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서재원 기자 = 한국 선수들의 활약으로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그러나 우리가 EPL을 볼 수 있는 부분은 TV 위성 중계에 잡힌 모습이 전부다. 두 시즌동안 모 일간지 EPL 현지 통신원 역할을 수행한 필자의 경험을 통해, TV에서는 볼 수 없는 EPL 뒷이야기를 매주 '서재원의 EPL通'에서 풀어내고자 한다.[편집자주]

메수트 외질(27)의 이적설이 한 주를 뜨겁게 달궜다. 그러나 그가 직접 나서 이를 부정했고, 아스널과 아르센 벵거 감독을 떠나는 일은 당분간 없을 것으로 보인다.

뜬금없는 이적설이 제기됐다. 스페인의 축구 매체 ‘돈 발론’이 지난 20일(현지시간) “외질은 벵거 감독이 연임되면, 아스널을 떠날 것을 고려중이다”고 보도했다. 스페인에서 처음 나온 이 이적설을 복수의 영국 현지 매체가 인용해 전했고, 이는 A매치 휴식기를 맞은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에 가장 큰 이슈였다.

그러나 결론은 해프닝이었다. 이 소식을 접한 외질이 직접 이를 해명했다 외질은 지난 23일 자신의 SNS(트위터)에 “오늘에서야 기사를 봤다. 벵거 감독은 내가 아스널에 온 가장 큰 이유다. 이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 존경한다”며 이적설을 일축했다.

이 해프닝으로 외질의 재계약이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영국 언론 ‘미러’는 “아스널이 다음 시즌부터 외질과 재계약 협상에 돌입할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외질의 계약 기간은 2018년 6월까지. 만약 그가 계약 연장에 성공한다면 30대 초반까진 아스널에 남아 있을 확률이 크다.

# 아스널이 외질을 보낼 수 없는 이유(1)

사실 외질이 아스널을 떠날 가능성은 현 상황으로 봤을 때 높지 않다. 아니, 다시 말해 아스널이 외질을 보내지 못할 것이다. 이는 지난 1월에 유출된 그의 계약서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가레스 베일(레알 마드리드)의 계약서를 유출시키며 유명세를 탄 ‘풋볼 릭스’는 이어 외질의 계약서까지 유출했다. 당시 공개된 외질의 계약서를 분석해보면, 아스널이 외질을 보낼 이유가 전혀 없다. 그것은 이 세 가지 항목만 봐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1) 아스널은 외질을 향한 타 팀의 영입 제안을 수용하기 전, 레알에 해당 사실을 48시간 이내에 알려야 한다.
(2) 외질이 타 팀으로 이적할 시에는 이적료의 33%를 레알이 가져간다.
(3) 외질이 스페인 클럽으로 이적할 시, 이적료는 5,000만 유로 이상이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외질이 아스널을 떠나려면, 레알로 복귀하는 방법이 가장 빠르다. 그러나 현재 레알에서 외질을 필요로 할지, 그리고 효율적인 경영을 일관해온 아스널이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외질을 놓아줄지는 미지수다.

# 아스널이 외질을 보낼 수 없는 이유(2)

외질은 지난 2013년 여름, 레알을 떠나 아스널로 이적했다. 당시 외질의 이적은 EPL엔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아스널은 티에리 앙리-데니스 베르캄프의 시대가 끝나고, 아스널은 약 10년 간 암흑기 아닌 암흑기를 보냈기 때문이다. 아스널은 구장 이전의 부담으로 등으로 인해 최대한 지출을 줄였고, 외질 이전까지 이렇다 할 빅사이닝은 없었다.

그동안 지출을 아껴왔던 아스널이 외질의 영입엔 4240만 파운드란 거액을 투자한 이유엔 나름 이유가 있었다. 외질은 벵거 감독의 축구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었고, 그의 영입은 벵거 감독에겐 승부수였다. 외질은 과거 독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벵거 감독이 내게 직접 전화했고, 나를 얼마나 원하는지 설명했다”며 아스널로 이적한 이유가 벵거 감독 때문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아스널은 외질의 영입으로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플레이를 선보였다. 이는 필자가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직접 느낀 부분이기도 했다. 외질이 없던 2012-13 시즌의 아스널은 무미건조했다면, 외질 이후에 아스널은 벵거 감독이 추구했던 ‘아름다운 축구’가 실현되기 시작했다. 팬들은 외질의 몸동작 하나하나에 열광했고, 조용했던 에미에리츠 스타디움은 그의 존재 하나로 뜨거웠다.

눈에 보이는 성과도 있었다. 2005년 FA컵 우승을 끝으로 우승컵과 거리가 멀었던 아스널은 2013-14 시즌 FA컵 정상에 오르며 무려 9년 만에 무관에서 탈출했다. 이어 다음 시즌에도 FA컵 정상에 올랐다. 비록 꿈에 그리던 리그 우승엔 연이어 실패했지만, 아스널이 다시 우승컵을 경험하고 리그 우승을 꿈꿀 수 있었던 원동력에는 외질의 존재가 컸다.

외질은 벵거 감독이 그토록 원했던, 자신의 축구 철학과 가장 근접한 선수였다. 아스널은 외질의 영입을 통해 변화했고, 지금도 그를 중심으로 팀이 운영되고 있다. 만약 이 상황에서 아스널이 외질을 보낸다면, 다시 암흑기로 돌아갈 확률이 크다.

# 아스널이 외질을 보낼 수 없는 이유(3)

가장 큰 문제는 팬들의 반발이다. 아스널 팬들은 이번 시즌이 끝난 후 외질이 팀을 떠나는 것을 가장 두려워하고 있다. 지난주 아스널 팬들은 팀 훈련을 마치고 나오는 외질의 차에 다가가 “메수트 외질! 우리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제발 팀을 떠나지 마세요”라며 잔류를 애원하기도 했다.

더욱이 최근 아스널 팬들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지난 9일 치러진 헐시티와의 FA컵 16강 재경기에서 원정 응원을 온 일부 아스널의 팬들이 벵거 감독의 퇴진을 요구하는 배너를 들었다. 아스널 팬들은 벵거 감독 뿐 아니라 경영진에 대한 불만도 극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이 상황에서 팀에서 가장 사랑받고 있는 외질마저 놓친다면 그들의 반발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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