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축구는 기록의 스포츠가 아니라고 한다. 90분 동안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축구라는 스포츠의 특성상 숫자, 단어 몇 개로 경기의 상황을 모두 나타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축구도 기록을 남긴다. 그리고 이 기록 속에서 새로운 사실을 발견한다. 레코드 K리그는 K리그 30년 역사 속에서 다양한 기록과 사실을 통해 그 동안 알지 못했던 이야기를 찾아보는 시간이다.

“이제 그 자리는 에닝요 존이라고 불러도 되지!” 의문의 시작은 이 한 마디에서 시작했다. 전북 현대 이흥실 감독대행이 에닝요의 프리킥에 대해 칭찬하면서 에닝요 존을 꺼냈다.

에닝요 존은 아크 주위를 말한다. K리그 최고의 오른발 프리킥 능력을 갖춘 그는 아크 주위에서 프리킥으로 많은 골을 넣었다. 그래서 최근 이흥실 감독대행을 비롯해 여러 사람들이 아크 주위를 에닝요 존이라 부르고 있다.

이흥실 감독대행을 만난 날은 FA컵 32강전이 열렸던 5월 23일이었다. 전북은 천안시청과 경기했고, 에닝요는 아크 왼쪽에서 날카로운 프리킥으로 골을 뽑아냈다. 시간이 거슬러 5월 5일 인천과의 원정경기에서도 천안시청전때와 비슷한 위치에서 프리킥 골을 넣었던 기억도 떠올랐다.

이러한 것들을 보니 그 위치가 정말 에닝요 존인 것 같다. 더 정확히 알아보기 위해 에닝요가 현재까지 K리그에서 넣은 16번의 프리킥골 위치를 찾아봤다.

▲ 16골 중 11골이 아크 주위 프리킥

에닝요의 프리킥골 기록은 놀라움뿐이었다. 아크 주위에서의 프리킥 정확도가 높고 골도 많이 터뜨렸지만 16골 중 11골이 아크 주위에서 나온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에닝요는 오른발잡이에 프리킥은 힘이 실리면서도 감아 차는 특성이 있다. 이러한 특성상 11골 중 아크 정면(5골)과 아크 왼쪽(4골)에서 나온 골이 9골이었다. 2골은 아크 오른쪽에서 찬 프리킥이 골이 됐다.

아크 정면을 기준으로 아크 왼쪽까지의 구간은 에닝요가 가장 선호하는 위치이자 프리킥골을 넣을 확률이 가장 높은 위치라 할 수 있다. 이흥실 감독대행은 “에닝요가 그 위치를 가장 좋아하고 잘 찬다. 그래서 상대팀들이 그 위치에서 프리킥을 내주지 않으려고 한다. 에닝요가 차면 들어가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아크 주위에 집중되어 있지만 다른 위치에서도 프리킥골으로 득점한다.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2골, 미드필드 정면, 미드필드 터치라인, 미드필드 왼쪽에서 각 1골씩 터뜨렸다. 위치에 관계없이 골을 터뜨릴 능력이 있다는 뜻이다.

▲ ‘원조’ 고종수 존의 파괴력은 어땠나

에닝요 존을 계속 입에 담고 있으니 그와 비슷한 말이 떠오를 것이다. 원조라 부를 수 있는 고종수 존이다. 고종수가 페널티지역 오른쪽 지역에서 차는 프리킥이 골대로 백발백중 꽂힌다면서 생긴 조어였다.

지금도 회자되는 말이기에 고종수의 프리킥 득점, 특히 고종수 존에서의 득점이 클 것이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하지만 기록은 달랐다.

우선 고종수의 프리킥 득점이 의외로 적었다. 그는 1996년부터 2008년까지 프리킥으로 총 8골을 넣었다. 잦은 부상으로 12년간 171경기 출전에 그쳤고, 통산 득점 수가 37골인 것에 비추어 본다면 8골의 프리킥 골은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볼 수도 있다.

이 중 고종수는 고종수 존에서 넣은 프리킥 골이 단 2골에 불과했다. 아크 오른쪽과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각 1골씩 나왔다. 8골의 프리킥 중 페널티지역 정면 3골, 아크 정면 2골이었고 남은 1골은 미드필드 정면에서 나온 장거리 프리킥이었다. 필드골로 확장을 하면 미드필드 오른쪽, 아크 오른쪽,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1골씩 나왔다. 필드골까지 합해도 약 통산 득점의 약 1/7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고종수 존이라는 말이 생긴 것은 그만큼 임팩트가 컸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 이천수∙김형범, 전방위적인 정확도 자랑

에닝요, 고종수와 함께 K리그를 대표하는 프리키커는 이천수, 김형범이 있다. 통산 41골의 이천수는 프리킥으로 10골, 총 24골을 넣은 김형범은 무려 통산 득점의 절반인 12골을 프리킥으로 넣었다.

일반적으로 오른발 키커는 아크를 중심으로 왼쪽 부근을 선호한다. 감아 차는 프리킥을 하는데 용이하기 때문이다. 오른발을 주로 쓰는 이천수, 김형범도 마찬가지다. 이 위치에서 프리킥으로 여러 골을 뽑아냈다. 그러나 이들은 왼발 키커가 유리한 위치에서도 프리킥으로 득점을 올렸다.

이천수는 아크 오른쪽과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각각 2골을 넣었다. 김형범도 아크 오른쪽에서 프리킥으로 두 번 골망을 흔들었다. 이들에게는 모든 위치가 프리킥을 차기 좋은 위치라 하겠다. 상대하는 수비수로서는 약점이 없으니 방어하기 더욱 어렵게 느껴질 것이다.

글=김성진 에디터

사진=전북 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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