팀의 경기가 펼쳐졌다. 1961년 대회는, 토트넘이 20세기 처음으로 더블 우승(리그+FA컵)을 차지한 관계로, 토트넘과 FA 올스타의 경기로 진행됐다.

대회 일정과 장소, 규칙에도 변화가 있었다. 기존까지 이 대회는 시즌이 종료된 직후 개최됐지만, 1959년 대회부터 새 시즌 직전으로 일정이 옮겨졌다. 1974년 대회부터 웸블리 스타디움(구 웸블리)에서의 중립경기로 치러졌고, 1993년 EPL이 출범하면서 EPL 우승팀과 FA컵 우승팀의 대결로 확정돼 지금에 이르렀다. 특히 EPL 출범 이후, 무승부시 공동 우승으로 처리되던 규정이 사라지고, 승부차기를 통해 우승팀을 가려지게 됐다. 그리고 2002년부터 기존의 ‘채리티 실드’란 이름 대신 ‘커뮤니티 실드’란 명칭으로 다시 태어났다.

# 커뮤니티 실드, 역대 최강자는 맨유

커뮤니티 실드 초대 우승팀으로 기록돼 있는 맨유는 대회 최다 우승팀이기도 하다. 이 대회에 29회나 참가한 맨유는 총 20회의 우승(단독 16회, 공동 4회)을 차지했다. 그 뒤를 리버풀 15회(단독 10회, 공동 5회), 아스널 14회(단독 13회, 공동 1회), 에버턴 9회(단독 8회, 공동 1회), 토트넘 7회(단독 4회, 공동 3회) 등이 잇고 있다.

맨유는 지난 시즌 FA컵 우승팀 자격으로 이번 대회에도 참가한다. 2013년 대회 이후 3년 만에 우승컵을 노리는 맨유가, 이번 대회에서도 우승한다면 자신들의 최다 우승 기록을 21회로 늘릴 수 있다. 반면, 이번에 상대할 레스터는 이번이 역사상 두 번째 출전으로, 첫 출전한 1971년 대회에서 리버풀을 1-0으로 꺾고 우승한 바 있다.

맨유는 대회 한 경기 최다골 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FA에 따르면, 1911년 대회에서 맨유는 스윈던 타운을 8-4로 꺾었고, 당시 6골이나 터트렸던 하롤드 할스는 여전히 대회 한 경기 최다 득점자로 기록돼 있다. 맨유는 대회 최다 연속 출전 기록도 갖고 있는데, 1996년 대회부터 2001년 대회까지 6회 연속 출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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