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인터풋볼 취재팀= 짧고 굵게. 이번 시즌을 앞두고 포항 스틸러스를 떠나 FC서울 유니폼을 입은 '美'드필더 신진호에게 적응은 필요 없었다. 주세종-다카하기와 황금 중원을 구축, 전방에 '아데박(아드리아노-데얀-박주영)'을 적극적으로 지원사격하며 상승세를 이끌었다. 서울은 K리그 클래식에서 단독 선두,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에서도 조 1위를 사수하며 16강을 눈앞에 두고 있다. 중추적 역할을 하던 그가 지난 16일 수원FC전을 끝으로 팀과 잠시 이별한다. 18일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상주 상무로 이적한다. 그래서일까. 평소보다 더 의지는 불타올랐다. 환상적인 오른발 프리킥으로 골망을 가른 후 경례 세리머니로 멋을 더하더니 데얀의 골까지 도왔다. 마지막까지 프로다웠고, 화려했다. 이덕에 서울은 수원FC에 3-0 완승, 5연승 선두를 달렸다.

같은 날 주춤하던 전북 현대는 모처럼 전북다웠다. 난적 성남FC와 난타전 끝에 3-2로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후반 40분 쏜살같이 문전을 파고들어 왼발 슈팅으로 승부의 마침표를 찍었다. 이 골은 시사하는 바가 컸다. 2위로 뛰어오르면서 서울을 3점 차로 추격, 선두 다툼에 불을 지폈다. 또한, 다가올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5차전 FC도쿄 원정(20일 오후 7시 30분) 전망도 밝혔다.

16일 상주 상무는 안방에서 포항 스틸러스를 꺾고 이변을 연출, 홈 3경기 무패를 질주했다. 같은 날 인천 유나이티드는 '특급 조커' 송시우의 2경기 연속골에 힘입어 수원 삼성과 극적인 무승부를 연출했다.

17일 제주 유나이티드는 골 넣는 수비수 이광선의 헤딩골로 울산 현대 호랑이의 가죽을 벗겼다. 지독한 원정 징크스 탈출과 함께 4위로 도약, 선두권 추격에 박차를 가했다. 광주FC는 전남 드래곤즈 천적임을 입증, 3연패 사슬을 끊었다.

▲ 김보경, 데뷔골로 전북을 위기에서 구하다

경기는 차가운 봄비와 함께 시작됐다. 경기는 팽팽했다. 하지만 홈팀 전북이 그 균형을 깨트렸다. 전반 13분 장윤호에게 패스를 받은 로페즈가 간결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설제골이 중요했던 이 경기에서 전북은 득점을 기록한 후 기분 좋게 전반전을 마쳤다. 이후 경기는 후반전으로 돌입했고 골폭풍이 시작됐다. 후반 12분 조재철이 티아고의 코너킥을 감각적인 헤딩슈팅으로 동점골을 만들었다. 하지만 레오나르도가 교체로 투입됐고 프리킥 골을 성공시켰다. 성남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후반 31분 티아고가 박스 안에서 천금 같은 동점골을 넣으며 경기는 다시 무승부 국면으로 돌입했다. 그러나 난세의 영웅이 등장했다. 후반 41분 김보경이 극적인 골을 터뜨리며 경기는 전북의 짜릿한 승리로 끝났다.

# 감독 코멘트

전북 최강희 감독, "오늘도 선제 득점 이후 실점을 기록했다. 평소 훈련에서 득점 이후 경기 운영을 주문했는데 제대로 나오지 못했다. 더 이상 홈에서 이런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고 말하며 선수들이 뭉쳤고 승리하게 됐다. 시즌 초반이지만 더 좋아져야 한다."

성남 김학범 감독, "열심히 뛴 선수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전북의 홈이다보니 상대가 공격적으로 나왔다. 득점을 더 하든가 실점을 막든가 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그 부분이 아쉽다."

▲ '신진호 1골 1도움' 서울, 수원FC 꺾고 선두 질주...아듀 신진호!

도저히 막을 수가 없었다. K리그의 절대강자 FC서울의 신진호의 맹활약에 힘입어 수원FC를 제압하며 리그 단독 선두를 질주했다. '승격팀' 수원FC는 예상과 다르게 수비 라인을 내리지 않고 공격적으로 서울에 맞섰지만 조덕재 감독의 말대로 개인 기량의 차이는 분명히 존재했다. 90분 내내 서울이 경기를 주도했다. 수원FC는 4-1-4-1 포메이션을 사용하며 오군지미와 가빌란이라는 특급 외인들을 중심으로 공격을 풀었지만 서울에 주도권을 내줬다. 서울에도 특급 외인은 존재했다. 바로 데얀, 아드리아노, 오스마르였다. 세 선수 모두 공수에서 맹활약했고, 결국 선제골의 몫은 '해결사' 아드리아노였다. 분명 수원FC의 경기력은 나쁘지 않았지만 전반 42분 아드리아노의 골이 터진 이후 급격하게 무너졌다. 특히 군입대로 고별전을 치르는 신진호의 활약이 인상적이었다. 후반 7분 환상적인 프리킥골을 성공시킨 신진호는 거수 경례 세레머니로 홈팬들에게 작별 인사를 건넸고, 후반 11분에는 데얀의 쐐기골을 도우며 맹활약했다. 신진호에게는 최고의 이별식이었고, 서울과 함께 한 경기는 단 10경기였지만 엄청난 임팩트를 남기고 팀을 떠났다.

# 감독 코멘트

서울 최용수 감독, "낯선 순위표에 당황스럽다. 매년 이 시기에는 힘든 시간을 보내며 스트레스를 받았다. 선수들이 재미있게 경기를 하고 있다. 부족하다는 낮은 자세로 접근하고 싶다. 신진호가 기가 막힌 득점포를 기록했다. 짧은 시간에 이렇게 임팩트가 클 줄은 몰랐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좋은 추억의 시간이었다."

수원FC 조덕제 감독 : "선수들과 상대에 대해 많이 연구하고 준비했다고 생각했는데 개인의 능력 차이가 컸다. 선수들은 끝까지 최선을 다했고, 다음 경기가 있기 때문에 준비를 잘하겠다. 서울과 경기를 하면서 선수들도 느꼈을 것이다. 볼을 키핑하는거나 여유롭게 경기를 하는 것이 확실히 다르다."

▲ '송시우 2경기 연속골' 인천, 수원과 무승부

또 한편의 극적인 드라마가 연출됐다. 90분 넘게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주인공은 수원 삼성이었지만,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기 직전 스포트라이트는 인천 유나이티드 쪽으로 옮겨갔다. 수원은 다음 주중 열리는 감바 오사카를 대비하는 차원에서 로테이션을 가동했다. 권창훈과 염기훈이 교체 명단에 포함됐고, 최근 2년 만에 부상에서 복귀한 오장은과 곽광선 등의 얼굴이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수원은 전반전 인천을 거세게 몰아붙였고, 전반 37분 오장은이 시원한 중거리 슈팅으로 인천의 골문을 흔들면서 선제골을 터뜨렸다. 긴 공백을 깨고 성공적인 복귀를 알리는 순간이었다. 승기를 잡은 수원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권창훈과 염기훈을 투입하며 승부수를 띄웠다. 그러나 교체카드 효과를 본 건 인천이었다. 인천은 후반 10분 교체 투입된 송시우가 후반 추가시간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리면서 인천을 위기에서 구해낸 것이다. 송시우의 한방 덕분에 인천은 전북, 수원을 상대로 두 경기 연속 승점 1점을 획득하며 최하위 탈출을 위한 귀중한 한 발을 내디뎠다.

# 감독 코멘트

인천 김도훈 감독, "절실함이 통했다. 경기 종료를 앞두고 득점한 건 힘든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은 정신력의 승리다. 선수들에게 정신력이 몸을 끌고 간다는 말을 자주 했었는데, 선수들이 이 부분에 있어서 잘 해준 것 같다."

수원 서정원 감독, "선제골을 넣고 경기를 잘 만들어가다가 마지막에 실점하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장기적인 현상으로 굳어지면 팀 컨디션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하루빨리 극복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 제주, 울산 꺾고 원정 징크스 탈출+4위 도약

제주가 막판 뒷심을 발휘하며 울산을 꺾고 4위로 도약했다. 제주는 베스트를 내세웠고, 울산은 이정협-마스다-이기제 등 주전 일부를 휴식 차원에서 뺐다. 전반에 양 팀은 지루한 공방을 이어갔다. 울산은 홈이라 믿기지 않을 만큼 소극적이었다. 오히려 제주가 정상적인 플레이를 펼쳤다. 후반 초반 울산은 공세를 퍼부었으나 득점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후반 30분 팽팽하던 흐름이 깨지기 시작했다. 울산 페널티박스 안에서 권한진이 이창용에게 잡혀 넘어졌고, 주심은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하지만 32분 키커로 나선 이근호의 킥이 김용대에게 막혔다. 무승부로 끝날 것 같던 경기는 종료 직전에 갈렸다. 후반 44분 정운의 프리킥을 이광선이 헤딩골로 연결해 승리를 따냈다. 4위 도약과 함께 원정 징크스까지 극복했다.

# 감독 코멘트

울산 윤정환 감독, "새롭게 투입된 선수들의 기량을 확인했고, 앞으로 선수 구성을 어떻게 해야 할지 느꼈다. 종료 직전 실점은 신장 차를 극복하지 못했다. 앞서 있었던 페널티킥 선언은 이해가 안 간다."

제주 조성환 감독, "기상악화로 힘든 원정길에 올랐다. 정상 컨디션이 아님에도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 최상의 결과를 얻었다. 원래 페널티킥 키커는 이근호가 아닌 마르셀로였다(웃음)."

# 7라운드 베스트 11

FW

조주영(광주) : 후반 33분 정조국을 대신해 들어가 5분 만에 결승골을 뽑아내며 광주의 연패 탈출을 이끌었다

데얀(서울) : 서울에서만 200경기 출전 자축포로 팀은 5연승, 선두 질주

송시우(인천) : 2경기 연속 극장골. '내가 인천을 먹여 살리는' 송시우다

MF

신진호(서울) : 사실상 고별전에서 1골 1도움. 환상적인 오른발 프리킥 득점 후 경례 세리머니로 입대를 자축(?)

김보경(전북) : 역시 클래스가 있다. 번뜩이는 공간 침투에 이은 마무리로 데뷔골을 신고, 전북을 위기에서 구했다

오장은(수원) : 702일의 공백을 털어낸 한 방. 수원에 든든한 활력소가 될 것으로 기대

신영준(상주) : 친정 포항에 자비란 없었다. 두 골을 몰아치며 비수를 꽂았다. '호우' 세리머니는 인상적

DF

정운(제주) : 안정적으로 측면을 지켰고, 종료 직전 날카로운 프리킥으로 이광선의 골을 도왔다

김오규(상주) : 포항의 공격을 철통방어, 홈 3경기 무패의 주역

이광선(제주) : 울산의 창을 부러뜨렸고, 경기 막판 그림 같은 헤딩골로 제주는 원정 징크스 탈출(이근호는 이광선에게 밥 한 번 사야)

GK

윤보상(광주) : 환상적인 프로 데뷔전을 치렀다. 2-1로 앞선 후반 추가시간 스테보의 페널티킥을 막으며 팀 승리를 견인

# 총평 및 다음 라운드 전망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는 서울과 전북. 역시 올라갈 팀은 올라간다. 상주, 제주, 광주가 나란히 승리를 거두며 승점을 챙겼다. '제철가 형제' 포항과 전남은 어울리지 않는 10위, 11위에 머무르며 자존심을 구겼다. 오는 24일 피할 수 없는 대결을 앞두고 있다. 울산 역시 안방에서 서울을 상대로 시험대에 오른다.

그래픽=유지선, 박주성 기자

사진=윤경식 기자

종합=인터풋볼 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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