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꽁꽁 숨었던 박주영(27, 아스널)은 올림픽대표팀을 그리워하고 있었다. 그리고 동석한 홍명보 감독은 왜 많은 선수들이 그를 따르고 올림픽팀에 애착을 갖는지 깨닫게 했다.

박주영은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홍명보 감독과 함께 가진 기자회견에서 병역 연기와 잠적 논란에 대한 자신의 심경을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은 병역 연기에 대한 입장 표명이 주목적이었다.

하지만 박주영의 말 속에 담긴 올림픽팀에 대한 진한 애정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올림픽팀 선수들과는 아름다운 기억이 있다. 승패를 떠나서 경기장에 있는 게 행복하다는 생각을 했다. 다시 한 번 그런 경기를 하면 행복할 것이다”라며 올림픽팀을 향한 특별한 감정을 드러냈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의 뜨거운 눈물이 떠오르는 발언이었다. 당시 박주영은 홍명보 감독의 지휘 하에 현재 올림픽팀의 근간을 이루는 선수들과 함께 뛰었지만 병역면제 혜택이 걸린 금메달 획득에는 실패했다. 그러나 올림픽팀은 이란과의 3, 4위전을 극적인 4-3 역전승으로 마친 후 선수단과 코칭스태프 모두 서로를 부둥켜 안고 펑펑 울며 진한 동료애를 나누는 감동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그 당시 박주영도 “후배들이 나에게 이제까지 느껴보지 못한 무언가를 깨우쳐 줬다. 축구를 떠나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을 배웠다”며 눈물을 닦았다. 이러한 올림픽팀에서의 추억이 음지에서 웅크리고 있던 박주영을 양지로 이끌어 내는 데 큰 힘을 발휘한 것으로 보였다.

게다가 이날 홍명보 감독은 기자회견에 함께 나온 계기에 대해 “박주영이 군대 안 가면 내가 대신 가겠다”고 농담을 던지면서 “솔직한 심정으로 이런 어려운 자리에 혼자 보내는 게 안타까웠다”며 박주영을 한껏 감쌌다. 이어 “박주영의 병역 논란이 해소되지 않은 채 올림픽팀에 합류하면 우리팀이 흔들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박주영에게 그 전에 해결을 해주면 좋겠다고 정확하고 솔직하게 이야기 했다”고 둘 사이에 나눈 교감을 전했다.

이에 박주영은 “올림픽 동메달은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올림픽팀에서 행복한 축구를 하고 싶다”며 개인의 욕심을 채우기에 앞서 팀에 녹아 들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일전에 올림픽팀의 주전 수비수 오재석은 “홍명보 감독님과의 시간이 3개월 밖에 남지 않았다. 매우 아쉽지만 그만큼 특별하고 뜻 깊은 시간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이렇듯 올림픽팀은 홍명보 감독의 탁월한 리더십 아래 선수들에게 행복을 주는 특별한 팀으로 잡았고, 본선을 앞두고 뜨거운 감자였던 박주영의 마음까지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장은 팀과 스타 선수 사이에서 중심을 잃지 않으며 전력을 강화시키는 감독, 그 감독을 믿고 따르는 선수, 선수들끼리의 진심이 담긴 화합 등 ‘되는 팀’ 홍명보호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자리였다.

채태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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