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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원의 EPL通] ‘굿바이 업튼파크’, 감자밭에서 시작된 웨스트햄의 역사

[인터풋볼] 서재원 기자= 한국 선수들의 활약으로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그러나 우리가 EPL을 볼 수 있는 부분은 TV 위성 중계에 잡힌 모습이 전부다. 두 시즌동안 모 일간지 EPL 현지 통신원 역할을 수행한 필자의 경험을 통해, TV에서는 볼 수 없는 EPL 뒷이야기를 매주 '서재원의 EPL通'에서 풀어내고자 한다.[편집자주]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와 112년간 함께했던 업튼 파크(불린 그라운드)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그러나 웨스트햄은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더 큰 역사를 써내려갈 예정이다.  

웨스트햄은 지난 11일 오전 4시 30분(한국시간) 영국 런던에 위치한 불린 그라운드에서 열린 2015-16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35라운드 순연경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경기에서 3-2 승리를 기록했다.

웨스트햄엔 의미 있는 경기였다. 112년간 사용해왔던 불린 그라운드에서의 마지막 홈 경기였기 때문이다. 웨스트햄은 이번 시즌을 끝으로 불린 그라운드를 떠나, 2016-17 시즌부터 2012 런던 올림픽 주경기장으로 사용됐던 올림픽 스타디움으로 안방을 옮긴다.

# 불린 그라운드의 시작은 감자밭?

불린 그라운드는 우리에게 업튼 파크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그 이유는 불린 그라운드가 위치한 런던 동부지역이 업튼 파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경기장에서 가장 가까운 튜브(지하철)역도 ‘업튼 파크 스테이션’이다.

그러나 웨스트햄이 불린 그라운드를 처음부터 사용해온 것은 아니었다. 1895년 템스조선소 노동자들의 사내 팀으로 시작된 웨스트햄은 홈 경기장으로 허밋 로드, 브라우닝 로드, 메모리얼 그라운드 등을 전전했다.

웨스트햄이 불린 그라운드를 사용하기 시작한 때는 1904년으로, 당시 구단이 그린 스트리트 하우스 부지를 임대해 건설했다. 이 부지는 사실 감자와 당근 등을 재배하던 밭이었는데, 때문에 초창기 불린 그라운드는 업튼 파크란 별칭 외에도 ‘감자 필드, 당근 패치’ 등으로 불리기도 했다.

지금의 불린 그라운드란 이름은 영국의 역사와도 관련이 깊다. 그린 스트리트 하우스는 ‘불린 캐슬’로 불렸는데, 과거 헨리8세의 두 번째 부인인 앤 불린이 머물렀고, 소유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이유로 웨스트햄은 그들의 경기장을 불린 그라운드라 이름을 지었고, 실제로 경기장 외부도 마치 성을 형상화한 것처럼 제작돼 있다.

112년 역사의 불린 그라운드도 EPL 여느 경기장과 마찬가지로 초창기엔 지금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그 역사 속에 우여곡절도 있었다.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1944년 독일군의 폭격으로 남쪽 스탠드와 코너부근이 파괴되는 아픔을 겪었지만,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끊임없이, 개보수 및 확장 공사를 통해 지금의 모습을 갖출 수 있었다.

# 불린 그라운드의 상징 ‘비눗방울’

웨스트햄과 불린 그라운드라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바로 비눗방울이다. 경기 전, 불린 그라운드의 하늘엔 구단과 팬들이 만들어낸 비눗방울이 경기장 전체에 흩날리는 장관을 만들고, 이는 웨스트햄의 전통이 됐다.

비눗방울이 이 경기장의 상징이 된 이유는 웨스트햄의 응원가, ‘아임 포에버 블로잉 버블스(I'm forever blowing bubbles)'와 빌리 머레이라는 선수 때문이다.

1900년대 초반 런던 동부 웨스트햄 지역에는 학교 축구 리그가 성행했고, 파크 스쿨 팀의 머레이는 이 지역의 최고의 스타 중 하나였다. 머레이의 별명은 ‘버블(Bubble) 머레이’였는데, 그의 얼굴이 화가 존 에버렛 밀레이의 작품인 ‘버블스(Bubbles)'의 소년과 비슷하다는 이유에서 붙여진 별명이었다. 이에 머레이를 응원하는 팬들은 그를 위해 ’아임 포에버 블로잉 버블스‘를 그의 응원가로 부르기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웨스트햄의 응원가로 정착했다.

‘아임 포에버 블로잉 버블스'는 2005년 개봉한 영화 ‘훌리건스(Green Street, Hooligans)’에 소개되면서 더욱 유명해졌고, 2012 런던 올림픽 개막식 행사에서도 비눗방울과 함께 이 노래가 사용되며, 웨스트햄과 EPL을 넘어 영국 문화의 대표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 ‘아임 포에버 블로잉 버블스(I'm forever blowing bubbles)’

I'm forever blowing bubbles.

난 영원히 비눗방울을 불거야.

Pretty bubbles in the air. They fly so high, Nearly reach the sky.

예쁜 방울들은 높이 날아 하늘까지 닿겠지.

Then like my dreams, they fade and die.

그리곤 내 꿈처럼, 사라지고 터지겠지.

Fortune's always hiding, I've looked everywhere.

행운은 항상 숨어있기 때문에, 난 어디든 찾아 다녀.

I'm forever blowing bubbles, pretty bubbles in the air.

난 영원히 비눗방울을 불거야. 예쁜 비눗방울을 하늘로 날릴 거야.

# 불린 그라운드의 마지막과 올림픽 스타디움

웨스트햄과 112년을 함께 한 불린 그라운드는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이 부지는 구단에 의해 매각되고, 2022년 완공을 목표로 주택가가 들어선다. 아스널의 하이버리 스타디움과 같은 전철을 밟는다고 볼 수 있다.

웨스트햄은 이제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새로운 역사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미 모든 준비는 마쳤다. 올림픽 스타디움은 웨스트햄의 홈 경기장으로 사용되기 위해 지난해부터 개보수 공사를 시작했고, 이제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시작부터 반응은 폭발적이다. 올림픽 스타디움의 수용 인원은 5만 4천석으로 계획됐지만, 시즌 티켓의 수요가 그 허용 범위를 넘어섰다. 이는 현재 사용하고 있는 불린 그라운드의 수용 인원인 약 3만 5천석을 훨씬 뛰어넘는 수치로, 웨스트햄 구단도 미처 예상하지 못한 부분이었다. 결국 웨스트햄은 좌석을 6만석으로 확장하기로 결정했고, 최근 이마저도 매진됐음이 발표됐다. 이제 웨스트햄은 에티하드 스타디움을 보유한 맨체스터 시티를 제치고 잉글랜드서 세 번째로 큰 경기장을 소유한 구단으로 등극하게 됐다.

경기장 이전을 통해 새로운 도약을 꿈꾸는 웨스트햄. 112년간 함께한 불린 그라운드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지만, 새로운 100년을 향한 웨스트햄의 역사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사진=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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