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축구’는 한 마디로 정의될 수 있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너무나도 복잡한 규정과 규칙, 용어 등이 등장한다. 이도 축구를 이루는 중요한 요소임은 확실하나, 때로는 그것들에 대한 정의 또는 설명이 부족해 우리를 혼란스럽게 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인터풋볼은 매주 하나의 주제를 선정해 그에 대한 정확한 해석을 갖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최근 잉글랜드 출신 ‘신성’들의 활약이 축구팬들의 눈을 즐겁게 만들고 있다. 토트넘의 ‘주포’ 해리 케인(22)을 비롯해 마커스 래쉬포드(18), 제시 린가드(23), 델레 알리(20) 등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래쉬포드와 린가드가 최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중용되며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고, 토트넘의 알리까지 가세해 잉글랜드의 미래를 밝히고 있다. 외국인 선수들의 전유물이던 리그 득점왕도 케인과 제이미 바디의 '2파전'으로 압축되면서 오랜만에 잉글랜드 출신 득점왕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자국 선수들의 활약이 이어지면서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의 ‘홈 그로운’ 제도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실력 있는 잉글랜드 선수들이 쏟아져 나오는 지금이야말로, ‘홈 그로운’ 제도의 명분을 세울 절호의 타이밍이기 때문이다. 외국인 선수에게 집중됐던 기회를 자국 선수들에게 분배하는 것이 골자다. 

:: 탄력 받고 있는 '홈 그로운' 제도란?

홈 그로운 제도는 영국축구협회(FA)가 자국에서 성장한 선수에게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 2010-11시즌부터 시행한 제도로, 각 구단은 25명의 1군 명단에 홈 그로운 선수 8명을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 여기서 홈 그로운 선수는 국적에 상관없이 21세 이전에 잉글랜드나 웨일스에서 3년 이상 뛴 선수를 가리킨다. 국적에 상관없이 적용되지만, 그 밑바탕에는 자국 선수 육성이란 포석이 깔려있다.

그동안 EPL은 외국인 선수의 진출 장벽이 타 리그보다 높지 않았고, 그로인한 양질의 선수 수급은 EPL의 가장 큰 흥행요소로 손꼽혀왔다. 그러나 EPL의 다국적화는 양날의 검으로 늘 도마에 올랐다. 국적을 가리지 않고 특출한 선수들이 합류하면서 리그 경쟁력을 향상시켰지만, 반대로 자국 선수들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결국 FA는 자국 선수들에게 기회를 보장해줘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했고, 향후 홈 그로운 제도를 점차적으로 강화해나갈 계획을 구상 중이다. 외국인 선수에게 비자를 발급하는 워크 퍼밋과 홈 그로운 제도 기준을 강화하는 방안이 일례다. 실제로 FA는 지난해 홈 그로운 제도를 강화한 새로운 개정안을 내놓은 바 있다.

당시 FA가 제시한 개정안에는 1) 18세 이전에 영국이나 웨일스에서 3년 이상 뛴 선수들을 홈 그로운 선수로 분류(현 21세 이전), 2) 1군 명단에 12명의 홈 그로운 선수를 포함시키도록 4년간 단계적으로 증가, 3) 최소 2명의 ‘클럽 홈 그로운’ 선수를 포함시켜야 한다는 새로운 규정이 추가됐다. 아직 개정안이 본격적으로 시행되고 있진 않지만, 앞으로 이러한 방향을 향해 나아갈 거란 건 분명한 사실이다.

:: 홈 그로운 강화. 그 속의 '명과 암'

그러나 홈 그로운 강화에도 의견이 분분하다. 잉글랜드 선수들에게 기회를 부여하면서 대표팀의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지만, 리그에는 악영향을 끼칠 거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각 구단이 선수 수급에 어려움을 겪게 되며, 홈 그로운 자격을 갖춘 선수들의 몸값이 터무니없이 상승하는 부작용이 실제로 발생하고 있다.

근본적 해결책인 유소년 육성 시스템에는 소홀한 채, 눈에 보이는 제도 강화에만 급급하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잖다. 자국 선수의 성장 무대를 EPL에 한정하는 쇄국정책이란 목소리까지 흘러나왔다. 어린 선수들이 타의에 의해 알을 깨고 나오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알을 깨고 나올 수 있도록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는 것이 더 선결과제란 주장이다.

FA의 그레그 다이크 회장은 지난해 개정안을 발표할 당시 “수준 높은 외국인 선수들이라면 모르겠지만, 평범한 외국인 선수들이 어린 잉글랜드 선수들의 성장을 방해하고 있다”며 홈 그로운 강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반대로 홈 그로운 자격을 갖춘 평범한 선수들이 기회를 부여받게 되면서 특출한 외국인 선수들의 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는 주장도 팽팽한 대립을 이루고 있다.

최근 흐름은 홈 그로운 강화에 유리한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잉글랜드 출신 유망주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다이크 회장의 발언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까닭이다. 홈 그로운 제도가 실력을 갖춘 잉글랜드 선수들에게 실제로 성장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네덜란드 대표팀의 대니 블린트 감독도 지난달 영국 '스카이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잉글랜드에는 좋은 선수들이 많다. 홈 그로운 제도 덕분에 성장한 잉글랜드 선수들이 대표팀에까지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오고 있다. 네덜란드도 적극 도입해야 하는 제도”라며 홈 그로운 제도에 엄지를 치켜세웠다.

최근 황금세대를 맞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잉글랜드 대표팀. 그러나 현재에 취해 섣부른 판단을 내리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적정선을 유지하면 좋은 제도가 될 수 있지만, 자칫하면 실력에 의해 평가받는 프로 무대 원칙에 어긋나는 제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홈 그로운 제도 '강화'가 잉글랜드의 금맥을 이어가는 데 보탬이 될 수 있을까? 홈 그로운 강화의 적정선에 대한 논란은 앞으로도 한동안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글= 유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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