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장혁 기자

마티아스 잠머는 현재 세계최강 클럽 중 하나인 바이에른 뮌헨의 스포츠 디렉터로 일 하고 있다. 스킨헤드, 삐죽삐죽한 수염의 강렬한 인상으로 국내 축구팬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구동독 출신인 그는 디나모 드레스덴(구 동독), 슈투트가르트, 도르트문트 등을 거치며 10차례나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그 중에는 분데스리가 3회 및 유럽 챔피언스리그 1회(1997년) 우승이 가장 빛나는 경력이었다.

또한 구동독 청소년 대표 및 국가대표를 거쳐 1990년 독일 통일 후 독일 대표 팀에 합류해 월드컵 2회(1990, 1994), 유로 2회(1992, 1996) 등 메이저 국제대회에 4회 연속 출전했고, 1990 월드컵과 유로 96에서 우승했다. 이중 1990 월드컵 때는 벤치에 앉아 있었고, 유로 96 때는 우승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잠머는 원래 중앙 미드필더 출신으로 ‘동독의 마테우스’로 불렸던 인물이다. 동서독 통일 후 독일 대표 팀에 합류한 이후에도 중앙 미드필더로 뛰었다.

그런데 90년대 중반 도르트문트 감독이던 오트마 히츠펠트는 그를 스위퍼로 포진시켰다. 이유는 잠머의 멀티 플레이 능력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뜻이었다. 구동독 시절부터 넓은 시야, 우수한 축구 IQ를 바탕으로 상대의 패스 루트를 날카롭게 자르고, 수비 리드를 잘 하는 데다 정확한 장-단 패스와 과감한 공격 참가로 공-수 양면에 두루 활용하겠다는 복안이었다.

잠머는 수비 리더 역할을 하면서도 본인 특유의 공격 본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그리고 ‘공격하는 센터백’의 능력을 확인한 당시 베르티 포크츠 대표팀 감독도 마찬가지로 그를 같은 위치에 포진시켰다. 결국 잠머의 스위퍼 기용은 수비와 공격을 동시에 강화하는 효과로 나타났다.

두 명장의 선택은 정확했다. 독일 대표팀은 유로 96에서 우승했고, 도르트문트는 분데스리가 2연패와 함께 1996-97 유럽 챔피언스리그에서 정상에 올랐다. 이와 함께 잠머는 1996 유럽 최우수선수로 선정됐다.

지난 8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대한민국과 우루과이의 평가전이 열렸다. 우루과이는 2010 남아공월드컵 4위, 2011 코파아메리카 우승, 2014 브라질 월드컵 16강에 오른 강팀으로 FIFA랭킹 6위의 강팀이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합류가 늦어져 대신 대표팀을 지휘한 신태용 코치는 우루과이의 강력한 공격을 견제하기 위해 중앙 수비를 두텁게 하는 3-6-1(또는 3-4-3. 숫자 놀음은 전혀 중요치 않다) 포메이션으로 나섰다. 경기 전 신 코치는 “깜짝 놀랄 포메이션을 내세울 것”이라고 공언했고, 그 주인공이 바로 기성용이었다.

기성용은 이날 스리백 시스템의 중앙에 포진했다. 평소 본인의 위치였던 중앙 미드필더(수비형 미드필더)보다 더 뒤에 위치한 셈이다.

하지만 기성용은 뛰어난 축구 감각으로 동료 수비진 및 미드필더들을 잘 컨트롤 했다. 특히 우루과이 2선 공격진들의 침투 및 패스 게임을 날카롭게 자르며 역습을 주도했다. 볼을 잡은 뒤 최전방의 손흥민, 측면 침투를 감행한 이청용, 차두리에게 그림같은 롱-패스를 날렸다. 또한 세트 피스 때는 전문 키커로서 위력적인 프리킥을 시도했다.

그는 경기 전반 내내 손흥민과 함께 가장 강력한 존재감을 보였던 것도 사실이다. 신태용 코치가 “중앙 수비를 강화하면서 역습의 출발점 역할까지 맡겼다”고 한 것처럼 기성용은 제 몫을 충분히 해낸 셈이다.

하지만 기성용이 대표팀에서 스위퍼로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경기 결과를 놓고 판단을 하는 것은 금물이다.

이제 대표팀은 슈틸리케 감독 체제로 움직인다. 그가 기성용을 중앙 미드필더로 포진시킬지 스위퍼에 놓을 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결국 기성용의 포지션을 결정하는 사람은 슈틸리케 감독이고, 성패에 따라 찬사를 듣거나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다.

슈틸리케 감독의 선택, 그리고 기성용의 적응력 등이 어떨지 이제부터 지켜봐야할 것이다.

★축구 용어 '포어-스위퍼'에 대해

기성용이 우루과이전에서 중앙 수비로 출전한 직후 일부 언론에서 ‘포어-리베로’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최후방에 포진하면서 앞으로 전진해 미드필더처럼 뛰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 용어는 잘못 사용한 것이다. ‘포어-스위퍼’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때 FIFA 오피셜 리포트에서다. 이 리포트에 보면 브라질의 둥가, 프랑스의 디디에 데샹, 아르헨티나의 마티아스 알메이다 등에 대해 ‘포어-스위퍼’라고 썼다.

수비형 미드필더지만 스위퍼처럼 앞선 미드필더들을 뚫고 들어온 상대 팀 공격수(또는 미드필더)들의 공격을 ‘쓸어버린다’는 의미다. 즉, 수비진 앞에서 1차로 상대 공격을 스크린 하는 선수를 ‘포어-스위퍼’라고 정의했다.

기성용은 이날 수비형 미드필더가 아니라 중앙 수비수로 포진했다. ‘포어-스위퍼’라는 용어는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

의문이 나는 분이 계시면 1998 프랑스 월드컵 FIFA 오피셜 리포트를 찾아보면 바로 알 수 있다.

그리 또 하나. 스위퍼와 리베로를 다른 용어처럼 알고 있지만 의미는 같다. 단지 스위퍼는 영어이고, 리베로는 이탈리아어다. FIFA 오피셜 리포트는 영어, 스페인어, 독어, 프랑스어 4개국어로 돼 있고, 이 포지션을 의미하는 단어로 영어일 때는 스위퍼, 다른 3개국어는 리베로로 통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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