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축구’는 한 마디로 정의될 수 있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너무나도 복잡한 규정과 규칙, 용어 등이 등장한다. 이도 축구를 이루는 중요한 요소임은 확실하나, 때로는 그것들에 대한 정의 또는 설명이 부족해 우리를 혼란스럽게 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인터풋볼은 매주 하나의 주제를 선정해 그에 대한 정확한 해석을 갖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편집자주]

평소 노트를 손에 꼭 움켜쥐고 꿋꿋하게 벤치를 지키던 루이스 판 할 감독의 독특한 판정 항의 방식이 화제가 됐다. 각종 패러디가 쏟아져 나오고 있으며, 판 할 감독은 ‘눕판할’이란 별명까지 얻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지난달 28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에 위치한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아스널과의 2015-16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27라운드 홈경기서 3-2로 승리했다. ‘숙적’ 아스널을 상대로 거둔 승리 못지않게 팬들을 유쾌하게 만든 것이 있었으니, 바로 판 할 감독의 다이빙 사건이다.

문제가 된 건 후반 29분 알렉시스 산체스가 안데르 에레라에 걸려 넘어지며 아스날의 프리킥이 선언된 장면이었다. 판 할 감독은 산체스가 다이빙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으며, 마이크 딘 대기심 앞에 드러누워 반칙이 주어진 상황을 몸으로 직접 표현하며 항의했다.

축구계는 심판 판정에 항의하는 행동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KFA) 규정집에도 ‘주심의 판정에 대해 (말로써 또는 말이 아닌 것으로) 반대를 함으로써 항의의 행동을 범한 선수는 경고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선수 뿐 아니라 감독 및 코칭 스태프에게도 적용되며, 각국 축구협회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고 있다.

영국축구협회(FA)도 지난해 8월 경기장 내 행동을 엄격하게 다루는 새로운 감독 규정을 발표했다. 당시 FA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비꼬는 의미의 박수를 치거나, 가상의 옐로카드를 꺼내는 등의 행동은 즉각적인 경고로 이어질 수 있다. ‘어린아이 같은 행동’과 ‘존중이 없는 행동’을 그라운드서 엄격하게 금지하겠단 것이다.

물론 이번 사건은 판 할 감독이 “매우 감정적이었다. 주심과 부심, 대기심에게 좋지 않은 행동이었고, 이 부분에 대해 사과하고 싶다”며 즉각 반성의 뜻을 밝히면서 해프닝으로 마무리됐지만, 축구계에는 감독 및 선수들의 항의로 인한 크고 작은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레버쿠젠의 로저 슈미트 감독이 지난달 21일 도르트문트전서 판정에 항의하던 중 퇴장을 당했다. 주심이 키슬링을 통해 상대의 프리킥 위치에 항의하는 슈미트 감독에게 퇴장을 명령했고, 슈미트 감독이 주심이 직접 와서 대화할 것을 요구하면서 끝까지 벤치를 지킨 것이다. 결국 주심은 경기를 중단시키고 라커룸에 들어가 10분간 경기가 지연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첼시를 이끌던 주제 무리뉴 감독도 심판 판정에 항의하다 FA로부터 징계를 받는 경우가 잦았다. 경기 종료 후 공식적인 자리에서 “심판은 첼시에 유리한 쪽으로 판정하는 걸 두려워한다”며 강한 불만을 제기했고, 하프타임에 심판 대기실 주위에서 심판을 향해 부적절한 언행을 해 징계를 받기도 했다.

침묵으로 일관하거나, 거친 말과 행동을 보이는 등 심판 판정에 항의하는 방식도 제각각이다. 심판 판정에 대한 항의가 과격했는지, 습관적인지 등의 기준에 따라 그 결과도 달라진다.

그러나 위 사건들에 비하면 판 할 감독의 항의는 가벼운 수준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주심의 성향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상황에서 판 할 감독의 행동은 팬들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되, 적정 ‘선’을 지키고 즉각 사과의 뜻까지 밝혔기 때문이다.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지만 쉽게 사라지지 않는 판정 항의, 감독 및 선수들도 적정한 ‘선’을 지키는 영리한 방식이 필요하다.

글= 유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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