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장혁 기자

지난 21일 밤(한국시간) 프리미어리그에서 대이변이 일어났다. 레스터 시티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5-3으로 대역전승을 거둔 것.

레스터시티는 맨유의 막강한 공격진에 밀려 후반 17분까지 1-3으로 뒤졌지만 이후 연달아 4골을 터뜨리며 극적인 승리를 따냈다.

이날 레스터 시티 대역전승의 두 주인공이 있다. 중원에서 공격과 수비를 조율한 전 아르헨티나 대표 에스테반 캄비아소, 그리고 또 한명. 2년 전까지 잉글랜드 ‘5부 리그’에서 뛰다 레스터시티에 스카우트 된 공격수 제이미 바디다.

바디는 이날 전반 17분 정확한 패스로 에로나르도 울로아의 헤딩골을 어시스트했고, 3-3이던 후반 33분에는 역습상황에서 맨유 골키퍼 다비드 데헤아의 옆으로 정확한 역전골까지 터뜨렸다.

이 경기 후 세계 축구팬들은 “바디가 누구냐”며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바디는 잉글랜드 축구계에서 철저한 ‘비주류’였다.

1987년 1월 셰필드에서 태어난 그는 15살 때인 2002년 고향팀 셰필드 유나이티드의 유스 아카데미에 입단해 축구를 시작했다. 프리미어리그의 일반적인 스타들이 10대 초반에 유스 클럽에 들어가 기본기를 다진 것에 비하면 비교적 출발이 늦은 셈이었다.

그는 누구보다도 노력을 많이 했지만 셰필드 유스 팀에서 기회를 잡지 못하고 1년 만에 방출됐다. 결국 마이너클럽인 스톡포드 파크 스틸스의 유스 아카데미로 옮겨 축구를 계속했다.

그리고 20살 때인 2007년 스톡포드 1군에서 데뷔전을 치렀다. 이 팀은 영국의 8부 리그에 해당하는, 거의 아마추어 클럽이었다. 하지만 바디는 꿈을 잃지 않고 열심히 뛰었다. 그는 이 팀에서 3년 간 리그 107경기에 출전해 66골을 넣으며 주목을 끌었다.

그리고 2010-2011시즌 핼리팩스 타운으로 이적했다. 이 팀은 ‘컨퍼런스 프리미어’ 소속이다. 잉글랜드 클럽 시스템에서 ‘6부 리그’에 해당한다. 그는 낸트위치 타운전 해트트릭을 포함해 41경기에서 29골을 넣었다.

이제 아마추어 무대에서 바디는 꽤 이름난 공격수가 됐다. 그러자 한계단 상승할 기회를 잡았다. ‘컨퍼런스 프리미어’, 잉글랜드 5부 리그에 속한 플리우드 타운에서 영입제의가 왔다. 바디는 2011-12시즌 플리우드 타운에서 센터포워드 겸 윙어로 활약하며 36경기에 출전해 31골을 터뜨렸다. ‘5부 리그’로 승격하자마자 대박을 터뜨린 셈이다.

그리고 그에게 ‘빅 리그’ 진출의 기회가 열렸다. 2012년 여름 이적시장 때 잉글리시 리그챔피언십(2부 리그)의 레스터 시티가 최대 170만 파운드(기본 100만 파운드+추후 활약도에 따라 최대 70만 파운드 추가)의 이적료를 제시하며 스카우트 제안을 한 것. 이는 ‘넌-리그’ 소속 선수에게 지불한 역대 최고 액수였다.

그동안 아마추어 또는 세미 프로에서 꿈을 쫓으며 힘들게 축구했던 것에 비해 비록 2부 리그지만 제대로 된 프로선수 대접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바디는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꽉 움켜쥐었다. 2012년 8월 14일, 바디는 토퀘이 유나이티드와의 리그컵 경기에서 레스터 시티 데뷔전을 치렀다. 이 경기에서 그는 추가골을 터뜨리며 팀의 4-0 승리를 이끌었다. 잉글리시 리그 챔피언십에서는 8월 25일 블랙번을 상대로 첫 골을 넣었다.

그는 한때 큰 시련을 겪기도 했다. 퍼포먼스가 좋지 않은 날 일부 과격한 팬들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차마 입에 담을 수 없을 만큼 험한 비난을 해댔다. 이 때문에 바디는 마음에 상처를 받고 축구화를 벗을 생각까지 했다.

그때 흔들리던 바디를 잡아준 사람은 나이젤 피어슨 감독과 크레이그 셰익스피어 코치였다. 두 사람은 바디를 데려다놓고 따뜻한 말로 용기를 북돋워주고 자신감을 키워줬다. 두 지도자의 정성에 감명을 받은 바디는 다시 축구화 끈을 맸다.

바디는 2013-14시즌 미들즈브러와의 경기에서 시즌 오픈 골을 터뜨렸다. 출발이 매우 좋았다. 그는 경기마다 뛰어난 퍼포먼스를 보였고, 지난 시즌 리그 16골을 터뜨리며 팀을 프리미어리그로 진출시켰다. 소셜 미디어에서 그를 비난했던 과격한 팬들도 그의 팬으로 돌변했다. 그는 레스터 시티의 영웅이었다.

2014년 8월 19일. 바디는 구단과 2018년 여름까지 계약을 연장했다. 그에게는 정말 ‘꿈★이 이뤄진’ 셈이다. 그는 다른 선수들에 비해 늦게 유스 아카데미에 입단했고, 오랫 동안 아마추어 팀에서 활약하며 오로지 프리미어리그 운동장에 서보는 것이 꿈이었다. 본인의 엄청난 노력, 지도자의 도움, 그리고 약간의 행운이 따랐다.

바디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 역전승의 주인공이었다. 웨인 루니, 로빈 판페르시, 라다멜 팔카오, 앙헬 디마리아, 달레이 블린트, 다비드 데헤아 등 TV에서나 보던 월드 스타들을 상대로 승리의 주역이 된 것이다.

이제 바디는 프리미어리거가 됐다. 아마추어 ‘5부 리거’와는 차원이 다르다. 그가 앞으로 어떤 행보를 갈 지는 지켜봐야 한다. 더욱 성장해 잉글랜드 대표로 뽑힐 수도 있고, 이 상태에서 성장이 멈춰 ‘그저 그런 1명의 선수’로 은퇴할 수도 있다.

미래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건 바디가 꿈을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왔고, 기회를 잘 잡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가 이제까지 해왔던 것처럼 더 큰 무대에서 낙오하지 않기 위해 꾸준히 노력할 것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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