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인터풋볼 장혁 기자]

전 독일 대표선수 필립 람.

람은 원래 측면 수비수였다. 그러나 2013-14시즌 분데스리가에서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명령에 의해 주로 수비형 미드필더로 출전했다. 그가 선발로 출전한 18경기에서 바이에른은 15승 1무 2패의 좋은 결과를 냈다.

그는 2014 브라질 월드컵 때 조별리그 3경기(포르투갈, 가나, 미국전) 및 알제리와의 16강전에선 수비형 미드필더로 공-수를 조율했다. 그러나 프랑스와의 8강전 이후 원래 자리인 라이트백으로 돌아가 결승전까지 치렀다. 두 포지션에서 모두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였고, 독일이 우승하는 데 큰 공을 세웠다

수비형 미드필더는 주로 등진 상태에서 볼을 받고, 상대 미드필더들로부터 압박을 많이 받는다. 반면 측면 수비수는 터치라인을 등지고 있기에 내다보고 플레이를 할 수가 있는 장점이 있다. 대신 수비형 미드필더에 비해 패스를 할 수 있는 대상은 줄어든다. 어느 위치에서 플레이 하느냐에 따라 다른 기능을 필요로 한다.

람이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며 2013-14시즌 라이벌 도르트문트에게 0-3으로 완패할 당시, 그리고 월드컵 가나전에서 나온 치명적인 실수는 측면 수비수가 수비형 미드필더로 변신하며 나올 수 있는 장면이었다.

하지만 람은 두 위치에서 전체적으로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였고, 2014 브라질 월드컵 우승 직후 박수를 받으며 무대에서 은퇴했다. 행복한 선수였다.

지난 10일 안산 와스타디움. 대한민국 U-23 대표팀이 UAE U-23 대표팀과 평가전을 치렀다. 결과는 2-1 승. 대표팀은 몇 가지 문제점을 노출했지만 이광종 감독은 “앞으로 보완하면 된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이 경기에서 가장 주목을 끈 선수는 단연 박주호였다. 그는 이날 수비형 미드필더로 포진해 포백을 보호하고 공-수 밸런스를 유지시켰으며 찬스 때 전방으로 날카로운 패스를 연결했다. 부상에서 회복된 지 얼마 안 돼 완벽한 컨디션은 아니었지만 세계최고리그인 분데스리가 소속 선수다운 모습을 종종 보여줬다.

이광종 감독은 경기 후 박주호를 중앙에 기용한 이유에 대해 “소속 팀 마인츠에서 종종 수비형 미드필더로 출전했고, 레프트백 김진수와 동시에 출전시킬 수 있어 그런 결정을 했다”고 말했다.

축구전문 사이트 ‘후 스코어드 닷컴’이 평가한 박주호 최대의 강점은 ‘볼 키핑 능력(Holding on to the ball)’이다. 이 부분에 대해 이 사이트는 ‘강하다(Strong)’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드리블을 잘 하고 중거리 슈팅 능력이 좋다’고 덧붙였다. 이광종 감독은 이런 장점들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생각이었다.

아시안게임대표팀은 공격에 비해 수비가 약하다. 특히 중앙수비와 측면 수비에 무게감이 떨어진다. 이 감독은 박주호가 중원에서부터 강한 압박으로 동료 수비수들의 부담을 덜어주기를 바라고 있다. 만약 김진수에게 문제가 생긴다면 박주호는 언제든 레프트백으로 돌아갈 수 있다. 필립 람이 월드컵 때 라이트백으로 돌아갔던 것처럼 말이다.

박주호는 와일드카드 멤버다. 센터포워드 김신욱, 골키퍼 김승규와 함께 어린 후배들을 다독이며 팀플레이를 극대화시킬 의무를 지니고 있다. 본인 역시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 2014 브라질 월드컵 때 베테랑 필립 람이 했던 그 역할 말이다.

**이 글은 박주호가 람과 레벨이 비슷하다는 뜻으로 쓴 게 절대 아닙니다. 각자 소속 팀과 대표팀에서 역할이 어떻게, 왜 바뀌었는지 그것을 설명하는 과정일 뿐입니다. 오해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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