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장혁 기자

리오넬 메시(FC 바르셀로나)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

두 선수는 현 시점 지구상 최고의 선수들이다. 오죽했으면 네티즌들이 세계축구의 ‘양신(兩神)’이라고 이름을 붙였을까. 사실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PSG), 라다멜 팔카오(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에게 ‘인간계 최강’이라는 닉네임을 붙인 것도 어찌보면 메시, 호날두의 위대함을 입증하는 사례이기도 하다. 즐라탄과 팔카오가 어쨌든 ‘신계’는 아니니까(두 선수의 팬들은 흥분하지 마시길).

메시와 호날두, 두 선수를 동시대에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축구팬들은 행복하다. 마치 농구팬들이 미국프로농구(NBA)에서 마이클 조던(전 시카고불스)과 매직 존슨(전 LA 레이커스)을 동시에 봤던 것과 마찬가지다(물론 조던과 매직은 약간의 시간차가 있지만 1990-91시즌 NBA 파이널에서 맞붙어 조던이 승리한 바 있다).

메시와 호날두는 프리메라리가 득점왕, FIFA 발롱도르를 앞서거니 뒷서거니 주고받으며 세계축구를 양분해왔다. 두 선수가 세계최고라는 데 대해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그런데 두 선수는 올 시즌 과거와는 플레이 스타일이 달라져 눈길을 끈다.

먼저 메시. 그는 이제 완전히 공격형 미드필더로 내려앉았다. 올 시즌 3골-4도움으로 어시스트 부문 1위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그는 ‘올-라운드형 라이트윙’ 혹은 ‘폴스 9의 스트라이커’였다. 날카롭게 침투하거나 볼을 받아 드리블 해 3,4명을 제친 뒤 슈팅 또는 패스를 자유롭게 구사했다. 그러면서도 일단 골을 넣는 데 주력했다.

하지만 올 시즌 그는 뒤로 내려가 볼을 받아 동료들에게 연결해주는 역할을 많이 하고 있다. 22일 새벽 레반테와의 원정경기에서도 네이마르를 비롯한 동료들을 먼저 찾아 그들을 위한 플레이를 하고 있다. 만약 다음달 중순 센터포워드 루이스 수아레스가 합류하면 메시의 ‘플레이메이커’ 역할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디에고 마라도나는 80년대 초중반 섀도스트라이커였다. 그 절정이 86 멕시코 월드컵 우승이다. 그러나 80년대말~90년대 초 그는 더 뒤로 내려앉아 완전히 플레이메이커로 활약했다. 그리고 선수 생활을 94년까지 늘릴 수 있었다.

메시 역시 상대 수비수들로부터 거친 파울을 덜 당하면서 효율적으로 선수 생활을 연장할 수 있을 것이다.

호날두도 ‘트랜스포머’가 됐다. 그는 예전엔 레프트윙 또는 섀도 포지션에서 볼을 받아 본인이 드리블로 상대 수비를 벗겨내거나, 아니면 오픈 찬스에서 전력 질주 드리블로 20m 이상을 치고 들어가 해결(슈팅 또는 패스)을 했다. 그러면서도 대포알 같은 중장거리 슈팅과 문전에서의 감각적인 슈팅으로 많은 골을 터뜨렸다.

하지만 올 시즌엔 좀더 앞쪽(또는 가운데)에서 볼을 받는다. 이제는 센터포워드에 가깝게 플레이하고 있다. 물론 호날두가 이런 플레이를 할 수 있는 건 카림 벤제마의 ‘이타적(利他的)’인 플레이가 도움을 준 게 사실이다. 벤제마가 가운데 있다가 공간을 만들어주면 호날두가 그쪽으로 침투하거나 아예 처음부터 호날두가 센터포워드 위치에서 경기를 풀어나가는 횟수가 많아졌다

이제 호날두는 과거처럼 측면 또는 뒤쪽에서 볼을 받아 본인이 직접 해결해야할 스페이스가 좁아졌다는 뜻이다. 체력 소모를 줄이고, 가운데에서 집중력을 발휘해 최대한 많은 골을 터뜨릴 수 있도록 효율적인 변화를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 시즌 프리메라리가 3경기에서 5골을 폭발시켰다. 가장 유력한 득점왕 후보다.

두 선수 모두 20대 후반(메시 27세, 호날두 29세)으로 접어들었다. 그들이 최고의 운동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간은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물론 호날두는 헐크와 같은 인물이니 좀더 오랫동안 괴력을 발휘할 가능성은 있다).

경기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트랜스포머’가 된 두 축구의 신(神)이 올 시즌 어떤 활약을 이어갈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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