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서재원 기자 = 한국 선수들의 활약으로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그러나 우리가 EPL을 볼 수 있는 부분은 TV 위성 중계에 잡힌 모습이 전부다. 두 시즌동안 모 일간지 EPL 현지 통신원 역할을 수행한 필자의 경험을 통해, TV에서는 볼 수 없는 EPL 뒷이야기를 매주 '서재원의 EPL通'에서 풀어내고자 한다.[편집자주]

어쩌면 EPL 역사상 가장 치열한 북런던더비가 다가온다. 토트넘 핫스퍼와 아스널이 우승의 길목에서 서로를 마주하게 됐다.

토트넘과 아스널은 오는 5일 오후 9시 45분(한국시간) 영국 북런던에 위치한 화이트 하트 레인에서 2015-16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29라운드, 일명 ‘북런던더비’를 앞두고 있다.

양 팀의 순위는 2위와 3위. 28라운드까지 순위 변동은 없었다. 승점 54점으로 2위를 기록 중인 토트넘은 선두 레스터 시티(승점 57점)를 3점 차로 쫓고 있고, 승점 51점의 아스널은 또 토트넘의 바로 밑에 위치해 있다.

양 팀 모두 28라운드서 웃지 못했다. 선두 레스터가 하루 전 치러진 경기에서 웨스트 브로미치 알비온(WBA)과 무승부를 거두며 승점을 1점밖에 쌓지 못했고, 토트넘이 웨스트햄 유나이티드를 꺾으면 1위로 올라설 수 있었다. 그러나 토트넘은 웨스트햄 원정에서 0-1로 패했고, 선두 등극의 기회를 다음으로 미뤘다.

아스널도 아쉽긴 마찬가지였다. 아스널은 홈에서 스완지 시티에 1-2로 패했고, 토트넘과 승점 동률을 이룰 기회를 놓쳤다. 사이좋게 같은 라운드에서 패한 양 팀 모두에 27라운드는 아쉬움 그 자체였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경기가 더욱 중요해졌다. 양 팀의 승점 차는 3점. 만약 아스널이 토트넘에 승리한다면 승점 54점 동률을 이루고, 12년 만에 우승이란 꿈을 이어갈 수 있다. 반면패하면 토트넘과의 승점 차는 6점, 레스터와의 차이는 9점까지 벌어질 수 있다. 반대로 토트넘도 아스널의 추격을 뿌리치고, 레스터와 본격적인 우승경쟁에 들어갈 수 있다.

토트넘과 아스널, 두 팀 모두의 우승 가능성이 점쳐질 경기가 바로 이번 북런던더비다.

# 북런던더비, 그 치열함에 대해

북런던더비는 전쟁과도 같다. 1913년, 아스널이 북런던지역(하이버리 스타디움)으로 이전하면서 시작된 악연이 어느덧 100년을 넘었으니, 그 치열함의 정도는 직접 체험하지 않고는 감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

양 구단과 선수뿐 아니라 팬들에겐 더더욱 그렇다. 필자와 같은 시기에 영국에서 거주했던 한 아스널 팬은 “아스널이 이번 시즌 우승하지 못한다면, 차라리 레스터가 우승했으면 좋겠다. 토트넘의 우승은 차마 보지 못하겠다”고 말할 정도로 서로를 정말 끔찍이 생각했다.

양 팀의 전쟁은 경기장 밖에서 더 했다. 이미 이번 시즌 두 차례의 북런던더비에도 사건 사고가 끊이질 않았다. 지난 9월에 토트넘의 홈에서 치러진 이번 시즌 첫 번째 북런던더비에선 아스널 팬들이 토트넘 경기장 2층 난간에 있던 배너를 제거했고, 인종차별적 구호를 외치며 난동을 부렸다.

두 번째 북런던더비도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11월, 이번엔 아스널의 홈에서 열린 북런던더비에선 토트넘이 팬들이 경기장에 물건 투척, 마약 소지, 폭력 행사, 기물파손 등의 범법행위로 8명이 체포되고 7명이 기소되기도 했다.

축구 외적으로도 다양한 이야기가 생산되는 경기였기에 취재 열기도 뜨거울 수밖에 없다. 실제로 필자가 통신원 활동을 할 시기였던, 2012-13시즌과 2013-14시즌엔 토트넘의 홈에서 치러진 북런던더비를 취재를 취재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 였다. 규모가 작은 화이트 하트 레인에 기자석 또한 한정됐고, 당시만 해도 한국인 통신원이 토트넘의 홈에서 치러지는 북런던더비 경기 취재 좌석은 1개 이하였다.

이렇듯, 토트넘과 아스널의 북런던더비는 축구 경기 그 이상의 무언가가 존재했고, 그 전쟁은 100년 넘게 이어오고 있다.

# 어쩌면 EPL 역사상 가장 치열할 북런던더비

이번 북런던더비는 더욱 불꽃 튀길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EPL 역사상 가장 치열한 북런던더비가 예상된다.

사실 이전까지 북런던더비는 다소 맥이 빠진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이유는 토트넘과 아스널의 실력 차이 때문이었다. 이는 EPL 출범 이후 양 팀의 우승 횟수만봐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아스널은 지난 23시즌 동안 3번의 우승을 차지했지만, 토트넘은 단 한 번도 정상의 자리에 오른 적이 없었다. 더욱이 토트넘이 1부 리그 우승을 마지막으로 차지한 때는 지난 1960-61시즌으로, 무려 55년 전의 일이었다.

실제로 필자가 직접 경험한 북런던더비도 그랬다. 지난 2013년 9월 아스널의 홈에서 치러진 북런던더비를 처음 찾았고, 필자는 말로만 전해 듣던 북런던더비를 직접 취재한다는 기대감에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해당 경기는 생각했던 것보다 박진감이 넘치지 않았고, 이 경기만큼은 타 경기 이상의 것을 발견할 수 없었다. 오히려 아스널과 첼시, 아스널과 맨유 등의 경기가 더욱 치열하게 느껴질 정도로 당시 필자가 경험한 북런던더비는 실망감이 더 컸다.

허나, 이번 시즌, 이번 경기만큼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무엇보다, 현재 토트넘은 아스널보다 순위표상 위에 위치해있다. EPL 출범 이후, 토트넘이 28라운드까지 2위에 놓여있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며, 두 팀 모두 우승가능권에 있는 경우도 당연 처음이다. 아스널의 레전드 티에리 앙리도 이 경기에 대해 “그들은 모두 리그 우승의 놀라운 기회를 갖고 있다”고 말하며 “내 인생에서 이런 말을 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고 현재 두 팀의 놓인 상황에 대해 평가했다.

10경기밖에 남지 않은 2015-16 EPL. 아직 누가 최종 순위에서 정상을 차지할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토트넘과 아스널, 양 팀 모두 아직까지 상당히 높은 가능성이 있고, 그런 의미에서 이번 북런던더비로 그 온도차가 극명히 갈릴 수 있다.

EPL 출범 이후 최초의 우승을 꿈꾸는 토트넘과 12년 만에 우승을 노리는 아스널. 이 두 팀이 만들 ‘역사상 가장 치열할 북런던더비’가 곧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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