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서재원 기자 = 한국 선수들의 활약으로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그러나 우리가 EPL을 볼 수 있는 부분은 TV 위성 중계에 잡힌 모습이 전부다. 두 시즌동안 모 일간지 EPL 현지 통신원 역할을 수행한 필자의 경험을 통해, TV에서는 볼 수 없는 EPL 뒷이야기를 매주 '서재원의 EPL通'에서 풀어내고자 한다.[편집자주]

게리 네빌(40)의 첫 감독직은 실패를 끝났다. 잉글랜드 대표팀의 유력한 차기 사령탑으로 불렸던 그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네빌이 결국 경질됐다. 발렌시아는 31일(한국시간)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네빌 감독의 경질을 발표했다. 발렌시아는 “네빌 감독의 계약을 해지한다. 신중히 상황을 분석했고, 구단 이익에 맞는 최선의 방법을 결정했다. 네빌 감독의 수고에 감사를 전하고 미래에 행운이 가득하길 바란다”고 경질 소식을 전했다.

네빌도 발렌시아의 경질을 인정했다. 네빌 감독은 “발렌시아 구단, 팬, 코칭 스탭, 선수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계속해서 감독직을 이어가고 싶었지만 구단이 원했던 결과를 이루지 못했다”며 마지막 인사말을 남겼다.

120일 간의 네빌의 감독 첫 도전. 그는 28경기 10승 7무 11패란 초라한 성적을 남겼고, 실패란 오명을 남은 채 떠났다.

# 네빌의 경질, 유로 2016 이후 잉글랜드는?

네빌의 경질은 잉글랜드 대표팀에도 큰 타격이다. 네빌은 유로 2016 이후 잉글랜드 대표팀의 차기 사령탑 후보로 거론되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사실 네빌은 잉글랜드 대표팀의 수석 코치를 겸하고 있었다. 지난 2010-11시즌을 끝으로 선수 생활을 마감한 네빌은 곧바로 지도자의 길을 택했다. 유럽축구연맹(UEFA) 프로 코칭 라이센스(UEFA Pro Coaching Licences)를 획득했고, 2012년 5월부터 잉글랜드의 수석코치로 로이 호지슨 감독을 보좌했다. 발렌시아 감독을 맡고 있으면서도 수석 코치직을 유지했고, 이번 잉글랜드의 3월 A매치 일정에도 동행했다.

잉글랜드 축구협회(FA)는 분명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아직 확정되진 않았지만, 이번 유로 2016 본선을 끝으로 호지슨 감독과 더 이상 계약 연장을 하지 않을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물론 잉글랜드가 이번 대회에서 우승을 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애초에 네빌을 수석 코치로 임명한 배경에는 ‘포스트 호지슨 시대’를 염두에 뒀을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의 예상도 다르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네빌이 발렌시아 감독에 임명된 후 영국 ‘스카이스포츠’의 축구 전문가로 활동 중인 필 톰슨은 “6개월 후에 네빌이 발렌시아 감독직을 원할지는 미지수다. 그는 분명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며 “호지슨 감독 체제 이후 잉글랜드 대표팀도 바라보고 있을 것이다. 6개월 후에는 분명 가능성 있는 일이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네빌의 첫 감독직 수행은 실패로 끝났고, 차기 사령탑 후보에서도 자연스레 멀어졌다. FA가 실패한 감독에게 막중한 임무를 맡기기엔 위험부담이 크고, 명분도 없기 때문이다. 이제 FA는 유로 2016 이후를 다시 생각해야하는 상황에 놓였다.

# 한 없이 부족한 英출신 감독...잉글랜드의 어두운 미래

‘한 명의 선수보다 한 명의 지도자 육성이 더 중요하다’고 한다. 훌륭한 선수는 한 팀의 현재를 말한다면, 훌륭한 지도자는 미래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이 말에 비추어 봤을 때, 네빌 감독의 실패는 잉글랜드 대표팀뿐 아니라 전체를 봤을 때도 시사 하는 바가 크다.

현재 잉글랜드는 ‘자국 출신’ 지도자 기근에 시달리고 있다. 잉글랜드 축구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자국리그에서도 잉글랜드 출신 감독들이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현재 EPL의 감독 현황을 보더라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번 시즌 EPL에 참여하고 있는 20개 팀의 감독 중 잉글랜드 출신 감독은 단 3명뿐이다. AFC본머스의 에디 하우 감독, 크리스탈 팰리스의 앨런 파듀 감독, 선덜랜드의 샘 알러다이스 감독 등이 그들이다. 노리치 시티의 알렉스 닐 감독의 경우 영국 출신이지만 정확한 국적은 스코틀랜드다.

잉글랜드 출신 감독은 줄줄이 실패만 거듭하고 있다. 시즌을 앞두고 존 카버 감독(뉴캐슬), 나이젤 피어슨(레스터) 등이 경질 됐고, 시즌 중 팀 셔우드 감독(애스턴 빌라), 개리 몽크(스완지 시티), 스티븐 맥클라렌 감독(뉴캐슬) 등이 연이어 경질됐다.

대부분의 EPL 빅클럽들도 외국 출신 감독들을 선호하고 있다. 당장 다음 시즌에도 스페인 출신의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맨체스터 시티를 지휘하고, 이탈리아 출신의 안토니오 콘테 감독이 첼시를 맡을 확률이 크다. 특히 이번 시즌 레스터 시티의 클라우디오 라니에리 감독(이탈리아)의 지도력이 EPL 판도를 뒤흔든 만큼, 외국인 감독에 대한 선호 현상은 지금보다 더 해질 거라 예상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FA는 자국출신 지도자를 길러내는데 총력을 다해왔다.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FA는 지도자 양성에 더욱 힘써왔고, 그중 가장 공을 들인 인물이 바로 네빌이다. 그러나 네빌은 실패했고, 결과적으로 그들의 결과물은 지금으로선 실패작으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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