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단순히 11명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23명을 뽑은 이유는 경기장 안팎에서 베테랑이 역할은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국 축구의 레전드이자 현 KBS 축구해설위원으로 활약하고 있는 이영표 위원의 말이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28일 튀니지와의 국내 최종 평가전(0-1패) 후 출정식을 가졌다. 사상 첫 원정 8강을 향해 결의를 다졌다. 하지만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안방에서 패했고, 경기력도 형편없었다. 자리를 뜬 팬도 많았다. 이전까지 대표팀이 걸어온 길을 봤을 때 이번 월드컵은 ‘기대 이하’라는 평이 많다. 아직 선수 개인의 컨디션이 완전치 않고, 조직력이 정상궤도에 오르지 않았다고 하나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문제가 너무 많다. 경기력이 가장 시급한데, 이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있다. 바로 ‘리더’다.

이번 월드컵에 나설 23명의 평균 나이는 26세(25.9세)가 안 된다. 역대 최연소다. 젊고, 패기있고, 빠르나 그만큼 위험부담도 크다. 경험이다. 곽태휘(33, 알 힐랄)가 최고참이다. 튀니지전에서도 베테랑의 역할이 절실했다. 초반 흐름은 패기 있게 가져갔고, 내용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상대가 라인을 끌어올리고 적극적으로 맞서자 흔들렸다. 공격-미드필더-수비는 세 조각났고, 분위기도 압도당했다. 오히려 후반 15분 홍정호(25, 아우크스부르크)가 부상당해 곽태휘가 투입된 이후 수비는 안정됐다. 곽태휘는 적극적인 수비를 펼치며 베테랑의 위엄을 보였다. 후배들을 독려하며 마음 놓고 공격할 수 있게 만들었다.

그런데 홍명보호는 아직 ‘원 팀’이 아닌 듯했다. 경기 종료 직전 아크 대각 프리킥 상황에서 곽태휘와 김보경(25, 카디프 시티)이 볼을 두고 얘기를 주고받았다. 직접 슈팅 하기에 다소 무리가 있었고, 문전으로 볼을 올리는 게 유리했다. 그러나 김보경은 직접 슈팅을 시도해 수비벽에 맞았다. 흘러나온 볼을 높게 띄워줬지만, 이미 늦었고 종료 휘슬이 울렸다. 곽태휘와 김보경은 언쟁을 벌이는 장면이 TV 중계화면에 잡혔다. 정확히 뭐라고 했는지 알 수 없다. 정황상 문전으로 볼을 올리지 않은 것에 대해 곽태휘가 이야기했고, 이에 김보경이 퉁명스럽게 말하는 모습이었다.

경기 중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긁어 부스럼을 만들자는 게 아니다. 후배인 김보경이 곽태휘에게 고개를 숙이라는 건 더더욱 아니다. 세트피스라는 약속된 플레이가 있었을 것이다. 연습할 플레이를 실전에 적용하는 게 평가전이다. 전담 키커인 기성용이 빠져서 빚어진 상황일 수 있지만, 김보경의 선택은 분명 잘못됐다. 물론 생각보다 경기가 안 풀렸고, 일부 선수들은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렸다. 동시에 짜증이 밀려왔을 수 있다. 부상이라는 부담도 안고 있는 듯했다. 속사정은 모르나 기강이 흔들리고 있는 건 분명해보였다.

이미 우리는 2002 한일 월드컵을 통해 우리는 리더의 중요성 그리고 역할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주장 완장을 찬 홍명보의 카리스마 옆에서 버팀목이 되어준 황선홍, 김태영, 최진철 등 굳이 말하지 않아도 경기장 안팎에서 후배들을 잘 이끌어줬다. 2006 독일 월드컵에서도 2002 멤버 중 일부 선수들의 역할이 컸다. 2010 남아공 때는 ‘캡틴’ 박지성이 있었다. 실력과 겸손, 리더십을 갖춘 최고의 리더였다. 경기장에서 솔선수범한 그를 향해 모든 사람이 찬사를 보냈다.

안정환 MBC 해설위원은 “운동장 안에 감독이 없다”며 대표팀의 아킬레스건을 콕 찔렀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안정환 위원과 앞서 얘기한 이영표 위원의 말처럼 리더가 없다. 2014 브라질 월드컵, 분명 어렵다. 분위기를 잡는 게 급선무다. 그래야 경기력도 올라온다. 홍명보 감독, 이 리더 부재를 해결해야 꿈의 무대에서 활짝 웃을 수 있다.

이현민 기자

사진=스포탈코리아


저작권자 © 인터풋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