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서재원 기자 = 한국 선수들의 활약으로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그러나 우리가 EPL을 볼 수 있는 부분은 TV 위성 중계에 잡힌 모습이 전부다. 두 시즌동안 모 일간지 EPL 현지 통신원 역할을 수행한 필자의 경험을 통해, TV에서는 볼 수 없는 EPL 뒷이야기를 매주 '서재원의 EPL通'에서 풀어내고자 한다.[편집자주]

다음 시즌부터 EPL이 새롭게 변화한다. 10년 만에 로고를 교체함으로써 재도약의 시작을 알렸다.

EPL 사무국은 9일(현지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2016-17시즌부터 사용하게 될 새로운 리그 로고를 발표했다. 새롭게 발표된 로고는 기존 문양에서 ‘사자’의 이미지를 그대로 살렸고, 보다 간결하게 표현됐다. 기존의 딱딱했던 이미지보단 부드러우면서도 다소 ‘귀여운’ 이미지로 변화했다.

EPL 사무국 국장 리차드 마스터스는 새로운 로고를 발표하면서 “리그는 오직 ‘프리미어리그’로 알려지게 될 것이다. 우리 스스로가 조직적이고 경쟁적임을 증명하길 원해왔고, 이번 결정을 통해 그것을 실현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로고를 제작한 ‘디자인스튜디오’의 설립자이자 CEO 폴 스타포드는 “우리의 목표는 세계에서 가장 흥미로운 리그 중 하나가 모든 사람들에게 더욱 잘 인식되도록 로고를 제작하는 것이었다. 보다 신선하게 사자의 문양을 만들고, EPL의 역사와 전통을 유지하면서도 현시대의 요구를 반영하려 했다”고 로고의 의미를 설명했다.

# EPL은 왜 10년 만에 로고 교체를 했을까?

EPL이 로고 교체를 강행한 결정적인 이유는 이번 시즌을 끝으로 타이틀 스폰서인 바클레이(Barclays)와 계약이 끝나기 때문이다.

다음 시즌부터 ‘바클레이 프리미어리그’로 불려왔던 EPL은 ‘더 프리미어리그(The Premier League)’처럼 고유명사로 불리게 됐다. 이에 기존에 로고와 문양, 이미지 등을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EPL이 타이틀 스폰서를 유치하지 않는다는 점은 상당한 충격일 수밖에 없다. EPL이 전 세계에서 가장 상업적인 축구 리그인 점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EPL이 그동안 타이틀 스폰서를 통해 무시할 수 없는 수익을 벌어들여 왔다.

시작은 미약했다. EPL은 출범 첫 해인 1992-93시즌엔 타이틀 스폰서 계약을 하지 않았지만, 두 번째 시즌 주류회사인 ‘칼링(Carling)’과 4년간 1,200만 파운드(당시 영국 스포츠 스폰서 최고가) 계약을 시작으로, 2001년까지 계약을 이어갔다.

그러나 EPL의 급성장으로 스폰서 계약 금액 역시 급상승하게 됐다. 2001년부터 바클레이 카드(Barclays card)‘와 3년에 4,800만 파운드로 계약했고, 2004년부터 지금의 바클레이와 타이틀 스폰서 계약을 체결해 가장 최근 계약금은 120만 파운드(약 21억 원)까지 치솟았다.

# ‘EPL 최고의 파트너’ 바클레이 시대의 종료

EPL은 지난해 6월 공식 성명을 통해 “바클레이는 그들의 스폰서십 활동을 통해 훌륭한 파트너 관계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2015-16 시즌을 끝으로 그들과의 계약이 끝난다”며 향후 타이틀 스폰서 없이 리그를 운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EPL 사무국이 밝혔듯이 바클레이는 지금까지 ‘타이틀 스폰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고, 최고의 파트너였다. 바클레이란 이름을 대회 명칭에 붙이는 것 외에도 다양한 활동을 EPL과 함께 진행해왔다. 우리에게 익숙한 활동으로는 시즌 종료 시 발표되는 ‘올해의 선수’, ‘올해의 감독’ 등을 비롯해 매달 발표되는 이달의 선수와 감독 등도 바클레이의 후원 하에 이루어지고 있다. 또 지난 10일에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바클레이 프리미어리그 라이브’라는 행사를 개최하는 등 그동안 EPL을 세계 곳곳에 알리는 역할을 담당해왔다.

반대로 바클레이 역시 EPL을 통한 홍보 효과를 톡톡히 얻었다. 사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우리가 ‘바클레이’라는 이름에 익숙했던 이유도 EPL의 역할이 가장 컸다. 이상하지 않은가? 우리와 전혀 상관없을 수 있는 영국의 금융기업, 은행의 이름을 모두가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이 말이다.

사실, 필자 역시 영국에서 바클레이를 직접 경험하기 전까지만 해도 이 회사가 정확히 무엇을 하는 회사인지 몰랐다. EPL이 지금처럼 국내에 위성 생중계되지 않았을 땐, 바클레이가 스폰서 명칭인지도 모르고 있었다. 필자가 아무런 연고 없이 워킹홀리데이로 영국으로 떠났을 때, 낯선 도시에서 가장 반가웠던 것도 동네 곳곳에 있던 ‘바클레이 은행’ 지점이었다. 때문에 영국에서 계좌도 바클레이 은행을 통해 개설했고, 약 1년 반의 시간동안 그들을 통해 금융 생활을 할 수 있었다. 지극히 필자의 개인적인 일일 수 있지만, 바클레이 입장에선 EPL로 시작된 인연으로 한 명의 고객을 유치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필자의 추억 속에, 또는 EPL 팬들의 뇌리 속에 깊이 박힌 '바클레이‘란 이름은 다음 시즌부터 볼 수 없게 됐다. 2004년부터 2016년까지, EPL의 가장 찬란했던 시기를 함께 했던 바클레이 시대는 이번 시즌을 끝으로 종료된다.

# EPL이 타이틀 스폰서를 버린 이유는?

EPL이 타이틀 스폰서 없이 리그를 운영하기로 결정한 이유는 ‘순수성’을 찾기 위해서다. 그들은 지난해 6월 이를 발표하면서 “EPL이 미국의 NBA와 NFL처럼 ‘순수한 브랜드’로 정착되길 바란다”고 밝히며 EPL의 고유 브랜드화를 주장했다.

EPL의 타이틀 스폰서를 원했던 기업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과거 바클레이의 사례처럼 EPL의 타이틀 스폰서를 유치하면 기업이 얻을 수 있는 효과는 상당했고, 상당한 기업들이 이를 희망했다. 특히 영국의 주류회사인 ‘디아지오(Diageo, 스미노프, 조니워커, 기네스 등의 브랜드 보유)’가 연 4,500만 파운드(약 788억원)을 제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EPL은 이 막대한 금액을 거절했고, ‘브랜드 순수성’에 대한 의지를 이어갔다.

EPL이 타이틀 스폰서 유치를 포기할 수 있었던 기반은 TV중계권료 상승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영국 ‘스카이스포츠’도 EPL의 이번 결정에 대해 “TV중계권료 상승으로 EPL은 타이틀 스폰서 유치가 불필요할 정도로 자금력을 갖추게 됐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EPL은 지난해 2월, ‘스카이스포츠’, ‘BT 스포츠' 등과 중계권료로 3년 간 51억 3,600만 파운드(약 9조원)에 계약하는 대박을 터트렸다.

결론적으로 EPL의 ‘타이틀 스폰서’ 포기는 자신들의 자생력을 증명하는 사례라 볼 수 있다. 또 이로 인해 12년 동안 이어오던 ‘바클레이 시대’는 이번 시즌을 끝으로 마감하게 됐고, EPL은 다음 시즌부터 새로운 로고와 함께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됐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PL 공식 홈페이지, 바클레이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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